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좀 더 효과적으로 수치를 활용해서 말하는 방법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상황에서, 이런 대화가 오고 간다고 생각해 보자.
손님: 음식 나오는데 얼마나 걸리죠??
직원: 곧 됩니다.
‘곧’의 의미는 5분일까? 10분일까?
애매모호하고 불분명한 표현 앞에, 이렇게 되묻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몇 분걸린다는 거죠?”
물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예민하게 굴 필요가 없지만, 한시가 급한 사람이라면 정확히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 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오해의 여지 없이, 상대방이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숫자로 바꿔 말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이 숫자 표현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잘 쓰지 않는 이유는, 숫자로 말하기까지 꽤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뇌의 에너지를 더 소모해야 하는 일이다. 고객 만족도 향상이라고 쓰면 쉽다. 하지만, 고객만족도 10% 향상이라고 쓰는 것은 어렵다. 10%라는 숫자를 도출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조사를 해야 가능한 일이다. 스트레스 받고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물론 일상적인 대화까지 정확한 숫자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거나 명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한 회사에서는 ‘꽤’, ‘잘’, ‘많이’, ‘빨리’, ‘가깝다’ 등으로 주관적인 판단이 끼어들 수 있는 단어는 지양하고, 가급적 정확한 숫자로 이야기하는 편이 유리하다.
최대한 빨리 좀 끝내겠습니다 → 오늘 오후 6시까지 끝내겠습니다
진짜 열심히 했습니다 → 매출을 20% 향상했습니다
고객들 대부분이 만족하고 있습니다 → “고객 중 67%가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때, 좀 더 숫자 사용의 효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3가지를 소개해 본다.
알아듣기 쉽게, 치환의 기술
신문기사에서 자주 접하는 산불기사를 보면 대부분 이런 식으로 보도된다.
“경북 00 지역 산불, 임야 1 헥타르 태우고 진화 “
'1헥타르가 얼마나 될까?' 라는 궁금증에 결국 검색에 의지해야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1헥타르는 가로 100m x 세로 100m의 면적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10,000 m², 3천평이다.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되는 숫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이 있다. 이렇게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경북 00 지역 산불, 축구장 크기의 50배 면적 태우고 진화”
무조건 숫자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내가 제시한 숫자가 상대방에게 쉽고, 의미 있게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상대방이 알기 쉬운 숫자로 바꿔서 말하는 것을 치환의 기술이라고 한다. 상대방을 좀 더 배려하는 표현이자, 숫자의 의미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요식업의 대가인 백종원씨는 이런 치환의 기술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다. 그는 어느 방송국 요리 프로그램에서 라면 물 양을 조절하는 방법을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여러분 라면 봉지에 보면 물 500ml 를 넣으라고 되어있쥬? 근데 500ml를 누가 알아유?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종이컵 3컵입니다. 어때유? 참 쉽쥬?”
한국에 백종원이 있다면, 미국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 그는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아이팟의 저장용량을 5G 바이트라고 말하는 대신 이런 표현을 썼다.
“내 주머니속에 1,000곡의 노래"
5G 바이트는 상대방에게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하지만 1,000곡이라는 숫자는 어떤가? 좀더 쉽고 의미있게 다가간다.
의미말고, 의도, 비교의 기술
숫자가 좀 더 의미를 가지려면 비교를 통한 표현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
‘우리 회사 서비스 이용료는 5천원/월이고, 10만장의 사진을 무료로 다운로드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라는 표현에서는 사실적인 의미밖에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말을 한 사람의 의도는 결국 우리 회사 서비스 이용료는 저렴하고 많은 사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 회사 서비스 이용료는 타사 6천원/월 대비 5천원/월으로 저렴하며, 타사 대비 2만장의 사진을 더 이용해서 10만장의 사진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비교 표현은 특히 성과를 어필하거나, 좋은 일을 자랑할 때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이번 달 매출 5억 찍었습니다” 라는 말을 들은 상사의 반응은 어떨까? “오 잘했어. 대단하네!”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상대방의 머리속에 숫자를 해석할 만한 기준이 없는 탓에 ‘그래서 많다는 거야, 적다는 거야’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기대한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상대방에게 해석의 준거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경쟁사 대비 2억이 많습니다.”
“목표 대비 10%가 높습니다.”
“지난달 대비 15% 향상된 것입니다.”
등으로 경쟁사, 목표, 이전 기록 등 비교 근거를 마련해서 제시해 주면 좋다.
부분이 아닌 전체, 추이의 기술
숫자를 의미 있고 정확하게 보여주는 마지막 방법은 숫자의 전체상 속에서 숫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숫자의 추이를 보여주는 방법이다.
일기예보를 보면 오늘의 날씨만 알려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간 날씨를 보여주는 경우가 더 많다. 현재를 기준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싶은 사람의 심리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또한, 어느 보고서에 현재 시장 점유율이 24%라고 되어 있다면, 이를 본 상대방의 뇌는 자연스레 이런 식으로 생각이 이동할 것이다.
‘언제부터 점유율이 24%가 된걸까?’ ‘지난달에는? 작년에는?’
이때 보고서 내용에 과거 얼마 간의 숫자를 같이 보여준다면 상대방의 궁금증은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다.
이처럼 숫자를 보여줄 때 과거로부터의 추이, 미래 예측 값 등과 함께 현재 숫자 의미를 폭넓게 전망해 주자. 상대방에게 숫자의 전체상과 그 숫자의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 전달할 것이다.
숫자는 언제나 정확하고 힘이 있다. 오해의 여지가 없고, 직관적이며 강력하게 다가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의 뇌에 팍팍 꽂히는 그날까지 익히고 연습 해야할 숫자 사용의 3가지 기술에 대한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