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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Aug 29. 2019

제26화:꼰대들아,언제까지 2G속도로 의사결정 할꺼야?

위기의 꼰대 구출작전, 꼰대탈출 넘버원


명절에 온 가족이 모였다. 맛있는 저녁도 먹고 술도 한 잔 한후에, 다 같이 VOD 영화를 보기로 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른 가족들은 잘 모르겠는데, 우리 가족의 경우에는 영화 고르는 데만 최소 1시간이 걸린다. 말 그대로 영화 고르다가 볼장 다 본다. 그리고 막상 영화가 시작하면 온 가족 모두 30분 안에 곯아떨어져서, 영화에 투자한 4,500원과 영화 고르기에 투자한 시간만 아까워 죽을 것 같다. 그나마 아침잠이 없는 가족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못다 본 영화를 보지만, 대부분의 가족들은 그 영화의 결말을 인터넷을 통해서 확인한다.


선택지가 많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 이것도 저것도 좋은 것 같은 고민이 시작된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선택에 따른 가치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선택의 여지없이 TV에서 상영해 주는 설 특선 영화를 보던 때가 더 행복했다는 생각도 든다. 많은 선택권이 주어짐에 따라 더 불안해지고, 불행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요즘 유행하는 말중에,  현대인들이 많이 걸린다는 병 같지 않은 병이 있다. ‘선택 장애’ 병이다. 선택 장애를 병이라고까지 하기에는 지나침이 있지만,  회사에서 만큼은 완벽한 병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함에 있어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일의 속도를 늦추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일의 속도를 늦추는 암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업무 위계상 의사결정을 하거나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는 리더들의 선택 장애는 치명적인 질병이자 꼰대임을 증명하는 객관적인 지표 중에 하나이다. 내 바로 위 상사가 지나치게 신중하고 선택을 기피하는 성향의 상사라면, 밑에서 일하기는 정말 곤욕스럽다. 일하기 싫어진다.


물론 선택의 경중에 따라 추가적인 정보가 더 필요한 경우도 있고, 때로는 신중한 의사 결정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이 버려진 시간과 스트레스의 크기까지 생각해 본다면 의사결정을 늦추는 것이 꼭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의사결정을 피하고 미루는 것이 습관인 사람의 경우에는 본인뿐만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까지 힘들게 한다. 차일피일 시간을 끌고 의사결정을 미루는 동안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점점 지쳐가고, 일에 대한 동기를 잃어버린다.


의사결정이 느리고 선택장애에 빠진 사람들의 원인은 몇 가지가 있다. 평소 의사결정을 많이 해보지 않은 개인적인 성장 배경이 원인일 수도 있고, 너무 많은 정보와 선택지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기회비용에 따른 손실 회피 경향이 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패에 대한 불안함, 완벽주의 성향이 의사결정의 속도를 늦추기도 한다. 그래서 의사결정의 순간 앞에 머뭇거리고, 이런 말들을 남발하게 된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이런저런 정보 좀 더 찾아보고 결정하자’

‘확신이 서면 결정하자’


이렇게 말하면서 겉으로는 신중과 안정을 내세우지만, 사실 그 우산 아래 숨어서 선택을 회피하는 것은 아닌 지 모르겠다. 자신이 없고,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 없기에 '좀 더 고민해 보고 생각해 보자'라는 말로 의사결정을 미루는 것이다.


반대로,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을 하는 사람들은 아래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자신감이 있다.

그동안의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 정보, 지식 등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실력에서 나온다. 실력이 있어야 자신감이 있다.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사람이다.
 
둘째, 책임감이 강하다.

실패나 비난에 대해서 책임일 각오가 되어 있다. 이런 책임감은 실패를 하더라도 그 실패를 통해 배울 각오가 되어 있을 때 나온다. '잘못되면 어쩌지?', '실패하면 누가 책임져?'라는 부담감이 없다. 실패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패가 두렵지 않다.
 
셋째, 종합적인 상황 판단이 가능하다.

일이 진행되는 전체상을 빠르게 스캔하고, 관련된 정보와 상황을 파악하여 의사결정의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평소의 연습과 꾸준한 노력의 결과 만들어진 상황 조망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꼰대는 의사결정이 느리고 미루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이지만, 현명한 리더는 의사결정이 빠르고 결론을 빨리 내리는 사람이다. 안 되는 것은 빨리 과감하게 포기하고, 되는 것은 바로 진행을 결정한다. 그 자리에서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고 책임감도 강한 사람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내공이 쌓여야 하고,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다.


특히 머릿속으로 다양한 상황과 결과를 가정해보고 시뮬레이션하는 연습은 중요하다. 그래야 실수가 줄고, 빠르고 정확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평소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 수집에 철저하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어디서 수집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R&D보다 중요한 C&D(Connect&Developmet) 시대에, 정보가 어디 있는지 사전에 파악하고 미리미리 수집해 놓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의사결정의 질과 속도를 높이는 비결이다.


예전에는 사람을 두 분류로 나누는 질문 중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너는 햄릿형이냐? 돈키호테 형이냐?’


한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돈키호테 형보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햄릿형이 각광받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시대로 바뀌었다. 오히려 햄릿형은 점점 도태되고 무능의 상징으로 변해가고 있다. 요즘은 행동하면서 생각하면 ‘돈키 햄릿’이 시대가 오고 있다. 그만큼 결정이 빠르고 실천과 행동이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애자일이나 디자인씽킹의 핵심도 결국 빠르게 결정해서 해보고 안되면 다시 한다인데,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의사결정은 권한이 아닌 책임이다.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핑계로 1시간이면 될 것을 하루, 이틀 미루는 것은 권한 남용이다. 가끔 의사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까먹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갑 오브 갑 최악의 꼰대질이다. 아니 꼰대질을 넘어선, 업무 폭력에 가까운 행위이다.


꼰대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지만, 그중에 의사결정이 느린 꼰대는 여러 사람에게 방사선 피폭 이상의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빠르게 의사 결정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5G 시대가 들어선 지가 언제인데,  2G로 결정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폰만 5G로 바꾸지 말고 내 의사결정 속도도 5G로 업그레이드해서, 꼰대 탈출에 성공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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