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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법, 한 마디면 충분하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언어

by 갓기획

친구와 함께 지방에 강의를 가는 길이었다. 친구 와이프가 하필 오늘, 차를 쓴다고 해서 내 차를 타고 함께 이동중이다. 이런 쪽으로는 머리가 귀신같이 돌아간다. 추측 하건데, 오늘 친구 와이프가 차를 쓰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라, 내 친구가 내 차를 얻어 타고 가야하기에 차를 써야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데에 내 손모가지를 걸어본다. 아무튼 오랜만에 친구와 일 얘기, 사람 얘기를 하며 즐겁게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친구의 전화가 방정맞게 울려 된다. 와이프의 전화였다.통화를 하며 잠자코 듣고 있던 친구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이윽고 한마디를 꺼낸다.


“너는 정신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누가 밖은 거야?”


아무래도 와이프가 차 사고를 낸 것 같다. 통화는 몇 분간 더 이어졌다. 한참을 흥분해서 통화를 한 친구는 괜히 뻘쭘했는지 나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와이프 괜찮겠지?”

“야 그걸 왜 나한테 묻냐. 니 와이프한테 이야기했어야지. 내가 볼 때 이미 늦었다. 너 이거 1년 짜리다.”


내 친구는 오늘 사건을 계기로 와이프에게 1년, 아니 평생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아마 비슷한 일이 있거나 관련된 상황이 펼쳐지면 와이프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당신은 사고가 났으면 나를 먼저 챙겨야지? 차가 먼저야? 누가 박은게 더 중요하냐고? 그런 건 나 죽고나서 따져”


물론 내 친구가 100% 잘못했다고 만은 할 수 없다. 일단 와이프가 직접 전화를 했다는 사실에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친구는 자연스레 다음 문제로 생각이 넘어간 것이다. 전형적인 리더의 사고 방식이자 탁월한 문제 해결자의 사고 패턴이다. 상황에 공감하고 상대방을 위로해주는 순서로 진행해도 되는데, 그 1분의 시간을 아끼려다 1년짜리 잔소리 거리를 만들어 버렸다. 내 친구가 100번 잘못했다.


가끔 소통이나 리더십 강의를 하면서 내가 자주 언급하는 질문이 있다. 아이가 친구와 싸우고 돌아와서 ‘아빠 나 친구랑 싸우고 왔어’ 라고 말하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생각할 시간을 많이 주지 않고, 즉각적인 답변을 요구해 본다. 이때 참가자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이를 정리해 보면, 일단 50% 정도의 사람들이 굉장히 상식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래? 다친데 없어?”


나머지 30% 정도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왜 싸운건데?”


여기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머지 19%는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먼저 떄렸어?”


전형적인 문제 해결자의 사고 방식이다. 아이의 마음은 온데 간데없다. 일이 크게 번질 것을 가정하고, 책임 소재를 고민한다. 공감과 위로의 말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포커스를 맞춘다. 위에서 20%가 아닌 19%라고 말한 것에는, 19%를 뛰어넘는 탁월한 문제해결자 1%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답변은 이랬다.


“싸운 애 부모 직업이 뭐니? 변호사는 아니지? 경찰이야?”


누구나 살면서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이때 대부분이 하는 말이 ‘아 그래서 어쩔껀데?’, ‘누가 잘못한거야?’, ’누가 책임 질꺼야?’ 등이라고 한다. 문제 상황 앞에서 걱정이 앞서고, 책임질 것이 두렵다. 잘못을 하거나 실수를 한 사람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 실수를 저지른 사람도 분명 걱정되고, 두렵고, 마음이 괴로울 텐데 그런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문제 그리고 해결에만 집중된다. 문제 해결에 앞서 좀 더 소중한 상대방의 마음을 지키자. 결코 어렵지 않다. 한 마디면 충분하다. 많은 시간이 필요 하지도 않다. 10초면 충분하다.


“그럴 수도 있지. 많이 힘들었겠다.”

“나도 그런 실수 해본 적 있어. 누구나 다 실수해.”

“괜찮아? 같이 고민해서 해결해보자”


라고 먼저 말해 놓고, 그 다음에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민해서 해결해보자. 상대방의 마음을 지키고 같이 머리를 맞대면 못해낼 일도 없다. 그렇게 내가 지켜준 그 사람의 마음은 언젠가 몇 배의 보상으로 나에게 돌아온다. 마음의 빚에 대한 보상은 생각보다 그 크기 때문이다.


상황체크 - 괜찮니?
위로의 말 - 힘들었겠네. 고생했겠네.
해결방안 제시 -일단 이렇게 한번 해보자


친구와의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래 전 파트장으로 근무할 때 생각이 스쳐갔다.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해외여행을 떠난 직원이 여권을 잃어버려서, 복귀가 늦어진다고 연락이 왔다. 그 얘기를 듣자 마자 나는 화가 나서 이렇게 말했다.


“넌 도대체 무슨 행동을 그렇게 해. 그래서 언제올 수 있는데? 몇 일이 늦어지는 건데? 내일이 아카데미 행사인데, 어쩌라고”


직원은 곧장 울음을 터뜨렸다.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얼마전에 그 직원과 오랜만에 만나서 간단하게 소주 한잔을 먹는데, 가볍게 취기가 오른 그 직원이 말한다.

“대표님. 저 이제 해외 나가도 여권 안 잃어버려요!! ㅋㅋㅋ”


웃음으로 넘기고 있지만, 상처가 컸나보네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한번 반성하며 내 혀에 새겨본다. ‘해결보다 위로와 공감이 먼저’ 라고 말이다. 언제나 사람이 먼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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