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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설득의 화법, If i were you

상대방을 설득하는 언어

by 갓기획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내 친구는 오지라퍼이다. 오지랖도 이런 오지랖이 없다. 남의 도움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인간성이라고 하더라도, 굳이 부탁하지 않은 일까지 나서서 이런저런 조언을 일삼고는 한다. 직업이 취업 컨설턴트라 그런지 일종의 직업병 이기도 하며, 남들에게 조언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인생의 큰 낙으로 삼는다. 친구는 상대방이 자신의 조언을 받아들여 그 조언대로 실행이 되면 보람을 느끼지만, 반대로 자신의 조언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반대로 행동하면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술자리에서 친구가 나에게 이런 하소연을 한다.


“야 요즘 사람들은 고마운 걸 몰라. 내가 내 시간 써가면서 몇 시간 동안 코칭해주고 조언해 줬는데.. 결국 자기 하고 싶은데로 하더라. 진짜 빡쳐”


일단 친구를 위로하고 본다.


“야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넌 니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됐지. 어차피 선택은 그 사람들 몫이잖아. 나중에 후회할 거야. 잊어”


친구도 조금은 수긍하는 눈치다. 내가 다시 말을 이어간다.

“야 근데 너 조언할 때 어떻게 하냐?”


역시 말하기 좋아하는 놈, 30분 동안 말을 이어간다. 핵심은 ‘내가 전문가다. 이런 걸 해보니 좋더라, 너도 이런 걸 해봐라. 검증된 내용이다’ 등으로 논리 정연하기 짝이 없다. 전문가 냄새가 폴폴 난다. 다 듣고 나서 내가 한 마디 해본다.


“너무 좋은데. 너무 전문가 같다. 결국 나는 너에게 이런 정보를 줬으니까 선택은 네가 하라잖아. 근데 너무 전문가 같아서 그런지 ‘그건 니 얘기고’라는 생각이 좀 든다.”


친구가 발끈한다. 지적질하기 좋아하는 놈은 지가 지적질을 당할 때 가장 발끈한다.


“야.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건 니 얘기고’ 라니?”


“음. 뭐랄까. 너무 좋은 이야기인데, 좀 진정성이 안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좋은 얘기를 듣기는 들었는데, 확 와 닿지 않는다고나 할까?”


친구가 조금 머쓱해하며 한발 뒤로 물러난다.


“그러냐? 내가 너무 똑똑한가? 그럼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갑자기 공을 나에게 넘긴다. 역시 똑똑한 녀석이다.


“나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냐? 근데 나는 예전에 이렇게 말해 주는 사람이 참 좋더라고. 나한테 우리 아버지가 먹을 약을 추천해 주는데, 이렇게 말하더라고.. ‘만약 저희 아버지라면, 이 약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근데 그 말이 왠지 모르게 되게 진정성 있게 느껴지고, 설득력 있게 다가오더라고. 그 사람이 내 편에서 서서 말하는 느낌이랄까? 왠지 나를 이해하고 나를 위해서 말한다는 느낌이 들었어.”


“아 그러니까.. 내가 만약 너라면 이렇게 하겠다. 뭐 이런 느낌이네?”


“그치.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사람이 나라면 이렇게 행동하겠다고 말하면, 왠지 더 진정성 있고 힘이 느껴지지 않을까?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다음 안주로 뭘 먹을지 고민하는 나에게 친구가 이렇게 말을 건네 온다.


“야. 사케에는 어묵탕이지. 내가 너라면 어묵탕 시키겠다”


결국 지가 먹고 싶은 안주를 시켜 먹기 위해 내가 했던 말을 이용하고 있는 친구가 밉기도 하지만, 왠지 밉지 만은 않게 느껴졌다.


인생은 언제나 선택이고 우리는 그 선택 앞에 늘 망설인다. 때로는 누군가가 내 선택을 대신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내 선택을 의지하기도 한다. 이때 돌아오는 대부분의 대답은 ‘이렇게 하는 것도 좋을 거 같아, 저렇게 해봐’ 등 불확실한 조언일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이기도 하고, 남의 인생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때, 남들과 다르게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진정성을 담아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내가 너라면 말이야, 이렇게 할 것 같아”


그 어떤 조언보다 진정성과 확신이 느껴지는 조언 앞에 나라면, 그 선택을 받아들일 것이다. 적어도 진지하게 고민은 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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