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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Jul 20. 2019

제6화:신상품은 좋아하면서, 신상일은 왜 싫어하는걸까?

꼰대니까 할 말은 좀 할게

최근 SBS 스페셜 ‘마흔, 팀장님은 왜 그럴까’라는 프로그램에서 꼰대와 요즘것들의 동상이몽을 다룬 적이 있다. 공중파답게 균형감각을 가지고 꼰대와 요즘것들의 생각과 일상을 다루었지만, 이번 편이 좀 더 공감이 갔던 것은 조금 더 꼰대의 입장에서 현실을 조망했다는 점이다. 평소 관심이 있는 주제이기도 하고, 꼰대와 요즘것들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해서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이 찾아왔다.


어떤 팀에게 새로운 일이 주어져서, 회의를 통해 새로운 일을 맡아서 해줄 사람을 찾는 장면이었는데, 젊은 층으로 구성된 팀원들 모두 ‘나 몰라라, 나만 아니면 돼’ 하는 표정과 말들로 새로운 일을 외면하고 있었다.


팀장님은 어쩔 줄 몰라하고 보다 못한 실장님이 따끔하게 충고하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되지만, 돌아서는 팀원들의 표정이 장난이 아니다. 금방이라도 사표를 쓸 기세다. 더 화가 나는 장면은 그 사건을 가지고 팀장들이 미안해하고, 어쩔 줄 몰라한다는 현실이었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되고 있는 거 맞나 싶기도 하다.  


이는 비단 TV 속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파트장으로 일하면서 했던 경험이기도 하고, 주변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속된 말로 ‘요즘 진짜 치사하고 더러워서 일 못 시켜 먹겠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여기저기서 요즘세대들은 소위 주어진 일만 한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그런 행동의 배경에는


1.   나는 받는 만큼만 일하고 싶다.

2.  내가 왜 굳이? 나한테 무슨 이익이 있다고?


라는 두 가지 생각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먼저 ‘받는 만큼만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에는 이렇게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다.


‘진짜 받는 만큼 일하고 있다고 생각해?’


이렇게 말하는 데는 백 가지 이유가 더 있지만, 한 가지는 반드시 집고 넘어가고 싶다. 직원 1명이 받는 월급이 그 사람에 대한 비용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회사 입장에서 한 명을 고용하기 위해 쓰는 간접비용에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1명이 해줘야 할 몫은 과연 얼마가 적정할까? 그리고 좀 더 근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본인 스스로는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누구 기준으로 누구의 생각인지 궁금할 때가 많다.


두 번째 이유인 ‘나한테 무슨 이익이 있다고?’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거다.


'취업을 하기까지 스펙을 쌓았다면, 회사에 왔으면 실력을 쌓아라. 일만 하지 말고 실력을 쌓아야 제대로 일할 수 있고, 나아가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실력을 쌓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탁월한 방법은 역시 일을 통한 성장이다. 특히 하던 일 외에 인접한 일이나 새로운 일을 통한 경험은 나의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실력 향상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러데 이때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눈앞의 이익 때문에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할 필요가 있을까?


요즘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욜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라는 ‘워라밸’,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라는 ‘복세편살’물론 중요하고 의미 있다. 하지만 꼭 그런 패러다임에 갇혀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까지 날려버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욜로, 워라밸, 복세편살도 내가 아닌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패러다임일 뿐인데, 남들 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나도 그냥 따라가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본다. 


15년간의 직장생활을 돌이켜보면, 나도 하기 싫은 일을 참 많이 했고, 죽을 만큼 피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하지만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고, 타협하지 않았다. 힘들었지만 받아들였고, 누구보다 잘 해냈다. 그만큼 단단해졌고, 성장했다.


그중 특히 회사 행사나 모임에서 도맡아 사회를 보는 일은 죽기보다 싫은 일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시켜대는 팀장님 덕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믿어 보기로 하고, 받아들였다. 기왕에 하는 거니 잘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했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강사로 활동하게 되었고, 사회 보는 일과 비슷하게 많은 사람 앞에 서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때의 그 경험들 덕분인지 어렵지 않게 적응했고, 잘 해내고 있다. 사람들 앞에서 긴장하기보다 설레고, 쫄지 않고 당당하게 강단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을 끌어가고 웃기고 진행하는 법이 내 몸 어딘가에 깊숙이 배어있나 보다. 그리고 아마도 그 시작에는 오랜 옛날 팀장님께서


“야. 니가 이번 매니저 디너 부부동반 행사 사회 좀 봐라”


라고 뭔가 새로운 일을 던진 순간,


“ 예. 제가 한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한 순간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본다.


정말 그 순간이 감사하고 고맙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오늘의 나는 어제까지 나의 모든 경험의 합이다. 지금 내가 가진 브랜드와 실력은 내가 어제까지 어떤 경험들을 하고 배웠는지의 합으로 결정된다. 매일 똑같은 일, 쉬운 일, 하던 일만 하면서 10년 후 어떤 나와 마주하길 기대하는가? 혹시 만족스럽지 못한 급여와 신세를 한탄하는 나를 마주하지는 않을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고, 받는 만큼 일하고 싶다면 당장 나가서  스타트업이나 프리랜서를 하면 된다. 월급 탓, 화사 탓할 시간을 아끼고, 차라리 그게 인생에 더 도움되는 빠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자의든 타의든 회사에 들어온 입장이라면, 앞으로 이렇게 생각을 바꿔보자. 어차피 나한테 오게 되어 있는 일, 차라리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아싸 신상이다. 신상일이다. 성장의 기회가 주어졌다. 신난다.’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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