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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Sep 02. 2019

제27화 :선물할때 센스가 필요한순간,1타3피의 기술

사이글, 살면서 나는 이런 걸 배웠다.

고등학생 시절 나는 숙맥이었다. 어쩌다 한번 있는 미팅에 나갈 때면 질문 리스트랑 예상 시나리오까지 적어 나가는 수준이었다. 반면에 학창 시절부터 연애에 도가 튼 친구가 있었다. 여사친도 많았고, 연애도 잘하는 친구였기에 종종 밥이나 커피를 사주면서 연예상담을 받고는 했다. 그렇게 그 친구와 나는 단짝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친구에게 물었다.


" 야. 내가 좋아하는 애 있잖아. 선물 좀 사려고 하는데 뭐가 좋을까?" 


잠깐 고민하던 친구는 주저 없이 선물가게로 가서 선물을 고른다. 그런데 계산대에 선 친구의 손에는 이상한 것들이 잔뜩 들려있다. 효자손 하나, 호박엿 한 세트, 오징어 한 봉지가 들려있었다.


"야! 이게 무슨 선물이야?"


그랬더니 친구가 어깨에 뽕이 한가득 들어간 채로, 자신감 뿜뿜하며 이런 말을 한다.


"야. 원래 여자 마음을 살 때는 먼저 부모님 마음을 사는 거야. 그럼 다 넘어오게 되어있어"


그때는 '이게 무슨 X소리야, 미친놈이 따로 없네'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내 친구의 말이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때가 있었다. 때로는 내가 공략하고자 하는 대상보다 그 대상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선물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는 것다. 이른바 주변부 공략 기술이다.


관련해서 내가 기억하는 3개의 장면이 있다.


첫 번째 장면은, 나의 목격담이다.

캐논에서 근무하던 시절 사장님과 영업그룹 상무님, 그리고 젊은 직원 몇 명이 피자집 회식을 한 적이 있다. 캐논에서 모시던 사장님은 음식 예찬론자이셨는데, 어느 음식집에 가던 그 음식에 관련된 히스토리, 잘 먹는 법, 기타 등등의 에피소드 등을 쏟아내고는 다. 물론 긴 시간 동안 그 얘기를 들어야 하는 것이 고역일 때도 있었지만, 나름 유용한 지식도 있었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교훈을 얻기도 했다. 그날도 그랬다.


회식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직원이 와서 라스트 오더 시간이라고 얘기를 하고 갔다. 속으로 '이제 곧 끝나겠구나'라고 쾌재를 부르던 순간, 영업 상무님께서 내 옆구리를 툭툭 찌르신다.


 "야 임 과장. 마르게리타 피자 한판 포장 주문해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주문을 하긴 했지만 영 찜찜했다. 그러나 그 의문은 회식이 파하고 집에 가는 길에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사장님. 아까 말씀 중에 사모님께서 마르게리타 피자 좋아하신다고 해서, 우리 임 과장이 한 판 주문했네요."


영업 20년 차 베테랑의 사람 마음 훔치기 신공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게다가 자기가 한 것도 아니고, 나를 밀어 넣고 어주고 있었다. 어쨌든 사장님의 눈에서는 하트 뿅뿅 난리가 났고,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아니 피자를 먹을 때마다 나의 그 센스(?)를 칭찬하고 다니셨다고 한다.


두 번째 장면은, 내가 직접 경험한 사례이다.

때는 코 흘리게 신입사원 시절.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일만 많던 시절 이야기이다. 어느 날인가 팀장님께서 나를 조용히 부르시더니, 미국 출장길에 면세점에서 사 왔다며 고급 립스틱 하나를 꺼내신다. '어 뭐야? 왠 립스틱?'이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 찰나, 팀장님이 말씀을 이어가신다.


"와이프 가져다줘. 네가 일도 열심히 하고 해서 예뻐서 샀다. 근데 니 선물을 사기는 싫고, 그래서 와이프 꺼 샀어. 배달사고(?) 내지 말고! "


감동이었다. 나는 받은 게 없지만 팀장님의 마음을 받았고, 아무것도 한 것 없는 와이프는 립스틱을 받았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와이프가 이런 말을 한다.


"여보! 회사에서 일 잘하나 보네. 팀장님께서 이런 거까지 챙겨주시는 거 보니까"


내가 회사에서 인정받는다는 느낌까지 전달되는 덤 효과까지 발생하고 있었다. 선물 하나로 자부심까지 올려주는 1타 2피의 기술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세 번째 장면은, 내가 직접 시도해 본 사례이다.

내 첫 책의 팬으로 만나 지금은 친한 동생이자 비즈니스 파트너가 된 후배가 있다. 어느 날 내 책의 팬이라며  덜컥 사무실 앞으로 찾아온 녀석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술도 한잔 먹고,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지하철역 앞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하나 샀다. 


" 아 형님. 딸 가져다주시게요?'


" 아니. 딸꺼도 아니고, 니꺼는 더더욱 아니고, 니 와이프꺼다. 늦게까지 남편 빌려줘서 고맙다는 말도 좀 전해줘"


그리고 얼마 후 후배의 와이프가 뭐 그런 센스 있는 사람이 있냐며, 나를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며칠 후 다 같이 만나서 밥을 먹었다. 그때부터 후배의 와이프도 팬이 되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값 2만 원을 후배가 아닌 후배의 와이프에게 돌려써서,  나는 센스 있는 사람도 되었고, 게다가 밥도 얻어먹고 팬까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성향이나 생각의 차이가 있기에 주변부 공략 기술이 얼마큼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3가지 효과는 있다고 생각한다. 1타 3피의 가치가 있는 기술이다.    



선물을 받은 박 대리 와이프는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득템 해서 기분이 좋고, 선물을 전달한 박 대리도 기분이 좋다. 게다가 박 대리가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거나 사회생활을 나쁘지 않게 한다라덤 효과까지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박 대리가 아닌 박 대리 와이프의 선물을 준비한 김 부장은 센스 있다는 평까지 들을 수 있으니, 이거야 말로 1타 3피의 신공이 아닐까?


물론 개인마다 호불호가 있고, 이 기술이 먹힐지 안 먹힐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주변부를 공략하는 선물 신공을 잘만 활용한다면, 회사 내에서 센스 있는 사람도 되고  빡빡한 회사 생활에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윤활유 같은 사람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꼭 생일이나 승진, 기념할 만한 날이 아니더라도,


"팀장님. 출장 갔다 오는 길에 립스틱이 예뻐서 제 것 말고 하나 더 샀는데, 사모님 가져다 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박주임. 애기 잘 크고 있지? 백화점 갔다가 애기 옷 하나 샀어. 갈 때 가져가"


라는 말로 마음과 센스까지 전달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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