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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에도 기술이 있다, 고수의 4단계 설명법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언어

by 갓기획

어느 날, 취업 컨설턴트로 일하는 친구의 강의를 참관한 적이 있다. 강의 주제는 ‘취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역량’으로, 취업 준비가 한창인 대학교 4학년들을 위한 강의였다. 꼭 필요한 강의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강의장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강의가 시작한 지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한두 명씩 졸기 시작하고, 유튜브를 보거나 아예 강의장 밖으로 나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친구의 강의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상황 파악을 위해서 옆에 앉은 학생에게 슬쩍 물어본다.


“학생들이 이 수업에 관심이 없어요? 왜 반응이 이렇죠?”

“기업체 현장실습 나가려면 꼭 들어야 하는 교육이에요. 의무교육이라 그런가 봐요.”


아하. 순간 ‘딱’ 하고 감이 왔다. 한 마디로 억지로 끌려온 학생들이었다. 배우고자 하는 욕구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이었다.


이런 학생들을 대상으로 친구는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고, A부터 Z까지 취업에 필요한 역량과 기타 스킬들에 대해서 역설하고 있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친구가 쏘는 화살들이 학생들이 든 방패에 막혀 힘없이 땅에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나고, 와이셔츠가 흠뻑 젖도록 열강을 한 친구가 나에게 다가온다.

“어때. 내용 괜찮지?”


친구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보며, 차마 첫마디부터 지적질을 할 수는 없었다. 일단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다.


“응 내용은 좋네.”

“내용은이라고? 그럼 다른 것은 별로라는 이야기네?”


역시 눈치 하나는 끝장나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왜 강의를 저런 식으로 했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한마디 건네본다.


“야 네 강의 내용은 되게 좋은데, 일단 내용이 너무 많아. 그래서 끝나고 나면 기억나는 게 별로 없을 것 같아. 마치 반찬은 다양하고 겉보기에는 화려한데, 실제로는 먹을 게 하나도 없고 먹고 나서도 기억나는 게 하나 없는 ‘도련님 도시락 세트’ 같다. 차라리 김치찌개 백반이나 치킨마요 덮밥 만도 못한 그런 도시락처럼 느껴져. 하나라도 확실하게 가르쳐 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친구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러면서 힘없는 변명을 날려온다.


“야. 근데 어떻게? 다 중요한 내용이고, 다 필요한 내용인데.”

“그렇지. 잘 알지. 다 중요하지. 근데 그건 네 생각이지. 그런 말도 있잖아. 모든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과 같다. 일단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수를 줄여. 중요한 것 3-4개만 이야기하고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핵심은~~, 가장 중요한 것은~~.그럼 사람들이 어? 뭔가 중요한 얘기인가 보다 하고 관심을 좀 더 가질수 있어."


친구도 수긍하는 눈치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간절한 눈빛을 날려온다.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달라는 눈빛이다.


“야 나라고 뭐 정답이 있냐? 근데 나도 강의를 하거나 내 얘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하면서 깨달은 사실인데, 이렇게 설명하면 좀 설득력이 높아지는 것 같더라고.”


1) 개념/정의 –> 2) 중요성/필요성 –> 3) 구체적인 방법 -> 4) 관련된 사례


“일단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명확한 정의와 개념을 설명해 주고, 그다음 단계가 더 중요해. 이게 왜 중요하고, 왜 필요한지 그걸 확실하게 집어주고 다음 이야기를 해야 집중하기 시작하더라고.”


친구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내 말을 받아친다.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 그게 왜 필요한지, 왜 중요한지를 강조하라는 이야기지?”


“맞아. 근데 여기에서 멈추면 안 돼.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고 끝내면 ‘그냥 좋은 얘기 들었네’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What과 Why는 알았는데, How가 없으면 공허한 이야기로 들릴 가능성이 커. 그래서 그다음으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면 좋아.”


“맞네. 가끔 교육생들 표정을 보면 ‘그래서 어쩌라고요?’,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요?’ 그런 표정을 볼 수 있는데 그게 그런 의미였구나.”


“설명의 고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해. 관련된 사례나 예시를 들어 설명하는 거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줘도 그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기가 쉽지는 않거든. 이때 예시를 들어서 설명해 주면 이해하기가 쉽지”


“오케이 접수했어. 그러니까 네 말은 만약에 내가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치면, 이렇게 얘기하는 거네?"


1) 개념: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

2) 중요성: 기업은 문제로 가득하고,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곧 일을 잘한다는 것과 직결되어 있

다. 문제 해결력 = 일하는 능력. 그래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3) 방법: 문제 해결의 방법은 ‘문제-원인-해결책’.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찾아서,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개선

하는 것이 핵심방법

4) 사례: 우루사 광고를 예로 들어, 피곤하지? – 간 때문이야 – 간 기능 개선제 우루사


이해력 하나는 빠른 녀석이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친구의 강의가 취준생들의 방패를 뚫고 그들의 머리에 꽂히는 날이 오기를 응원해 줬다.


WIIFM 메시지라는 말이 있다. ‘What’s in it for me?’라는 문장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인데, 설명이나 설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게 나에게 뭔 의미가 있어?’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그건 니 얘기고’가 아니라, ‘아 내 얘기구나’라고 생각이 바뀌는 순간, 비로소 듣고 싶다는 동기가 생기는 것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그 포인트를 잘 알고 공략할 줄 아는 사람이다. 여기에 더해 구체적인 방법과 관련된 사례까지 제시해서 설명하는 능력을 갖춘다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그 누구보다 잘 전달하게 될 것이다.


강의를 하거나, 부하직원을 코칭하거나, 배우자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념 또는 정의 – 중요성 – 방법 – 사례]의 순서로 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중구난방으로 말하거나, 감정이나 열정만 앞세워 이야기하는 방식보다 훨씬 쉽고, 명쾌하고, 이해가 빠른 전달 방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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