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이완짹슨 Mar 05. 2020

대만에서 마스크 사재기가 불가능한 이유.

대만은 나의 생각보다 대단한 나라다.

'총성 없는 전쟁' 나라 간 무역 혹은 올림픽에서 국가 간 순위 싸움 선수들 간 메달 싸움 이야기가 아니다. 다름 아닌 우리나라 국민들의 마스크 구매 현장이다. 언제부턴가 마스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 이야기에서는 굳이 꺼낼 필요가 없기에 나는 가까운 나라 대만에서 마스크 구매 경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대만도 마스크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전쟁이라는 표현을 써야 할 정도는 아니기에 말이다.  


유통은 우체국에서, 구매는 약국에서 실명제로. 

현재 대만에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신분 확인 후에 약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2월 6일부터 시행된 이 정책은 최근에 1주일에 2매에서 3월부터는 생산산 증가 (1일 1,000만 개)에 따라서 1주일에 3매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사실 대만도 마스크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구매를 하지 못 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 유통은 우체국에서 하고 구매는 약국에서 실명제로 구매하기 때문이다. 구매 기록이 남기 때문에 2매를 구매한 이후에는 7일간 구매가 불가능하다.

                                   <출처 : 인터넷 매체 '대만은 지금'>

미리 봉투에 포장된 마스크를 약국에서 살 수 있다. 예전 같으면 비닐봉지를 사용했을 것만 같지만 현재 환경 보호를 위해서 비밀 봉투 사용도 금지되어 있다.


실시간으로 마스크 재고 확인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

https://mask.pdis.nat.gov.tw/

이는 아주 유용한 사이트이다. GPS를 활용하여 현재 위치에서 주변 약국 위치와 재고 수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헛 걸음을 할 이유가 없다. 아무래도 재고가 많은 약국에 일시적으로 사람들이 몰리게 되면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은 발생하지만 적어도 내가 살 수 있는지 없는지 미리 판단은 가능하다. 


합리적인 가격

구매 가격은 봉투에 일일이 포장까지 하느라 고생했을 약국 직원에게 미안할 정도로 착한 금액 대만돈으로 10元 한국돈으로 단돈 400원이다. 1개당 200원 수준이다. 정해진 장소에서만 구매할 수 있지만 장소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금액도 부담이 없는 수준이다.

(참고로 대만에서 400원으로 작은 요구르트도 못 사 먹는다)

 

                             <출처 : 글쓴이가 직접 촬영했음, 장소는 대만 어딘가>

내가 현장을 지나칠 때는 안쪽까지 약 15명 ~ 20명 남짓의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이 약국의 재고 수량이 100매라고 가정한다면 적어도 줄 서 있는 인원들은 1인당 최대 3매까지 구매가 가능한 것이다.

반대로 이 곳의 수량이 현재 30 매라고 재고 수량이 확인된다면 10명밖에 구매가 안 되기 때문에 아마도 맨 뒤에 있는 분들은 구매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없으면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기에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면 된다. 실컷 줄을 섰다가 못 사는 상황이 발생할 일은 없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구매한 분들의 경우는 구매 기록이 남기 때문에 중복 구매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여러 약국을 방문해서 사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사재기를 할까 봐 초조해할 일이 없는 것이다.   



<엄격한 규정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법이다>

현재까지 이보다 더 괜찮은 구매 시스템은 없을 듯하다.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만큼의 수량은 아닐지라도 모두가 공정하게 구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대만분들의 경우는 이미 집에 몇백 개씩 구매해놓고 사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나눠주는 현상도 볼 수 있었다. 나도 그런 도움을 받은 1인이기도 하다. 야시장만 가더라도 100개 단위를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대만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위기에 대만도 사재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약국을 포함해서 편의점에서도 1인 3매 제한을 두었지만 구매 기록을 남기지 않아서 알게 모르게 사재기가 기승했고 판매 물량은 급속도로 떨어져서 알게 모르게 필요한 사람이 구매를 하지 못 했을 수도 있다.


대만에서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던 마스크들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게다가 현재 내가 근무하는 외식 기업에서도 사무실은 물론 매장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기 때문에 대량으로 구매를 해 두었는데 아무래도 매일 소비되는 물량이 몇백 장에서 몇천 단위가 되다 보니 그 물량도 슬슬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구매 제한 규정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https://nowformosa.blogspot.com/2020/03/19-4.html

                                          <출처 : 대만은 지금>


자가 격리 14일 규정을 지키지 않은 대만인에게 벌금 4,000만 원이 선고되었다. 처음에 언론에서 공개된 금액이 약 600만 원이었는데 이는 최소 금액이었고 최대치로 선고된 것이다. 이는 대만에서 사회 초년생이 2년 ~ 3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아직 적발 사례는 없지만(앞으로도 없을 듯) 약국에서도 웃돈 판매를 하다가 적발이 될 경우 비슷한 규모의 벌금이 책정되지 않을까 싶다.

 

위 내용을 보면서 와, 대만 부럽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거라 생각한다. 사실 나는 부럽다기보다는 와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조금은 소심했던 사춘기 소년 시절 추친력 넘치던 동급생 혹은 선배를 보면 느끼던 그런 감정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1월 24일부터 금지했던 마스크 수출이 4월까지 연장되었다.


https://nowformosa.blogspot.com/2020/02/1-2-3.html?m=1&fbclid=IwAR2guT6ZOI56gBT-st6uAkWgEwfmafWAsXiK6X6-ruiix7izv2AGzCCfMhQ

                                            <출처 : 이제 다 아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은 국제 보건 기구 WHO에 회원국이 아니다. 이럴 때는 참 안타깝다. 이 이면에는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데 오늘은 그런 이야기는 다 내려놓고 싶다.

나는 그저 내가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특히나 나는 대만에서 건강 보험 혜택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수술은 아니었지만 난생처음 CT 촬영을 해 보았고 (보험 처리 한화로 약 15,000원) 한국에서는 보험이 안 되는 피부과 치료도 만원도 안 되는 돈에 해결이 되었고 모든 약은 진료비에 포함이 되어 따로 약제비가 들지 않았다. 잠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어쨌든 대만의 사례는 충분히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대만의 사례가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어서는 안 된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대만의 사례를 참고해서 우리나라도 발전이 되어야지. 무조건적인 비교와 비난을 해서는 그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대만의 경우는 코로나 이전에도 메르스나 사스 사태를 통해서 큰 교훈을 깨달았고 그때 깨달은 교훈들이 현재의 적용이 되어 좋은 사례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진 이후로 이런 난리가 또 있었을까? 싶었을 정도로 난리다. 처음에는 바이러스 자체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위축된 한국의 경제와 예민한 시민들이 아닐까 싶다. 문제라고 말하기보다는 걱정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옳을 듯하다.


나의 경우 현재는 대만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상황을 몇 장의 사진 자료와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만 가지고 내 생각하고 위로의 말을 전달하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TV에서나 보던 유명 연예인을 실제로 눈 앞에서 접할 때 느끼는 감정이 그동안 TV로 본거랑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처럼 나는 지금 내가 말하는 난리 난 장소에서 한 발짝 떨어진 공간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난리를 넘어서 나라가 위급한 상황이라면 당장이라도 달려가야 하겠지만 내 주변의 지인들 심지어 내가 귀국할 때마다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시던 부모님 마저도 가능한 오지 말라고 하는 지금의 한국은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아무래도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평상시에도 물적 인적 교류가 많다 보니 중국에서 시작된 이놈의 바이러스는 필연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국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지구 상 어디서든 알지 못 한 질병들은 늘 생겨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 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다. 서로 대립하고 싸워서 남는 건 상처 받은 마음뿐이다. 지금의 상황은 흑백 논리로 결론을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큰 비가 내리면 다음날 조업을 나가야 하는 어부는 걱정이 많겠지만 가뭄에 걱정하는 농부에게는 소중한 선물인 것처럼 말이다. 어떤 선택에도 100% 완벽함은 없을 것이다.


나는 오늘 특정 국가를 비난하고자 혹은 나의 대한민국 정부가 좋니 나쁘니 평가하고 그렇다고 칭찬합시다!라고 이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세상에는 각자 다르게 생긴 외모만큼이나 다양한 의견과 생각들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같을 수없다. 나의 이야기도 다양한 의견 중 하나겠지만 민감한 시기에는 이런 다양한 의견도 오해로 번지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이야기를 적는 이유 또한 오해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는 지난번에 중국어만 사용하면 중국인으로 오해하고 욕을 하는 한국인들 때문에 한국을 못 간다는 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반대로 되었다. 이제는 대만에서도 한국어를 쓸 때 조심해야 할 지경이다. (옛날에는 한국어를 쓰면 혜택? 이 많았는데) 하지만 이 상황을 무조건 누군가를 탓해야 직성이 풀리는지 묻고 싶다. 처음부터 나와 다른 상황을 이해해주면 될 일일 텐데 말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던진 돌에 우리가 맞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지금 대만은 이런데 한국은 왜 저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제목에서 보이는 대로 대만에서 마스크 사재기(한국에서는 가능한)가 불가능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함에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현재보다는 미래에 포인트를 두고 구상했다. 즉 현재의 한국 상황 혹은 누군가의 잘잘못을 가리고 비판하자는 의도의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차피, 상황은 이보다 더 최악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최악이다. 이제는 확진자 수가 5,000명을 넘었가고 만 명을 향해가지만 그렇게 놀랍지도 않다. 중요한 사실은 현재의 상황을 비판하는 것보다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문제다. 대만도 그런 과정 속에서 지금까지 성장했고 한국도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이것이 언젠가 코로나라는 녀석이 사라지면서 우리에게 남기고 갈 교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해마다 벤치마킹한답시고 유럽 가서 관광 그만하고 다음 연수는 대만에서 국가 재난 사태 혹은 비상사태 발생 시 국가와 각 기관이 어떻게 협의하고 대처하고 관리하는지 벤치마킹을 하면 어떨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