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배려하는 언어
오랜만에 친구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갔다. 1박 2일 동안 관광지도 구경하고, 맛집도 탐방하며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친구 가족과는 오래전부터 함께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래서인지 이제는 여행 중 나름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 친구는 주로 맛집 검색 및 요리 등 을 담당하고, 나는 찍사로 빙의해서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준다. 지난 10년간 카메라 회사에 다니며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가 있기 때문이다.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자마자,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해서 단톡 방에 올린다. 이런저런 감상평이 끝나고, 친구가 나름의(?) 칭찬을 날려 온다.
“야 카메라 죽이네. 얼마 짜리냐?”
말 한번 더럽게 싸가지 없이 하는 놈이다.
“야 사진은 내가 찍었는데, 웬 카메라 칭찬이냐”
칭찬은 사물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하는 것이 좋다. 카메라가 좋아서 사진이 좋을 수도 있지만, 사진을 잘 찍고 싶은 노력과 열정이 더 좋은 사진을 만든다. 그 열정과 노력을 칭찬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관련해서 ‘오늘 옷 이쁘네’ 보다 ‘옷 잘 어울리네’가 더 좋은 칭찬이다. ‘옷 이쁘네’라는 칭찬은 옷을 만든 사람을 칭찬하는 것이다. 그 옷을 선택하고 그 옷을 입어서 잘 어울리는 사람을 칭찬해 주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칭찬이다. 오늘따라 멋진 옷을 입고 온 후배가 있다면, ‘옷 멋지네’라는 칭찬도 좋지만 ‘야 패션감각 좋네.’,’ 옷 고르는 센스가 있네’라는 칭찬이 좀 더 좋다고 생각한다. 미묘한 차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나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들어낸 사람의 노력과 실력을 칭찬하는 것이 더 좋은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성공이나 성취, 일의 결과에 대한 칭찬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이루어 내기 위해 그 사람이 기울인 노력의 의미를 알아주는 칭찬이 더 의미 있고 감동적일 수 있다.
내 말이 날카로웠는지, 친구가 다시 저자세로 접근해 온다. 하여튼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른 놈이다.
“사진 잘 찍었다는 얘기지. 고생했다”
그런데 어쩐지 이번 말도 기분 좋은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다. 사실 ‘사진 잘 찍는다’는 얘기는 나에게 더 이상 칭찬이 아니다. 그동안 수 없이 반복적으로 들어온 말이기도 하고, 조금은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말로 들린다. '예쁘다'는 이야기를 밥 먹듯이 듣는 사람에게 ‘예쁘네요’라는 칭찬이 크게 의미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칭찬을 할 때는 막연하게 하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이나 특징을 잡아내서 하는 것이 좋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멘트나 상투적인 말은 잠깐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지만, 돌아서면 입에 발린 말처럼 들릴 수 있다. '좋네, 잘했네, 최고야'라는 말은 들을 때는 기분이 좋지만, 진짜 잘했다는 건지 아니면 예의상 하는 말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관련해서 책 ‘호텔 VIP에게는 특별함이 있다’를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칭찬 한마디도 구체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늘 식사 어떠셨나요?’라는 요리사의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았어요”,”맛있었어요”
라고 말하지만, VIP의 칭찬은 조금 다르다고 한다.
“오늘 스테이크 굽기가 딱 좋아서, 고기가 어디로 넘어가는지 몰랐어요. 아주 맛있었어요”
“오늘 직원분이 요리 설명을 너무 재미있게 해 주셔서 아주 즐겁게 먹었어요”
물론 VIP가 말하는 것이 다 맞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에게 이런 습관이 있었기에 VIP가 되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칭찬을 할 때는 정확하게 구체적인 특징을 잡아서 하는 것이 좋다. 칭찬하고 싶은 포인트를 정확하게 집어주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은 좀 더 노력이 필요하고 어렵다. 하지만 상투적이고 의례적인 칭찬보다 듣는 사람에게 훨씬 더 의미 있게 들리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기까지의 고민에 담긴 진정성이 칭찬받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내 친구가 칭찬의 기술을 조금만 더 알고 있었더라면,
“너는 참 사진 구도를 잘 잡는다."
"와 표정을 예술적으로 잘 담아 네네"
등으로 구체적인 칭찬을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행동이 미칠 영향이나 앞으로의 기대사항까지 언급해 주면, 더 좋은 칭찬이 될 수 있다. 칭찬이 지속적인 힘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다.
“야 이 사진 SNS에 올리면, 댓글 난리 나겠는데?”
“앞으로도 가족사진은 네가 책임지는 거다? 잘 부탁한다”
아무 의미 없이 날린 칭 한마디는 허공에 흩어질 뿐이지만, 구체적으로, 결과가 아닌 과정을, 영향력이나 앞으로의 기대사항까지 담은 진정성 있는 칭찬은, 말 그대로 그 사람을 춤추게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친구나 지인 가족과 놀러 가서 그들이 사진을 찍어주는 경우가 생긴다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나 방식으로 칭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가족사진 찍어주려고 무거운 장비 챙겨 와서 사진 찍어 줘서 고맙다(과정 칭찬). 우리 가족이 행복해하는 장면이 잘 담겨있네, 표정이 아주 살아있어. (구체적인 칭찬). SNS에 올리면 진짜 사람들이 부러워할 거 같아. 좋은 친구 뒀다고. 앞으로도 가족 사진은 네가 전담마크해라 (영향력과 기대사항 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