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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Mar 09. 2020

제98화:일도 게임처럼 재미있게 할수는 없을까 -2편-

꼰대라서 할 말은 좀 할게

예전에 유행했던 드라마, 힘센 여자 도봉순을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봉순아.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해봐. 재미있잖아?”


게임회사 대표인 남자 주인공이 어려운 문제 앞에 망설이는 여자 주인공에게 한 말이다. 물론 게임과 전혀 관계없는 일을 게임화해서 생각해 보라는 남자 주인공의 논리가 다소 과한 설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 좀 더 즐겁게 의미 있게 해 나갈 수 있다면 게임이 가진 요소를 일에 적용해보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전편에서 소개한 게임의 3가지 요소를 일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본다.


첫째, 일을 퀘스트라고 생각하고 해 보자.

누가 시켜서 하는 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 지겨운 일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마주한 현실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하지만 내가 성장하기 위해서, 경험치를 쌓기 위해서 해야 하는 하나의 미션으로 생각하면 일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이야 그저 하기 싫은 일이만 내가 성장해 가는 과정이자, 인생의 한 점을 찍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하나의 일을 끝낸다고 해서, 게임처럼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지고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게 쌓인 경험은 언젠가 눈에 보이는 실력이란 보상으로 주어질 것이다. 일을 하면서, 나라는 캐릭터를 성장하기 위한 퀘스트이자 충분한 연습이라고 생각하자.


이때 일을 좀 더 게임처럼 느끼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내가 할 일’과 ‘내가 완료한 일’을 눈에 보이게 가시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다. 우선 하루, 또는 일주일에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만든다. 그리고 그걸 하나씩 완료해 나갈 때마다 하나씩 지워 나가는 것이다. 이때 일종의 쾌감이자 묘한 성취감이 느껴진다. 머릿속에서만 보이지 않게 끝냈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전해진다. 소위 시각화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속 화면에서 ‘미션 컴플리트’가 뜨는 것처럼, 내가 할 일의 목록에 한 줄을 쫙 긋는 순간 ‘하나 끝냈네’라는 심리적인 만족감이 전해질 수 있다.


일도 게임과 마찬가지로 난이도가 쉽거나 반복되는 일만 하면 재미가 없다. 다 해봤던 일,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만 주어진다면 흥미는 떨어지게 되어 있다. 때로는 보스도 나타나고, 특별한 퀘스트를 수행해야 몰입감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이런 일은 그냥 벌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도전적이고 새로운 일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신세 한탄을 할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일을 기획해 보자. 기존에 하던 방식에서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 새로운 아이디어,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을 스스로 기획해보자. 설령 상사가 내 아이디어나 기획안을 받아주지 않고, 통과되지는 못하더라도 새로운 일을 만들고 주도하는 과정에서 흥미도 느끼고 실력도 향상될 수 있다.


둘째, 스스로에게 보상하고 성장의 과정을 즐기자.


베스트셀러 저자 칙센트 미하이는 그의 저서 ‘몰입’이라는 책에서 인간에게 몰입이 일어나는 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난이도 있는 과제, 과제와 나의 수행 능력 간의 균형, 마지막으로 즉각적인 피드백이다. 여기서 말하는 즉각적인 피드백이 바로 게임에서 주어지는 보상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보상은 꼭 물질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론 돈, 승진, 선물과 같은 보상을 따라갈 자 세상에 없지만, 그에 못지않게 칭찬이나 인정과 같은 내적 보상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특히 일을 하다 보면 상사의 피드백이나 칭찬, 고객의 감사 인사 등은 그 어떤 보상보다 큰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이런 내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로 일한다면 좀 더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때때로 일이 좀 더 재미있고 몰입할 수 있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이런 일이 자주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 세계에서 남들의 인정과 칭찬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내가 나에게 주는 보상이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주는 피드백, 나에게 주는 보상은 때때로 내 열정을 다시 샘솟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 보고서 하나를 끝내고 나서, 나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하거나 한 시간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 보자. 커피를 마시거나 게임을 하는 등의 휴식을 통해 나에게 보상을 하자. 단 이때도, 철저하게 보상에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이 좋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내가 나에게 주는 보상이다’라는 식으로 소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한다면 좀 더 가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물론 회사에서 주는 보상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인센티브, 승진, 보너스 등의 보상 시스템은 직장인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보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보상의 경우 즉각적이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나의 수행과 보상 간의 시간적인 텀이 너무 길다. 때로는 보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보다 일상 속에서 내가 경험할 수 있는 소소한 보상, 그리고 내가 나에게 주는 셀프 보상을 즐겨보자. 그러다 보면 점점 실력도 커가고, 남들이 무시하지 못하는 실력을 갖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비록 게임 속 레벨과 같이 10 레벨, 11 레벨처럼 수치화해서 내 등급을 매길 수는 없지만, 언젠가 만렙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어 줄 것이다.


*만렙 : 꽉 찬 레벨, 최고의 레벨을 의미함  


셋째,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소속감을 느껴보자


때때로 회사는 외로운 공간이다. 회사 내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온통 자기 생각만 하고, 홀로 고립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사방에 온통 ‘적 밖에 없네’라는 생각이 들 때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외로움 속에서, 때로는 주변 동료의 도움이나 무심한 격려 한 마디에 묘한 만족감이나 소속감을 느끼는 순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순간을 좀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언제나 내가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 아웃풋은 언제나 공정하다. 내가 집어넣은 인풋만큼, 아웃풋으로 돌아온다. 내가 먼저 돕고, 내가 먼저 격려하고 칭찬하기 시작하면 언젠가 그런 도움들이 나를 향해 빗발치게 되어 있다. ‘사람들이 왜 나를 안 도와주지?’라고 불만이 고개를 든다면, 나의 행동을 먼저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평소에 틈틈이 내가 먼저 도움을 주고
신뢰를 쌓아 둔다면
언젠가 더 큰 도움으로 돌아올 것이다.


때로는 경쟁의식을 가질 필요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경쟁은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다. 재미를 느끼고 성장하기 위한 경쟁을 의미한다. 잘못된 시기 질투나 승패가 갈리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서로 성장하기 위한 경쟁을 의미한다. 내가 남보다 잘하는 부분이 있다면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배우고 취하고자 하는 노력이 여기서 말하는 경쟁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의미 있는 경쟁은 나와의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넘어서는 것만큼 짜릿한 승리도 없다. 시간 경쟁이 될 수도 있고, 퀄리티 경쟁이 될 수도 있다. ‘10분 안에 끝내던 것을 5분 안에 끝내보자’, ‘이번 기획서는 80점짜리를 써보자’, ‘네 번이 아니라, 두 번 만에 통과되는 보고서를 써보자.’, ‘오늘은 책을 20분 말고, 30분 읽어보자’ 등으로 어제의 나를 넘어서는 경쟁을 즐기고 도전해 보자. 일이나 삶이 좀 더 재미있게 다가오는 경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단언컨대 세상에 재미있는 일은 없다.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일만 있을 뿐이다. 태초부터 인간에게 일은 노동이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건물주를 꿈꾸고, 로또 한방을 노리고, 인세 수입으로만 살아갈 수 있다면 일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그만큼 일은 늘 스트레스이고,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성격의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존과 직결된 일을 피할 수는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마음을 고쳐 먹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지겹다.’ ‘하기 싫다.’ ‘괴롭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일은 더 그런 성격의 것이 된다. 세상에 재미난 일은 없지만, 일을 게임처럼 퀘스트라고 생각하고, 보상을 스스로 창조하면서, 협력과 경쟁을 즐기면서 해보자. 오늘은 그렇게 하기 싫던 일이, 내일은 좀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되어줄 것이다. 말 그대로 게임처럼 일을 즐기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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