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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Sep 05. 2019

No라고 말할 때도 방법은 있다.

상대의 마음을 얻는 언어  

첫 직장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사내 행사가 있어 대회의실을 사용해야 했기에 예약을 하려고 보니 이미 다른 팀에서 예약이 되어있다. 아차 싶어서 급하게 담당자를 찾아가 비비기를 시도해본다. 온갖 사정과 중요성을 언급하며 부탁을 해보지만, 담당 직원은 콧방귀도 안 뀐다. 게다가 이건 거절을 넘어선 신경질에 가깝다. 괘심 하고 화도 나지만 중요성은 상대적인 것이니까, 그러려니 이해하고 돌아선다. 미리 챙기지 못한 내 자신을 탓해본다. 다 포기하고 돌아서는 데 한 마디가 더 날아든다.


“그렇게 중요하면, 미리미리 예약을 해놓던가”


온갖 짜증과 신경질을 견뎌내며, 충분히 거절 의사까지 확인했는데, 굳이 확인 사살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No라고 말했으면 그만이지, 안 해도 될 말까지 해서 내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공동체다. 공동의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나’라는 사람은 개인으로 존재하지만, 알게 모르게 조직이라는 거대한 그물망의 어딘가쯤 점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일을 하다 보면 협업 이슈가 발생하기도 하고 상사나 선배, 동료로부터 전방위적인 부탁이 날아든다. 주변의 부탁이나 협조 요청으로부터 자유롭기가 힘들다. 가급적 돕고 협력하고 의지하는 방식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때론 거절하거나 No라고 말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현실 조직에서 No라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 자주 연출되기는 하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외치는 No는 내 존재감이나 가치를 높일 수도 있고, 업무 관리를 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상대방이 물어볼 자유가 있듯이 나에게도 거절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도 있다. 그러나 이때 같은 거절이라도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이 있고, 소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오늘은 그 세 가지 기술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No라고 말할 때도 방법이 있다.


첫째, 단호하게 분명하게 말한다.


No라고 말할 때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말하되, 말에는 예의를 담아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우선 확고한 의지를 담는다는 것은 ‘정말 아니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말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간관리의 대명사인 브라이언 트레시는 이것을 Won’t power (하지 않을 의지력)라고 이야기한다. 정말 하지 않을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말에 힘이 있고 하지 않게 된다. 흔들릴 이유가 없다.


‘시간이 좀 부족할 것 같긴 한데’, ‘자료조사가 어려울 것 같은데’, ‘좀 바빠서’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없다.’ ‘불가능하다.’ ‘안된다.’ 등으로 정확하게 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좋다. 거절의 순간이 어렵고 불편하다고 해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여지를 남겨두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희망 고문이 오히려 고통이 되듯이, 부탁을 하는 사람에게도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괜한 기다림과 고통을 줄 수 있다.


대신 말은 부드럽게 나가야 한다. ‘단호하게’라는 뜻이 ‘싸가지 없이’라는 말은 아니다. ‘아닌데요.’ ‘안되거든요’는 아니란 말이다. 확고한 거절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거나 건방지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에  ‘안돼요’, ‘아니오’, ‘싫어요’ 보다는 정중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톤 앤 매너에 좀 더  신경을 써서 귀찮다거나 무시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마법과도 같은 표현 ‘해드리고는 싶은데’. ‘도와드리고는 싶은데’라는 양념 하나 얹혀서 말한다면 좀 더 부드럽게 거절할 수 있다.


둘째, 거절의 이유를 설명한다.


회사에서 말을 하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What만 이야기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나 용건만 딱 잘라 말한다. 듣는 사람을 설득하고 상대에게 제안하는 방식이 아니라 ‘나는 이렇게 생각해. 너는 판단하지 마’에 가깝다. 이때 Why를 포함시켜 보자. 내가 왜 이렇게 말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포함시키면, 듣는 사람의 수용도를 높일 수 있다.


“이 음료수 마시지 마” 보다

“이거 공장 폐수 지역에서 만든 거래, 마시지 마”


가 더 강력하고,


“지금 못할 거 같아.” 보다

“내일까지 제출해야 될 보고서 때문에 지금 여력이 없어.”


가 더 설득력 있는 표현이 된다.


관련해서 내가 강의할 때 자주 인용하는 맥킨지 컨설턴트 사고와 보고의 본질인 ‘우산-비-하늘’ 기법을 소개해 본다. 맥킨지 컨설턴트가 되면 제일 처음 배우는 것이 바로 이 사고법인데, 각각은 결론, 이유, 근거를 의미한다. 보고서를 쓰거나 말을 할 때 항상 결론, 이유, 근거 순서로 이야기하라는 뜻이다.


우산 가져가 (결론)

비가 올 것 같아 (이유)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끼었네 (근거)


무턱대고 우산을 가져라고 말하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 명확한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면서 이야기하면 우산을 가지고 나가야 할 것만 같다. 설득력이 높아진다.


셋째, 대안을 제시한다.


사실 세 번째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스킬을 갖추고 있다면, 그는 이미 회사 내 에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일을 잘하거나 대인관계 스킬이 매우 뛰어난 직원이다. 하지만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직원이라고 할 수 있다.

 

가끔 편의점이나 상점에 갔는데, 내가 찾는 물건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이때 점원에게 질문을 하면 보통 두 가지 유형의 반응이 관찰된다. 첫 번째 가장 흔한 유형은 “그런 것 없습니다”라고 단호박으로 말하는 유형이고, 반대로 “A는 없지만, B가 혹시 도움이 될까요?”라고 묻는 유형이 있다.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고객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하지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이다. 그 대안의 가치나 내 선택 여부와 무관하게 고맙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순간적으로 갑작스레 부탁을 거절할 때나, 그 부탁의 크기가 어려운 일인 경우 대안까지 찾아서 제시하기에는 벅차고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사소한 것에서부터 연습하고 대안을 찾아주는 연습을 하다 보면 대안 제시 기술도 늘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첨언하면, 센스가 타이밍이듯이 No라고 말하는 것에도 타이밍이 있다. 특히 상사나 윗사람의 부탁이나 제안을 거절할 경우 정면에서 No라고 말하기보다는 뒤에서 또는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말하는 것이 좋다. 윗사람으로서의 체면이 있는데, 여러 사람 앞에서 면박당한다는 인식을 줄 경우, 상사의 공격적인 성향을 자극할 수 있다.    


거절하는 법을 보면 그 사람의 성숙함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거절 이전에 도와주고 협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 방법이지만, 불가피하게 No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위의 세 가지 기술을 적용해 보자. 명확하게, 이유를 들어서, 대안까지 제시하는 방법을 활용한다면 상대방의 거부감도 줄이고, 내가 No라고 말하는 것의 불편함이나 미안함도 조금은 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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