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라서 할 말은 좀 할게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항상 어떤 현상이나 결과든지 양면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한다. 같은 현상이나 결과를 놓고서도 어느 관점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정답이 되기도 하고 오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 어떤 것도 100% 정답은 없다. 마치 진리처럼 통하는 세상의 명언이나 격언이라고 해도, 때로는 그 말이 적용되지 않거나 맞지 않은 상황도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중 오늘은 한 가지 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바로 ‘일희일비(一喜一悲)’라는 말이다. 풀어쓰면 ‘한 번의 기쁨과 한 번의 슬픔’이란 뜻으로, 그 자체에는 중립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여기에 ‘하지 말자’라는 단어가 추가되면서 한쪽의 의미로만 쓰이기 시작했다.
일희일비하지 말자
이런 사실은 인터넷에 ‘일희일비’라는 말을 검색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십중팔구는 ‘일희일비하지 말라’라고 주장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사소한 일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렇게 살면 스트레스만 받고 아무 일도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이면의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소소한 일이지만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일희일비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일방적으로 일희일비하지 말 것이 아니라, 일희일비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할 때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희와 일비가 교차되는 감정의 롤러코스트에 올라타고는 한다. 아침에 출근하는 길에 터질 것만 같은 숨 막힘에 기분이 나쁘기도 하고, 아침에 출근을 했는데 오늘은 팀장님이 지방 출장 가셔서 자리에 없다. '일희'가 고개를 든다. 왠지 모를 행복감에 젖어든다. 그런데 웬걸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열어보니 팀장님에게 업무지시 메일이 와있다. 출장 가는 기차 안에서 감사하게도(?) 내 생각을 하셨나 보다. '일비'가 '일희'를 몰아내고 자리를 차지한다. 좌절에 빠진다.
아주 단편적인 일상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희비가 교차되고 감정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경험하고는 한다. 이것이 우리의 일상이자,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오늘의 기쁨과 슬픔은 티클에 불과하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많고, 길게 보면 내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없다.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인생이란 멀리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많으니, 조금은 더 둔감해질 필요가 있다.
또한 나에 대한 타인의 평가나 평판에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 누가 ‘너 보고 이렇다러다, 저렇다더라’라는 말을 듣는 날이면, 무심한 척해도 괜히 신경 쓰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락가락 한다. 하지만 나에 대해 그렇게 말한 사람은 사실 나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그냥 떠들어 될 뿐이다. 그 말에 일일이 휘둘릴 필요가 없다. 물론 한 번쯤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생각해 봐야겠지만, 거기에 내 감정까지 저당 잡힐 이유는 없다.
세상 사람들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다. 모두 자기 생각, 앞가림으로 하루가 바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에게는 내 실수, 내 행동은 그저 가십거리나 킬링 타임용 대화 소재일 뿐이다. 그들에게 있어 나의 문제는 ‘아메리카노를 마실까 라테를 마실까’ 하는 고민보다 못하다. 그러니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은 김대리,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소리에 흔들리지 말자. 일희일비하지 말자.
일희일비해야 할 때
일에 있어서 만큼은 일희일비 하자. 일희일비는 성공으로 가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
조금이라도 잘못된 일에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개선 방법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가 0이 되고, 나아가 0이 +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작은 실수라고 해서, 90점이라고 해서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고 내버려 두면 언젠가 그건 반드시 큰 실수로 이어지고, 90점은 어느 순간 70점, 10점이 되어 있는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관련해서 지금은 예능인이지만, 왕년에 대한민국 농구계를 주름잡았던, 농구 선수 서장훈 씨의 말을 인용해 본다.
“선수 시절 제 평균 득점이 20점이었습니다. 꽤 높은 점수였어요. 그런데 저는 여기에 만족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30점을 넣을 수 있었는데, 20점 밖에 못 넣은 날에는 자책하기도 하고, 비디오를 분석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만약 서장훈 씨가 20점을 넣고 만족하는 사람이었다면, 지금 그에게 주어진 수식어 ‘국보급 센터’라는 말은 없었을 것이다. 아마 마흔이라는 나이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기쁜 일에도 마찬가지다. 일희를 충분히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 기쁨에 취해 자만심이 끼어드는 것은 경계해야겠지만, 작은 성취나 결과에 만족하고 기쁨을 표현하고 스스로에 보상하는 일은 동기부여가 되고, 힘든 직장생활을 버틸 수 있는 활력소가 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자존감이 무너지는 순간이 더러 있다. 사람들은 칭찬에는 인색한데 비난에는 도가 텄다. 아무도 나를 치켜세우거나 칭찬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나에게라도 칭찬해 주고 인정해 주자.
“그래 나 잘했다. 보고서 잘 썼어. 대단하다 너”
잘못한 일은 철저하게 일비 하면서 반성하되, 잘한 일에는 일희 하면서 그 순간을 즐기며 나에게 보상을 하자.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희일비 하자. 일에 있어서 만큼은 일희일비를 즐기자.
소소한 감정이나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는
일희일비하지 말되,
내가 한 일에 있어서 만큼은
철저하게 일희일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