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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Aug 01. 2019

제11화: 랍스터에게 배우는 직장생활의 한 수

꼰대니까 할 말은 좀 할게

돈이 없어서 못 먹지, 돈만 있다면 매일 한 끼 정도는 식탁에 올리고 싶은 음식 중에 하나가 랍스터이다. 비싸서 자주 못 먹고, 가끔 먹는다고 해봤자 아까워서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여유조차 없다. 한 점 한 점 먹을 때마다 맛있기는 한데,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밀려올 때가 있다.


‘랍스터에 껍질은 왜 있는 거야? 괜히 무게만 차지해서 비싸기만 하고 말야’


하지만 얼마전 랍스터를 먹으면서 후배에게 들은 얘기는 이런 치졸한 내 생각에 일격을 가해왔다. 


“형 그거 알아? 랍스터에 껍질이 없으면 형 지금 그거 못먹어. 랍스터를 보호해주는 그 껍질이 없다면 다른 포식자에게 진즉에 잡혀 먹혔을 테니, 형 접시까지 오는 일은 없었을껄?” 


순간 내 주둥이와 주머니 사정만 생각한 자신이 한심해 졌다. 후배의 이야기는 좀 더 이어졌다. 


“우리에게는 불필요하고 성가신 껍질이지만, 랍스터에게 껍질은 다른 생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보호막이래. 그런데 이 껍질은 랍스터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이자 고난이기도 하데” 


랍스터는 특이하게 나이가 들수록 몸이 커지고,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생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그들을 보호하는 껍질이다. 랍스터의 성장에 맞춰 껍질까지 저절로 커지지 않기 때문에, 랍스터는 커지는 몸의 크기에 껍질의 크기를 맞추기 위해 '탈피'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때가 랍스터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라고 한다. 체력적으로도 가장 약해져 있고 외부의 위협에도 가장 취약하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야 더 커지고 단단해질 수 있기에, 바위 밑에 숨어서 오랜 시간을 견디고 버틴다. 가장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이지만,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다. 그래서 랍스터에게 있어서 껍질은 보호막이기 이전에, 힘든 시간을 이겨낸 성장의 증표이자, 실력의 크기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저마다의 껍질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탈피의 순간도 찾아온다. 실패와 좌절이 반복되고, 고통의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이때 ‘이것만 끝내자’, ‘이번만 참자’. ‘견뎌보자’,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위기의 순간을 버텨낸 사람에게는 성장이라는 훈장이 주어진다. 당장 손에 쥘 만큼의 크기는 아니더라도, 이런 과정이 쌓이고 반복되면 단단한 껍질이 주어진다. 실력이 쌓이는 것이다. 성공한 운동선수, 정치인, 연예인 등의 삶을 들춰봐도 언제나 도전과 응전의 역사가 반복되었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극복해낸 크기만큼 성공의 크기가 비례했다. 이것이 꼰대인 내가 성공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공식이다. 고통의 크기만큼, 인내의 노력만큼, 극복의 회수만큼 성장하고 성공에 가까워진다. 


‘곧 지나가리니. 고통의 순간만큼 난 또 성장하리니’


고통의 순간이나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이 말 한마디를 삼키고 극복했다. 인생의 목표나 원대한 비전 같은 것은 없었다. 보이지도 않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단지 '조금 더 나아지리라', '조금 더 성장하리라'라는 마음으로 버텨냈다. 최근에도 여러 번 힘들고 괴로운 순간을 이런 마음으로 버텨냈고, 언제 그랬냐는 듯 시간이 흘러 그 일은 끝나 있었다. 그 고통과 고난의 순간을 극복한 크기만큼 나는 한 뼘 더 성장해 있었다. '고통-인내-성장-실력'이라는 사이클은 신입사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 삶을 지탱해준 삶의 패턴이자 성공 공식이 되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더럽고 아니꼬운 일이 많다.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결정도 많고, 일과 사람, 조직의 환경 그 모든 게 힘든 시기가 있다. 더 버틸 힘이 없다. 포기하고 싶은데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미래도 걱정된다. 이때 달콤한 유혹이 시작된다.


‘You Only Live Once, 한마디로 욜로’


적당한 핑계가 생겼다. 나는 힘들어서 포기하는 게 아니고, 단지 욜로의 숭고한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현재를 즐길 뿐이다. 욜로는 그렇게 현실을 도피하고 물러설 수 있는 적당한 핑계가 되어준다. 한 번뿐인 인생, 현재를 즐기기 위해 지금의 고난과 역경을 마주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욜로의 진정한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번 뿐인 인생을 의미 있게 살자' 가 단지 현재에만 포커스를 맞춰 '현재를 즐기자’ 라는 의미로 해석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욜로는 인생 전반에 걸쳐 뿌려져야 할 질문이다. 단지 현재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아니다. 현재의 어려움을 피하고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변명거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미래를 위한 성장의 기회를 변질된 욜로의 의미에 내주어서는 안 된다


힘든 것보다는 쉽고 편한 것, 어렵고 복잡한 것보다 가볍고 키친 한 것,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며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힘든 시간을 견뎌야 성숙해지고 단단해지는데, 힘든 시기를 우회하며 편한 길을 택한 그들에게 어떤 미래가 주어질지가 조금은 우려스럽다.


앞으로 내 인생에 랍스터를 먹을 기회가 몇 번이나 더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마다 랍스터가 비싸다거나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그 크기를 만들어 내기까지 랍스터가 견뎌낸 세월의 가치를 아니까 말이다. 그리고 한 번 더 생각해 볼 것이다. 내 등딱지에 붙어있는 껍질의 두께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가'라고 질문할 것이다. 


오늘의 내 삶이 힘들고 괴로웠다면
지금 내 껍질의 크기가 커지고
단단해 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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