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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Jul 24. 2019

제7화: Under 그리고 Stand 하자.

위기의 꼰대 구출작전, 꼰대탈출 넘버원

Understand의 사전적 의미는 ‘이해하다, 알다’라는 뜻으로 중학교에 입학해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손에 잡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단어’ 초반부에서 접했던 영어단어로 기억한다.


그때는 그냥 뜻과 스펠링을 외우기 바빴는데, 20여 년이 흐른 어느 날 라디오에서 Understand는 Under(아래) + Stand(서다)라는 단어의 합성어이며,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는 상대방의 아래에 섰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고, 그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동안 나에게 있어 Understand라는 단어는  ‘안다, 모른다’를 판단하기 위해 쓰는 단어였다. 하지만, Understand의 속뜻을 제대로 알게 되니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던 ‘이해해’라는 말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부끄러워졌다. 평소에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진정 그 밑에 서서 생각하고 고민해 본 적이 있었는가?”라는 반성도 이어졌고, 나름대로 언더스탠드의 의미를 재정의 해볼 수 있었다.


언더스탠드(Understand)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이나 마음으로 하는 것. 동등한 눈높이나 위에서 내려다보는 관점이 아니라, 아래에서 보는 관점


이렇게 정의해 보고 나니, 이 말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사람 관계에 있어서 많은 것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확신과 함께 제대로 Understand 하기 위한 세 가지 지침을 생각해 보았다. 특히 이 시대 꼰대들이라면 새겨 들어도 좋을 거 같다.  


바로 판단하지 않는다.
따지기 전에 이유를 들어준다.
말을 되받아주고, 리액션을  한다.


첫째, 판단은 뒤로 밀어 두자. 


나이를 먹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아집이 생기면서 상대방과 이야기를 할 때 순수하게 집중하지 못하고,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밀려오게 되어 있다. '얘는 이런 스타일이구나’, '평소에 그렇게 행동하더니, 그럴 줄 알았다’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내 멋대로의 프레임을 가지고 판단하고 결론짓는 것이다.  더 이상 들을 마음이 없고, 이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런 말들이 이어진다.


"네가 하는 게 그렇지"

"네가 평소에 꼼꼼하지 못해서 그렇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사람은 자동적으로 그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귀인 하려는 습성이 발동된다. 그리고 그 대상은 어김없이 사람인 경우가 많다. '니 탓이고', '네가 잘못했고' 등으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해야 마음이 편해진다. 이때 마법과도 같은 단어 한 마디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자.


'그럴 수도 있지'


'저 직원은 왜 저것도 못해?'가 아니라, ‘나도 저맘때 저랬었지. 그럴 수도 있지’ ‘나도 신입 때 어리바리했었지.’ ‘긴장해서 더 실수할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비로소 상대방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고, 여기서부터 Under와 Stand의 이별이 시작되는 것이다.  


둘째, 충분히 들어준다.

꼰대에게는 문제 해결 본능이 탑재되어 있는 것일까? 어떤 잘못된 상황이나 문제 상황이 만들어지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만들어지고, 충분히 들어주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거나, 해줘야 할 것 같은 말들만 생각하게 된다. 충분히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도 있는데 그 기회마저 차단하면서 상사는 그렇게 꼰대가 된다.


리더라서, 리더니까 꼭 가르치려고만 들지 말자. 상대가 원하는 것은 가르침이 아니라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들어주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어려워하는 일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들어주는 것이라고 하는데, 침묵에 익숙해지고 가까워질수록 꼰대와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마지막으로, 잘 듣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주자.

상대방이 말한 것을 다시 이야기해주고, 적절한 감정적인 리액션을 한다는 것은 내가 네 말을 잘 듣고 있고,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표현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팀원: 제가 보고서를 만들려고 했는데, 다른 팀장이 일을 시켜서

팀장: 그랬구나. 보고서 만들 시간이 부족했구나. 나라도 그랬겠다.


이를 미러링(Mirroring) 기법이라고 하는데, 여담으로 여자 친구나 와이프와의 대화기술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꼭 필요한 기술이다. 한 번쯤 꼭 시도해 보기를 바란다. 아내가 하는 말만 적절히 바꿔서 그대로 따라 하는 것만으로, 부부간의 대화가 윤택해질 수 있다.


아내 : 오늘 초밥 먹고 싶다.

남편 : 초밥 먹고 싶구나?


아내: 오늘 비올 것 같은데.

남편: 하늘 보니 비가 올 것 같네


바로 판단하지 않고 딱 10초만 기다려 주고, 비판하고 비난하기 전에 충분히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말로 감정으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면서 들어주는 것만으로 ‘언더’와 ‘스탠드’는 자동 분리될 수 있다.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소통’이라는 문제가 매번 대두되고 있는데, '언더'랑 '스탠드'만 이별시켜도 일요일 저녁이 되면 하나 둘 걸리기 시작한다는 월요병의 작은 치료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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