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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Aug 11. 2019

제16화: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일

꼰대니까 할 말은 좀 할게

교육 담당자로 일하면서 회사의 온갖 행사를 도맡아 진행했다. 내가 일은 아니었지만, 기왕에 하는 일이기에 잘하고 싶어서 철저히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프로그램을 짜고 사회를 보는 일은 혼자서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행사 당일 행사장을 세팅하고 다과를 준비하는 일은 혼자서 하기에 버거웠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챙길 것도 많아서 파트나 팀의 지원을 많이 받았다.


“바쁜 거 알겠지만, 팀에서 하는 일이니까 30분만 시간 내서 다 같이 세팅 좀 하러 가자.”


이때 직원들의  반응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1. 흔쾌히 따라나서는 유형 :  "머리만 쓰다가, 몸 쓸 일 있어서 좋네요."라고 동참한다.  

2. 이미 자리에 없는 유형  : 시키지 않아도, 행사장에 가서 이미 세팅을 하고 있다.

3. 표정부터 안 좋아지는 유형 :  '내가 굳이 이거까지?'라는 표정이 얼굴에 드러난다.     

4. 엉덩이가 무거운 유형 :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다며 양해를 구하고, 자기 할 일을 한다.    

 

 외에도 몇 가지 유형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공통업무의 필요성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유형과 이런 업무의 필요성이나 가치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내가 할 일만 하는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 특히 요즘 세대로 갈수록 후자의 유형이 강한 것 같다.  


일을 하다 보면 명확한 경계가 없는 일들이 있다. 아무리 칼같이 나눈다고 해도 업무 분장 사이에 빈틈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팀원이나 동료들이 달라붙어서 해야 하는 공통업무가 생기게 마련이다. 네가 해도 그만 내가 하도 그만인 일들, 열심히 해도 티 안 나고 시간만 뺏기는 일들, 눈 한번 질끔 감고 등 돌리면 그만인 일들이다. 이때 바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에 손을 보태고 머리를 맞대기까지 내적인 갈등이 시작된다.


‘다른 사람들도 하는데 나도 해야 하겠지?라는 생각과 ‘다른 사람들이 하는데 나까지 굳이?’라는 두 가지 마음이 치열하게 싸운다. 이때 내 행동을 결정하는 기준은 모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다. 다른 사람 눈치가 보여서 동참하고, 다른 사람이 하니까 나까지 굳이 동참하지 않는다. 이것이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이고 행동 패턴이었다. 하지만, 요즘세대들의 접근법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나한테 무슨 이익이 있다고?’, ‘나는 내 할 일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일과 상황을 대함에 있어서 ‘나’를 기준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짓다. 이런 그들의 사고방 식은 공통 업무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잘 드러난다. 중요하지 않은 일, 티도 안나는 일, 도움도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에 참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동참하지 않는다. 더 심한 경우는 아예 의식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다. 철저하게 개인으로 성장했고, 자기가 해야 하는 일만 정확히 하면 됐고, 개인의 생각과 가치를 중요시하는 그들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 수 있다.


개인을 중시하는 그들의 생각과 태도를 팀워크나 협업, 공동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서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공통 업무에 동참하는 것이 세 가지 측면에서 개인의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볼 필요가 있다.


1. 인성 실력의 일부이다


인성이 좋다고 실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인성을 키운다고 해서 실력이 키워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반대는 충분히  가능하다. 유력 정치인이 불륜 한방으로 무너지고, 학폭에 연루된 연예인이 더 이상 TV에 얼굴을 내밀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과 개인주의는 언젠가 내 실력에 치명적인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 기본적으로 경쟁이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는 회사 환경에서 누군가의 결점은 공격 대상이 되기 쉽다. 특히 인성적인 결함은 치명적인 먹잇감이 될 수 있기에 평소에 관리해야 한다.  잠깐의 불편함을 양보하고, 공통의 업무에 동참해서 실력 이외에 인성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보자. 적어도 누군가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의 성장을 발목 잡거나 흠집 내는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2. 사소한 일도 경험이다.


사소한 경험이 장차 큰 일을 하기 위한 시작이자 중요한 밑천이 될 수 있다. 내가 해도 되지 않는 사소한 일, 하기 싫은 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실력이 되고, 먼 훗날 이런 실력이 모여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경험의 크기가 크든 작든, 중요한 경험이든 사소한 경험이든지 경험=성장이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만 경험이 중요하고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고 쓰지 말고 현장에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3. 회사는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다.


내가 하는 일도 결국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1인 기업이 아니고서 회사라는 곳은 일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다.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이기에 내가 하는 일에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때 '누가 나를 도와줄까?, 또는 '나는 도움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를 고민하는 순간과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에 밑밥을 깔아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관련해서 아래 일화를 응용해 본다.


내가 기억하는 목사 한 분이 있습니다. 나치에 저항했던 마르틴 니뮐러라는 분입니다.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치는 처음에 공산주의자를 잡아갔다. 그러나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므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다음엔 노동자를 잡아가고, 신부를 잡아갔다. 역시 나는 무관심했다. 그러다가 나치가 나까지 잡아가려 할 때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대통령의 글쓰기 중 발췌 -



'혼자서는 빨리 갈 수 있지만,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있다. 회사의 존재나 가치를 예전처럼 생각하지 않고, 우리보다 나를 앞세우는 지금의 시대, 그 어떤 말보다 울림 있고 가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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