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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Jul 16. 2019

제4화 : 꼰대들아,요즘세대들에게 메뉴선택권을 돌려주자

꼰대탈출 넘버원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 불문율처럼 나를 지배하는 법칙이 몇 가지 생겼다. 첫 번째는 희한하게 하루라도 안 바쁜 날이 없다는 것이다. 바빠도 바쁘고, 바쁘지 않아도 바쁘다. 두 번째는 동료들끼리 ‘밥 한번 먹자’라고 하는 말은 ‘잘 지내라’와 같은 뜻이라는 것이다. 밥 한번 먹자 하고 실제로 밥을 같이 먹게 되는 날은 절대 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위로 올라갈수록 깨닫게 되는 한 가지 법칙이 더 있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외롭다는 사실이다. 위로 올라가면 더 많이 가지는 것 같지만, 실상은 더 외롭다. 특히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이 외로움의 크기가 더 커지는데, 외부 약속이나 위에서 밥을 먹자고 하는 경우가 아니면 난감해진다. 혼자 먹기는 그렇고, 그렇다고 밑에 직원들 눈치 보여서 밥 같이 먹자고 말하기도 모하다.


이때 꼼수를 부려본다.


“오늘 11시부터 팀 회의 한번 하고, 12시에 다 같이 밥 먹는 걸로 하자.”


간신히 밥 먹는 자리가 마련이 되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보이지 않게 펼쳐지는 메뉴 선택 전쟁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패잔병으로 빙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팀원들과 밥 먹으러 갈 때, 메뉴 선택과정을 보면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상사로 분리된다. 혹시 당신은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도 생각해 보길 바란다.


유형 1 :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 맛집 딱 정해 놓고 거기로 가는 경우

유형 2 : ‘뭐 먹을래?’라고 물어보기는 하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

유형 3 :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직원들이 고른 메뉴를 먹는 경우


아마 대부분이 3번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마치 예전에 직장 드라마 ‘미생’이 공전의 히트를 칠 때, 어느 설문조사에서 당신은 어떤 리더 유형에 해당하냐고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대한민국 70%의 리더가 나는 의롭고, 감성적이고, 스마트한 오차장의 유형에 해당한다고 대답한 이치와 같다고 생각한다. 머리로는 다 안다. 심지어 이해도 안다. 뭐가 정답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꼰대를 피하는 길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머리와 말이 따로 움직이는 것일까? 실상으로 들어가 보면, 이런 대화가 벌어진다.


l  팀장 : 야 오늘 뭐 먹을래?

l  직원 : 아무거나요

l  팀장 : 그래? 그럼 오늘 순댓국. 콜?

l  직원 : (영혼 없는 목소리로) 순댓국 좋죠.


뭐 먹을 거냐고 묻는 상사의 질문에 거의 99.9%의 직원들이 ‘아무거나’라는 동일한 메뉴를 찾는다. 물론 그 속내는 ‘팀장님이랑 아무거나 먹어도 맛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라는 속내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전에 부정적인 어떤 경험에 의해 ‘아무거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언제나 늘 상사가 메뉴를 정했거나, 물어는 보지만 늘 직원들이 제안한 메뉴에 연거푸 ‘노노’를 외치거나, 또는 결국 직원들이 선택한 메뉴를 먹기로 하고 따라갔는데, ‘맛이 어땠네, 저땠네. 다신 안오네’ 등 음식평론가로 빙의한 적이 있거나 하는 경험 말이다.


이런 경험이 거듭되거나, 한번이라도 있었다면, 직원들은 상사와 밥을 먹으러 갈 때 또는 회식 메뉴를 정할 때 상사의 질문에 '아무거나'라는 메뉴만 찾을 뿐이다. 이때 자아도취형 상사는 그 직원이 진짜 순대국을 좋아하는 줄 착각하게 되고, 이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점심시간이 되면 이렇게 말한다.


“오늘 점심 순대국 어때? 다들 좋아하자나.”

 

물론 직원들은 겉으로는 흔쾌히, 속으로는 불쾌히 따라 나설 것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 친구들과 어울리는 술자리에서 그 직원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야 오늘 술자리 메뉴는 순대 빼고 아무거나 콜. 순대는 쳐다만 봐도 토나와”


직원들이 더 이상 '아무거나'를 외치게 만들지 말자. 이제 메뉴 선택권을 돌려주자. 평소에 상사라는 이름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다하면서 굳이 밥 한 끼 의사결정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명심해야 할 사실이 있다. 직원들이 정하고 함께한 메뉴는 맛이 없어도 맛있는 거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당신 입맛에 안 맞는 것 일 뿐, 진짜 맛있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먹고 싶은 것 만 먹다가는 평생 먹던 것만 먹다가 죽는다. 1년 365일에 총 1,095끼를 먹는데. 그중 한 끼 메뉴 선정을 후배에게 부하직원에게 양보 못할 이유가 있을까? 선배는 후배가 정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이고, 꼰대는 평생 자기 입맛대로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만 먹는 사람이다.


꼰대 탈출은 직원들에게 의견을 묻고 흔쾌히 따르는 것,

그 결정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 시작을 밥상머리에서부터 연습하고 시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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