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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Jul 25. 2019

제8화: 자유와 자율은 착각하지 말고 살자

꼰대니까 할 말은 좀 할게

사무실 한복판에 걸려있는 시계가 9시 1분을 가리킨다. 이때 멀리서 지각을 한 직원이 허겁지겁 들어온다. 세이프라고 하기에는 이미 1분이 지나 있다. 오늘도 지각이다. 팀장이 자리로 호출한다.


“지각이 잦네. 좀 더 노력해봐”


라고 한마디 한다. 더한 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꼰대 소리 들을까 무서워서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다. 직원은 죄송하다며 다음부터는 늦지 않겠다고 한다. 하지만 표정은 뭔가 억울한 표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리로 돌아가는 직원의 등 뒤로 나지막이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깟 1분 늦은 것 가지고…꼰대 소리 하고 있네.” 


잘못은 본인이 했는데, 비난은 그것을 지적한 상사에게 돌린다. 상사는 그렇게 아무 이유 없이 오늘도 꼰대로 전락한다. 


90년대생, 소위 요즘 세대들의 특성을 대표하는 ‘00세대’라는 여러 가지 표현이 있다. 


N포 세대: 포기할 게 너무 많은 세대(연애, 결혼 등)

테크 세대: 컴퓨터 등 정보기술(IT)에 친숙한 세대

욜로(YOLO) 세대: 당장의 행복을 좇는 세대

Why 세대:  의미가 중요한 세대

Me Me Me 세대: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세대


각기 다른 특징을 묘사하고 있지만, 이 모든 특징을 관통하는 키워드 하나가 있다. ‘자유’이다. 자유라는 단어와 00 세대를 결합하면 모든 의미가 만들어진다. 포기할 게 많으니 자유라도 지키고 싶고, 자유롭게 모든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고, 불투명하고 보장되지 않은 미래보다 현재의 자유가 좋고, 나에게 의미 있는 자유를 좇고, 그래서 내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내 자유를 누군가가 침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물론 개인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그 어떤 이유로도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된다. 요즘 회사에서도 개인의 자유와 개성이 존중받고 인정받는 문화가 자리 잡고, 앞으로도 이 변화의 흐름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나 또한 누구보다 자유를 갈망하고 추구하고 자유롭게 살고 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동체 또는 집단에 있어서 만큼은 개인의 자유가 제한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자유를 핑계로 타인에게 피해가 가거나 공동체의 목적에 위배된다면 그것은 규율로 통제돼야 하는 것이 맞다. 규칙, 약속, 예의, 배려 등의 규율은 자유 이전에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기본 중에 기본이다. 자유 이전에 자율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관련해서 좋아하는 말 중에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라는 말이다. 어느 기업의 행동강령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 말은 1분의 차이를 통해 자유와 자율의 정확한 차이를 규정하고 있다. ‘고작 1분이잖아’, ‘1분이 뭐 어때서?’ 라는 안일한 생각에 일침을 놓는다. 간결하면서도 힘 있게 자율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 


더 의미 있는 사실은 이 말이 이름만 들어도 오래된 느낌이나고, 보수적인 향기가 폴폴 나는 회사의 행동강령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 때가 있다’ 라는 메시지로 때수건을 팔고, ‘우리가 어떤 민족이냐? 배달의 민족이다’ 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기업 ‘우아한 형제들’의 행동 강령이라는 사실이다. 그 어느 기업보다 자유롭고 수평적이며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하는 회사의 행동강령이기에 이 메시지의 울림이 더 크게 느껴진다. 게다가 이 기업에서 제시한 11가지 행동강령 중 가장 첫 번째에 떡 버티고 있을 만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이기에 그 중요성이 더 크게 느껴진다. 


회사는 자유를 찾는 곳이 아니다. 자율만이 존재할 뿐이다. 규율위에 자유가 서는 곳이다. 비록 자유에서 ‘ㄹ’ 하나를 더한 것뿐이지만 이 ‘ㄹ’ 이 가지는 가치와 무게를 제대로 알고 지켜야 한다. ‘자유’와 ‘자율’의 날카로운 경계를 지키느냐 그렇지 않느냐, 그것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결정한다. 고등학교에서 자율학습이 아닌 자율학습이 진행되고, 도로에 자율주행차가 아닌 자유주행차가 판친다고 생각해봤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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