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기획]이라는 단어만큼 모호하고 확장성 있는 단어가 있을까? 어디 갔다 붙여도 어색함이 없고, 사람마다 생각하고 있는 뜻이 다르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그만큼 한 가지로 정의 내리기 어렵고, 답이 없는 단어다. 하지만, 기획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나 스스로 정의가 없으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경우가 많아서 나름의 정의가 필요했다.
그동안의 강의와 컨설팅 경험, 교육 담당자 인터뷰, 교육생 생각 등을 싹 다 갈아 넣어서 기획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해본다. 아울러 기획과 유사 개념으로 쓰이고 있는 단어들에 대해서도 그 차이를 정리해 본다. 여기서 포인트는 ‘나름’이다. 정답은 아니라는 뜻이다. 혹시 생각이 다르거나 더 좋은 생각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기 바란다.
먼저 기획에 대한 정의부터 해본다. 다소 길고 장황하지만 최대한 압축한 표현으로 기획이란,
[기획 정의]
현상(사실)을 분석해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구체화해서
실행이라는 과정을 통해 조직의
성과에 기여하는 활동
정리하면 기획의 프로세는 다음과 같다
[기획 프로세스]
현상 → 문제도출 → 대안→ 실행과제→ 성과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기획 예시]
(현상) 최근 몸이 무겁고 피로도 금방 찾아오며, 옷도 잘 맞지 않음
(문제) 과체중
(대안) 황제다이어트
(실행과제) 고단백 음식 섭취, 간헐적 단식, 홈트
(성과) 6개월 이내 10kg 감량, 몸매 원상회복
그렇다면 기획과 유사어로 쓰이는 단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인 녀석들이 계획, 아이디어, 혁신, 문제해결이다.
1. 기획 vs 계획
(기획) Why -What – How
(계획) What – How
먼저, 기획의 쌍둥이 동생 격인 계획과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본다. 많은 사람들이 혼용해서 쓰기도 하고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엄격히 따지자면 그 시작점부터 차이가 있다.
‘기획은 Start with why, 계획은 Start on What’
기획은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왜 해야 할까?라는 질문과 함께 목적 지향성을 가진다. '왜 해야 할까? 문제가 뭘까?'라는 질문을 통해 최적의 What을 선정해 간다. 반면 계획은 Why에 대한 고민을 생략하고, 주어진 What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실행할까(How) 할까에 초점이 맞춰진다. 한마디로, 계획은 시킨 일이나 해야 할 일에 대한 방법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체육대회 좀 준비해 봐’라는 상사의 요청에 기획과 계획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흘러간다.
(기획) 개인주의, 단합이 필요 → 단체종목 중심 체육대회 → 장소, 종목, 포상 외
(계획) 체육대회 →장소, 종목, 포상 외
기획은 ‘왜’를 물어서 지금 현재 직원들이 단합이 안된다는 문제를 발견했고, 체육대회의 방향성이 단체종목 중심 체육대회로 명확해진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방식으로 일을 하는 계획과 차이를 보인다. 기획과 계획 모두 일을 잘하기 위한 방법이지만, 좀 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은 Why에서 시작하는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2. 기획 vs 아이디어
(기획)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도출한 사고의 결과, 책임감의 산물
(아이디어)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단순한 생각, 책임감 결여
아이디어는 기획의 부분적인 과정으로 분석을 통한 문제 도출 과정 없이 산발적으로 튀어 오르는 생각을 말한다. 다양한 자료를 분석해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나오는 생각과는 깊이나 질이 다르다.
물론 아이디어가 기획으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아이디어에 머물다 사장되는 경우가 더 많다. 고민의 깊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디어는 단순히 ‘이거 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는 점에서 성과에 대한 책임 과정이 수반되는 기획과는 결이 다르다.
3. 기획 vs 혁신
(기획) 아이디어에 대한 창의성 유무는 논외
(혁신) 기획 아이디어가 세상에 없던 창의적인 것을 때
먼저, 두 개념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질문이 전제되어야 한다.
‘기획 아이디어는 꼭 새로워야 하는가?'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이다. 예전에 했던 거, 혹은 하려다가 포기했던 대안도 답이 될 수 있다. 혹은 다른 곳에서 하고 있는 것이 답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곳에서 하던 것을 살짝 비틀어서 적용한 것도 답이 된다. 예를 들어 디카페인이 대세가 되자 이내 제로 슈가가 세상에 나온 이치가 그렇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미 나와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무언가를 더하거나 빼는 아이디어로 기획이 가능하다. (feats. 스캠퍼 기법)
물론 기획 아이디어가 새로우면 좋겠지만,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기획 내용이 이전과 확연한 차이가 있을 때, 예를 들어 말과 마차가 도로 위를 지배하던 시절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기획한 것. MP3, 전화, 인터넷이 다 따로 놀던 시절 이를 합쳐서 아이폰을 기획한 스티브 잡스의 기획 정도를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다.
4. 기획과 문제해결
(기획)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느냐
(문제해결)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느냐
앞서 기획은 현상을 분석해서 문제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시작한다고 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능동적으로 문제를 찾아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 해결과 차이를 보인다. 문제 해결은 이미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화재가 벌어졌다, 불량품이 많다, 고객 컴플레인이 잦다.’ 등의 문제가 벌어졌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거나 개선책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프로세스도 조금 다르다. 먼저, 문제가 벌어졌으니 문제에 대한 원인분석을 해야 한다. 이때 단순히 한번 분석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5번 정도 Why라고 물어서 근본적인 원인 분석을 해야 제대로 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 (feats. 5 why)
사실 기획, 계획, 아이디어, 혁신, 문제해결. 구분하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냐 할 수 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일만 잘하고, 기획만 잘하면 됐지 치부할 수 있다.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 직장생활의 주적이자 넘사벽, 기획에 대해서 좀 더 제대로 알면 좀 더 좋은 기획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적어봤다.
혹시 기획에 대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알고 싶다면, 앞서 이름으로만 소개한 스캠퍼, 5 why 외에 고객여정지도, 페르소나 등 다양한 기획 기법을 알고 싶다면 아래 도서에 대한 일독을 권한다. 쉽고 재미있고 명확하게 기획을 설명해 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