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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Jan 05. 2021

글을 쉽게 쓸 수 있는 방법, 두 번째 이야기


넷째, 나만의 글쓰기 시스템을 갖춰라 


여기서 시스템이라 함은 환경을 의미하며,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시간, 도구, 장소 3가지 조건을 갖추면, 글쓰기가 조금 더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시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쓴다고 말하며, 대부분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시간 내서 글 써야지” 


이렇게 말하는 것은 '글을 쓰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절대 글 쓸 시간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밀려서 그 시간은 절대 오지 않는다. 글은 시간 내서 쓰는 것이 아니다. 그냥 쓰는 것이다. 일주일이나 하루에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정해놓는 것이 좋다. 쓸 시간을 정해놓고 써야 글을 쓸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직장에 다닐 때는 주말 새벽에 2-3시간을 매주 썼고, 점점 습관이 되자 평일 오전 일찍 출근해서 1시간씩 글을 썼다. 점점 재미가 붙고 목표가 생기자 퇴근 후에도 한두 시간씩 글을 썼다. 자연스레 책 쓰기에 도전했던 것도 이 시점이다. 시간을 정하고 글을 쓰자, 글이 써지기 시작했고 습관이 되자 그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재미도 생겼다. 


둘째, 글쓰기 도구다.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한다’는 옛말은 보통 부정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장이 안 좋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연장이 좋아야 계속 만지고 싶고, 글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뭐든 좋아야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역할을 글쓰기 도구가 해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라미 만년필을 사서 썼다. 만년필이 종이를 쓸고 나갈 때의 촉감이 좋았다. 그 재미로 글을 썼다. 돈을 좀 모아서 몽블랑 볼펜을 샀다. 글은 주로 아날로그 적으로 썼지만, 이걸 최종적으로 컴퓨터로 옮길 때는 기계식 키보드를 이용했다. 타각 타각 거리는 소리가 좋아서 또 그 재미에 글을 썼다. 메모나 컴퓨터 작업이 불가능한 공간에서는 메모 어플을 활용해서 글을 썼다. 종이에 쓴 글, 메모 어플에 쓴 글, 컴퓨터에 작업한 글을  모아서 책까지 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장소다. 


나만의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는다. 한마디로, 글쓰기를 위한 나만의 [카렌시아]를 찾아야 한다. 카렌시아(Querencia)는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를 뜻한다. 투우에서 소가 투우사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잠시 쉬는 곳을 뜻하며, 최근에는 그 의미가 확대되어,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휴식처를 의미하는 뜻으로 쓰인다. 


글쓰기를 위한 나만의 카렌시아를 확보할 것을 추천한다. 집에서 써도 되고, 커피숍에서 써도 되고, 스터디 카페에서 써도 된다. 집중이 잘되고, 생체리듬과 맞는 곳이 좋면 어디든 좋다. 



나는 거의 모든 글을 커피숍에서 썼다. 이게 습관이 되니까 커피숍만 가면 뭔가 써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도 생겼다. 뇌가 반응해야 한다고 해야 하나? 커피숍에서는 유난히 글이 잘 써지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최소 몇 장의 원고는 완성해야 빠져나왔다.   


시간: 시간을 정해놓고 쓴다.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매일 쓴다

도구: 펜, 키보드, 다이어리, 메모 어플 등 도구를 갖춘다. 

장소: 나만의 카렌시아를 찾아서 쓴다.  


결국 시간, 도구, 장소의 3박자가 갖추어지고, 몸과 머리를 그 시스템 안에 가두면 글쓰기가 수월해진다. 물론 정답은 아니지만, 그만큼 글쓰기를 위한 습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다섯째, 한 번에 제대로 된 글은 없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100% 공감하는 말이다. 주변에 책 쓰기를 시도하다가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대부분의 이유가 내가 쓴 글을 돌아봐서 그렇다. 50페이지 남짓 쓰고, 슬슬 내가 쓴 글이 궁금해진다. 돌아보면 쓰레기도 이런 쓰레기가 따로 없다.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고, 좌절감만 맞보고 포기한다. 


혹시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일단 시작했으면 뒤 돌아보지 말고 계속해서 써나가기 바란다.  일단 200페이지든 300페이지는 다 쓰고 돌아봐야 한다. 물론 이때 마주하는 것도 쓰레기일 가능성이 크다. 반이상은 버리고, 반 이상은 수정해야 한다. 고통의 시간이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글은 좋아지고, 글쓰기 실력은 늘 것이다. 돌아보면 절대 못쓴다. 돌아보는 순간, 다시 처음부터 쓰고 다시 보고 다시 또 처음으로 돌아간다. 무한루프의 반복일 뿐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쓰고, 고치고, 또 쓰고 고치고를 반복해야 글이 좋아지고, 비로소 모습을 갖추게 된다. 단적으로 초고를 쓰는데 30-40%의 시간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고치고 수정하는데 쓰는 것이 좋다.


나 또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다면, 내가 쓴 글의 초고와 마주하는 순간이다. 정말 형편없어도 이렇게 형편없을 수가 없다. 한번 고쳐 쓰면 그나마 글 같은 생각이 든다. 두 번 고쳐 쓰면 비로소 읽힌다. 세 번 고쳐 써야 어디 내놓을 만한 글이 된다. 고치고 고쳐야 글이 된다. 


특히 책을 내려는 사람이 있다면, 다 쓴 원고를 최소 10번은 고치고 수정해야 비로소 책으로 낼 만한 글이 만들어질 것이다.  



마지막, 평소에 글쓰기의 소재를 모은다. 


작가는 말을 모은 사람이다.
-김영하 작가-



글쓰기에 도전하는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글을 쓰다 보면 글 빨은 되는데, 소재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소위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냥 쓰고 싶은 것을 쓰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평소에 글의 소재를 모아야 한다. 티브이를 보다가, 라디오를 듣다가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이 좋으면 적어 둔다. 거기서 글이 시작된다. 명언, 명대사, 책 속 문장을 끊임없이 모은다. 이런 것들이 모이면 내가 쓰고 싶은 것이 생기고, 그런 한 줄에서 글이 시작된다. 쓰다 보면 그동안 모아 놓은 소재나 생각들이 이어진다. 처음부터 갖추고 쓰는 것이 아니다. 소재를 모으다 보면 자연스레 쓰고 싶은 것이 생기고, 글을 쓰는 게 어렵지 않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쓰는 일은 가장 즐거운 일이자,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쾌락과 고통의 양극단을 오가는 외줄 타기와도 같다. 글이 잘 써지 않을 때는 미친 듯이 고통스럽다가, 글이 잘 풀리고 나름 좋은 글을 써내면 그때의 전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 양극단을 오간 시간이 벌써 5년, 그간 4권의 책을 출간했고 올 해는 2권의 책이 더 나온다. 책을 통해 나름의 명예도 얻었고, 큰돈은 아니지만 매월 안정적인 인세 수입도 발생한다. 


글쓰기가 명예를 쌓거나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지만,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수단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꼭 글쓰기에 도전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그 시점은, ‘언제가’ 또는 ‘다음 달부터가’ 아니라, 꼭 오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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