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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Feb 17. 2020

제91화: 칭찬에는 그냥 춤추는 고래가 되자.

꼰대라서 할 말은 할게

부제 : 칭찬 앞에 민망함보다, 당당함으로 대응하자.


살다 보면 칭찬이라는 것을 할 때가 많다. 때론 의례적이고, 형식적일 때도 있지만, 소통의 물꼬를 트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하고, 인간관계를 더 풍성하게 해주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늘 옷이 멋지네요.’ ,‘머리 색깔이 잘 어울리네요’, '동안이시네요’ 등의 외모 칭찬부터, ‘엑셀 능력이 탁월하시네요.’, '행사 진행 능력이 뛰어나네요’ 등 능력에 대한 칭찬까지 다양한 칭찬들이 오고 가며 삶을 윤택하게 해 준다.


하지만, 이런 칭찬의 다양성에 비해서 칭찬을 받은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거의 대부분 비슷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칭찬 앞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제일 먼저 뱉는 말은 ‘아닙니다’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너 보고서 잘 썼더라”  

“아닙니다”


그다음에는 칭찬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분석이 좋던데”

“그건, 제가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의외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칭찬 앞에 당당하거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색해하거나 민망해한다. 때로는 못 들은척하고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도 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주목받거나 칭찬을 받는 경우,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오히려 핀잔을 받거나 혼나는 경우보다 더 민망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어느 정도 오랜 전부터 형성된 자존감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했는데, 어릴 때부터 칭찬을 받지 못했거나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한 사람의 경우 칭찬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다른 사람의 칭찬을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의 자존감을 가늠할 수 있는데, 자존감이 낮은 경우 칭찬을 부인하거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서 당황한다. 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고 모면하고 싶다.


또 한 가지는 겸손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 예로부터 겸손하지 못하면 건방지다는 소리를 들었고, 나아가 ‘나댄다’ 혹은 ‘싸가지 없다’는 뒷말을 들었다. ‘겸손이 미덕이다’라는 몸에 밴 습관 덕에 칭찬 앞에 ‘아닙니다’라는 말로 겸손의 표현을 대신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진정한 겸손의 의미일까? 관련해서 미국 듀크대 심리학과 마크 리어리 교수가 정의하는 겸손의 정의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겸손은 내가 어떤 강점을 가졌다고 해서 상대방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그리고 강점으로 인해 특별한 대우를 바라지 않는 것’


이라고 정의한다. 나에 대한 애정이나 자신감이 상대를 누르는 힘이 아니라 나를 세우고 내 자존감을 높이는 것에 한정된다면 그건 오만이나 자만이 아니다. 상대방의 칭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겸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시대가 변해서 점차 사람들이 당당해지고, 자존감이 높아져서 자연스러워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들었을 때 ‘겸손’을 최우선으로 내세운다. 물론 겸손은 좋은 자세라고 생각하지만, 이에 더해 좀 더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당당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아래 세 가지 방법을 추천해 본다.


첫째, 감사인사 전하기

가장 무난하면서 정중한 방법이다. 겸손하면서도 자신을 지나치게 낮추지 않는 방식이다.


“그래 정말 그렇게 생각해? 고마워. 덕분에 힘이 되네.”

“감사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칭찬도 상대방의 의견이다. 물론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칭찬인 경우도 있지만,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생각이 담겨 있다. 거기에다 대고 ‘아닙니다’,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방의 의견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또한 칭찬을 너무 사양하면 칭찬하는 사람이 민망해지기도 한다. ‘내가 잘못 말한 건가?’ ‘괜한 이야기를 했나 보네’라는 생각에 다음부터 그 사람을 칭찬하기가 어려워진다.


둘째, 쿨하게 넙죽 받아먹기


장난스럽게 잘난척으로 대응하는 방법도 있다. 일명 넙죽 받아먹는 방법이다.


“야 너 보고서 좀 쓰네?”

“그치 내가 좀 하지?”


“너 좀 잘한다.”

“내가 좀 잘하지?”


물론 과하면 재수 없다, 밥맛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직까지는 칭찬에 인색하고, 그 칭찬을 당연시 하면 당황(?)하는 한국 문화의 특성상 다소 위험한 행동일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상황이나 분위기를 봐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의외성 있는 발언은 잘만 사용하면 웃음을 유발하면서 대화를 더 매끄럽게 이어갈 수 있는 촉매가 되기도 한다. 또한 적절한 자신감의 표현이 나 자신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상대방도 칭찬하기


칭찬에도 기브 앤 테이크가 적용되는 영역이다. 물론 칭찬을 하는 사람이 그걸 기대하고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상대에게서 다시 칭찬으로 돌아오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넙죽 받아먹고 끝내기보다 칭찬에는 칭찬으로 응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리님. 넥타이가 세련되네요”

“고마워. 근데 니 옷이 더 멋있는 거 같은데?”


물론 이렇게 받아치기 위해서는 빠른 관찰력과 순발력이 필요하다. 혹시 내가 순발력이 없거나, 아무리 찾아도(?) 상대방에게서 칭찬할 것이 없어 보이면, 관련된 화제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칭찬의 소재를 활용해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이다.


‘옷이 멋지네’라고 했으면, ‘안 그래도 요즘 입을 옷이 없어서 동대문에 가서 옷을 샀는데, 완전히 바뀌었더라. 동대문 가봤어?’라든지, ‘파워포인트 좀 하네.’라는 칭찬에 ‘요즘 내가 2020 버전을 공부하고 있는데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네.’ 등으로 관련된 이야기를 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칭찬을 활용해 대화의 범위를 넓혀보면 대화를 더 풍요롭게 이어나갈 수 있다.


세상 일에 정답이 없듯이 칭찬의 상황에서   있는 말도 정해져 있지는 않다. 칭찬을  사람의 의도나 특성에 따라 대응방법이 다를 수도 있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주변에 여러 명에게 탐문을 해본 결과 그 반응도 다양했다. 주로 젊은 층일수록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선호했고, 직급이 높거나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의 경우 그래도 아직까지는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유형을 택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답은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겸손하거나 민망해하지는 말자는 것이  글을 쓰는 취지이다.


“야 너 옷이 좋네”

“그게 아니라.. 이게 내가 고른 건 아니고..”


“보고서 잘 썼네”

“아니 다 인터넷에서 찾은 거야.. 내가 한 게 없어… 난 잘 못써…”


이런 대답이 진짜 진심일까? 때로는 지나친 겸손이 영혼 없는 리액션인이자 가식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더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게다가 스스로 나를 높일 수 있는 순간 ‘아니다, 사실은 잘못한다’ 등으로 지나치게 나를 낮추는 말과 행동이 습관이 되면 그만큼 내 자존감도 낮아질 수도 있다.


칭찬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설령 그것이 상대방의 인사치레였다고 하더라도 당당하게 받아들이자. 칭찬 앞에 부끄부끄하거나 민망함이 고개를 든다면 그 민망함에 이럴 말로 맞서 보자. 속으로 이렇게 말하자.


‘나는 그럴 자격 있어.’

‘내가 노력한 결과잖아.’


일단 나 자신의 자존감을 챙기고 난 후에, 겉으로는 이렇게 말해보자.


“응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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