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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Aug 28. 2019

제25화:'할수있을까?'병에는 스몰석세스 처방이 딱이지

꼰대니까 할 말은 좀 할게

요즘 ‘반려’라는 말이 대세다. 언제부터인가 애완견이라는 표현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반려 식물을 넘어 반려 생물까지 등장하고 있다. 주변에서도 반려동물, 반려식물 등을 키우는 사람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반려’라는 말은 현대인의 고독함을 반영한 단어이기도 하고, 양육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한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 하지만, 사실 아직까지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교감도 하고, 힐링도 하고, 대화도 나눈다고 하는데 고지식한 나로서는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반려식물을 키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괜히 시비를 걸고 싶어서 내가 핀잔을 주듯이 말했다.


“야. 그거 왜 키우냐? 말귀를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 애교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개나 고양이를 키우지.”


그랬더니, 친구가 하는 말이 기가 막히다.


“나도 사실 그러고 싶은데,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에 나 스스로 책임감을 테스트해보고 싶어. 몇 달만 잘 해내면, 반려 동물 키우기에 도전해 보려고.”


보통, 사람들은 공기정화, 정서함양, 인테리어 효과 등의 이유로 반려 식물을 키운다고 하는데, 내 친구는 전혀 다른 이유로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었다. 반려식물을 키운 성공경험을 기반으로, 반려 동물 키우기에 도전하겠다는 얘기다. 친구의 생각이 멋있다는 생각과 함께 한 단어가 튀어 올랐다.


‘스몰석세스 (Small Success)’


스몰석세스라는 개념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정의된 바는 없지만, 많은 심리학자나 경영학자들이 활용하고 있는 용어이다. 작은 성공경험을 통해 성취감과 자신감을 쌓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 단계의 성공으로 나갈 수 있는 의지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용어이다. 좀 더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 ‘스몰’과 ‘석세스’라는 단어를 분리해서 생각해보기로 하자.


먼저 ‘스몰’의 의미에는 세분화의 원칙이 숨겨져 있다. 어떤 목표나 일을 그 자체의 큰 덩어리로 접하게 되면, '과연 이것을 할 수 있을까?’라는 막막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생각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또는 ‘하기 싫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보이지 않는 목표 앞에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때 그 일이나 목표를 세분화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잘게 쪼개면 못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이 10km라고 생각하면, 멀게만 느껴지고 불가능한 목표로 보인다. 하지만 ‘1km만 가자’, 아니 ‘100m만 가자’는 충분히 할 수 있다. 10km라는 목표는 멀게 보이고 막막하지만, 100m, 200m, 500m는 충분히 갈 수 있고 달성 가능한 목표가 된다. 외국어 능력개발이라는 목표는 막막하고 막연한 목표이지만 하루 영단어 10개, 회화 10분, 듣기 5분, 토익책 10페이지 등으로 세분화하면 충분히 도전 가능한 목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일이나 목표를 잘게 쪼개서 실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세분화하면,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은 사라지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그냥 석세스가 아니라 스몰석세스인것이다.


두 번째 ‘석세스’의 의미이다. 아무리 작은 성공 경험이라도 일단 성공의 맛을 보면, 다음 성공 그리고 더 큰 성공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작은 성공을 통해 만들어진 성취감자신감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강력한 동기가 되는 것이다. 나는 작은 성공 경험이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이어트를 하면서 절실히 느꼈다.


나에게 있어 세상 그 어떤 일이나 목표보다 어려운 일은 금연과 다이어트였다. 매일 생각은 하는데, 매일 실패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금연은 포기한 지 오래지만, 사람들 앞에 서는 직업상 다이어트는 반드시 필요했다. 온갖 운동, 식이요법을 다 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이때 나랑 식성, 체형, 성격 모든 것이 비슷한 쌍둥이형이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야, 체중계 먼저 사. 그리고 니 체중을 매일 체크해 봐”


1년 만에 15kg 감량을 성공한 인간이기에, 그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속는 샘치고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올랐다. 어느 날은 조금 찐 날도 있고, 빠진 날도 있었다. 하지만 아주 은 체중이라도 살이 빠진 날은 마음 가짐이 달랐다. ‘내가 0.02kg을 뺐네. 더 노력해야지’라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평소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도 더하고, 더 큰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불타오르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에게 목표는 의미가 없었다. 멀리 보지 않고 하루하루의 작은 성공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기적처럼 10kg 감량에 성공할 수 있었다.


요즘세대들에게 일을 시켜본다. 평소 해 본일과 조금 다른 일이다. 기존의 업무보다 난이도가 있다. 거부반응이 온다. 요즘세대들이 새로운 일 앞에 보이는 거부 반응은 둘 중 하나이다.



일이 하기 싫어서 거절하는 1번 유형은 어쩔 수 없지만, 2번 유형은 잘해보고 싶은 의지는 있지만 자신감이 없는 경우이다. 도와주고 싶다. 이때 필요한 것이 스몰석세스  처방이다.


우선 해야 할 일을 세분화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케팅 기획안을 어떻게 쓰지?’라고 고민할 시간에 현황 찾기, 문제 찾기, 경쟁사 동향 파악, 소비자 니즈 파악, 대안 도출 등으로 세분화하고, 여기서 좀 더 작은 단위의 업무까지 떨어 뜨려서 하나하나 시행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 기획서는 조금씩 완성되어 가게 되어있다.


이렇게 업무를 잘게 쪼개고, 스텝 바이 스텝으로 성공시켜 가다 보면, 작은 성공에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만족감은 다음 스텝으로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더 잘하고 싶은 동기가 생기는 것이다. 처음부터 100%을 목표로 하는 것보다 10% 완성, 50% 완성, 60% 완성 등으로 업무를 관리하게 되면 이것이 일의 속도도 높이고, 끝까지 할 수 있다는 동기가 되는 것이다.


군입대를 해서 신병교육을 받게 되면, 마지막 훈련에는 항상 20km 행군이 있다. 그것도 10kg의 군장을 메고 하는 행군이다. 말이 좋아서 훈련이지 인간으로서 할 짓이 못된다. 이때 ‘허리가 아프네’, ‘심장이 안 좋네’ 등으로 열외 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다. 20km라는 거대한 목표 앞에 겁이 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려움은 행군에 참여하는 신병들에게도 있다. '내가 20km를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앞선다.


이런 심리를 잘 알아서 일까? 행군을 할 때 조교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있다.


“멀리 보지 말고, 앞사람 뒤꿈치만 보고가!”


그리고 신기하게 진짜 앞사람 뒤꿈치만 보고 가면 힘이 들지 않는다. 멀리 있는 목표를 생각하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내가 걷는 걸음의 성공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 4km를 가서 한번 쉬고, 5번에 걸쳐 4km를 가고 나면 어느덧 목적지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의 작은 성공이 4km의 성공을 만들어 냈고, 그렇게 5번의 성공이 20km 완주라는 성공을 만들어 낸 것이다.


상사에게 주어지는 일, 새롭게 추진해야 하는 일 앞에 ‘이거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앞선다면 스몰 석세스로 대항해 보자. 스몰과 석세스의 조합은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방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일 앞에 나를 막아서는 저항에는 스몰 석세스 만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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