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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Sep 23. 2019

제36화: 꼰대 탈출은 빼기의 기술로부터 시작된다

위기의 꼰대 구출작전, 꼰대탈출 넘버원

세상에 '사랑'이란 단어만큼 정의 내리기 어려운 단어가 있을까? 특히 수 많은 사랑중에 남녀 간의 사랑은 복잡하고 또 미묘해서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 '사랑은 헌신이다’, ‘사랑은 배려다’, ‘사랑은 열정이다’ 등으로 정의해 보지만, 그 어느 것도 완벽하지 못하다. 왠지 모를 부족함과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TV 프로그램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어느 연예인이 한 말을 듣고, 이것이야말로 사랑에 대한 완벽한 정의가 아닐까 생각해 본적이 있다.  


"사랑이란, 상대방이 원치 않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듣는 순간 무릎을 탁치며, 대단한 통찰이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이 원하는 걸 더 해주는게 사랑이 아니라, 최소한의 것들을 지켜주는 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공감했다. 


그러면서 이 시대 꼰대의 모습이 스쳐갔다. 우리는 그 동안 좋은 선배가 되고,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뭘 더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 뭘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덜 했다. 리더의 조건, 좋은 리더가 되는 법 등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To do list를 공부하고 따라했지, Not to do list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본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하기의 기술이 아니라 빼기의 기술이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뭘 더하려고 하지 말고, 뭘 더 뺄지를 고민하는 게 낫다.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태도, 인간관계에서의 내용을 제외한 일적인 부분에서의 행동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본다.


1. 불분명한 업무지시


‘야 그거 알지?’

‘무슨 뜻인지 알지?’

‘알아서 좀 해와’


도대체 뭘 알고, 뭘 알아서 하라는 말인지 감을 못 잡을 때가 많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지시해주면 좋으련만 모호하고 어렵기만 하다.


이렇게 지시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첫째, 귀찮아서 진짜 알아서 좀 했으면 하는 유형이다. 더 이상 회사에 미련이 없거나, 일을 싫어하는 분이거나 아니면 진짜 바쁜 경우겠지만, 어쨌든 무책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일을 지시받는 직원이 진짜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어느 정도 지식의 저주가 반영되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 내 생각과 같을 것이라는 착각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업무 지시는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하거나 오해의 여지가 있으면 안된다. 좀 더 극단적인 표현으로, 중학교 2학년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자신도 제대로 알고있지 못한 경우이다. 무능력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지시를 받기는 했는데, 자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답이 없다. 곧 집에 가야 한다.


업무를 지시할 때 딱 세 가지는 지켜주자. 물론 업무의 유형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아래 세 가지를 설명하고 지시하는 것만으로도 좀 더 나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1)목적 및 목표 – 이 일을 '왜' 하는 것이고, 일의 수준과 아웃풋 형태를 결정해 준다.

(2)업무 범주 및 핵심 과제 – 일의 전체상 중 어디에 해당하고, 핵심적으로 해야하는 과제를 명확하게 해준다.

(3)기대사항 표명 – 업무에 기대하는 바와 언제까지 어떤 형태로 보고해줄 것을 명확하게 지정해 준다.


디테일한 업무 지시보다 왜, 뭐, 어떻게,언제까지 정도에서 큰 방향성만 지정해 주고, 나머지는 재량권을 주는 방법이 좋다.


2. 자꾸 바뀌는 지시 내용


업무 지시가 불분명한 것에 더해서, 한 가지만 더 하면 진짜 최악의 꼰대가 될 수 있다. 바로 와따리 가따리 정신이다. 업무 지시를 제대로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처음 지시할 때와 말이 달라지는 경우이다.  특히 자신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우기거나, 감이나 기분에 따라 의사결정의 기준을 바꾸는 , 자신의 업무 스케줄에 따라 납기 기일을 맘데로 바꾸는 행위는 최악을 넘어선 극악에 가까운 행위이다.


팀장 : 내가 언제 이렇게 해오라고 했어?

직원 : 분명 팀장님께서 그렇게 해오시라고…

팀장 : 내가? 증거 있어? 어디서 말을 지어내!! 내가 그랬을 리가 없어.


팀장 : 김주임, 그  그 기획안 내일까지 되겠어?

주임 : 아니. 그거 분명 다음주까지 하라고 하셔서..

팀장 : 내가 언제?



메모는 말을 듣거나, 지시받는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지시하는 사람도 내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해오라고 지시했는지 메모해 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물론, 일을 진행하는 도중 상황이 변하거나 윗사람의 의견이 개입된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은 조금 힘들다. 이때는 최대한 윗선의 의견에 대해서 방어 해보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불가피한 경우, 직원에게 그렇게 된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동의를 구하는 편이 좋다. 최대한 일관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지만 불가피 할 경우 Why를 설명하고 공감을 유도하자.  


3. 결과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


내가 나를 판단할 때는 행동이 아닌 의도를 가지고 판단한다. 그 어떤 행동도 정당화될 수 있다. 설령 실수를 하거나 뭔가 잘못된 결정을 하더라도 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했고, 최선을 다했다는 배경을 전제로 내 행동을 판단한다. 하지만 그 관용 정신이 후배를 판단할 때는 증발한다. 남을 판단할 때는 배경이나 의도는 생략하고, 철저히 겉으로 보인 행동과 결과만 가지고 판단한다.


‘너는 도대체 생각이..’

‘이거 밖에 안되지?’

‘네가 그럼 그렇지.’


라는 말이 나가기 전에, 적어도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왜 일을 이렇게 했는지' 그 이유는 들어보자. 때로는 부하직원의 행동과 일의 결과에 적절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때론 내가 생각지도 못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비난의 화살을 쏘기 전에 최소한 왜 그렇게 했는지는 들어보는 관용을 베풀자.


물론 결과로 평가받고, 성과가 전부인 회사에서 눈에 보이는 것만 놓고 평가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업무지시가 부정확했을 수도 있고, 내 지원이나 지도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조금 미숙하고, 부족할 수 있는 후배의 행동과 일처리를 딱 눈에 보이는 만큼만 가지고 판단할 경우, 그 후배가 그 일에 투자한 노력과 열정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결과는 비판하되, 과정 만큼은 인정하자. 그 정도 관용은 남겨둬야 꼰대 소리 안들을 수 있다.



4. 책임 회피


일을 하다 보면 잘 될 때도 있고, 반대로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인성은 최악의 순간 드러난다고 했던가? 후배나 직원이 뭔가 실수를 하거나, 일에 대한 성과가 좋지 않은 순간 날아드는 꼰대의 한마디가 있다.


“그럴 줄 알았어.너 이제 어떻게 하냐


는 좀 아니지 않나? 도대체 양심은 어디다 고 왔길래, 저런 말이 나가는지 모르겠다. 출근할 때 아무리 바빠도 양심부터 챙겨야 할 판이다. 왜 꼭 필요한 순간 양심은 꺼내지 않는지 모르겠다.


한국인이 제일 못하는 말이 ‘잘못했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한다. 모두 자존심과 관련된 말들이다. 특히 밑 사람 앞에서 체면 구기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는 대한민국의 특성상 '내가 잘못 지시했네.' '내가 잘못 판단했네.', '내가 책임질게' 등의 말은 입 밖으로 안 나오고 자꾸만 목 구녕으로 넘어간다.


나아가 리더라면 발을 빼야 될 순간과 담가야 할 순간을 구별해야 한다. 공치사를 하는 자리에서는 후배를 깊숙이 밀어 넣고 내 발은 빼야하고, 책임을 지는 자리에서는 후배는 저 멀리 밀어내고 내 발을 푹 담가야 한다. 근데 왜 자꾸 반대로 하는지 모르겠다. 잠깐의 쪽팔림을 피하기 위해서 평생 욕먹을 짓은 하지 말자. 한마디만 더해도, 꼰대 탈출에 성공할 수 있으니 그 말을 아끼지 말자.


‘내 잘못이네. 내가 책임질게’


드라마 '미생'에 보면 '어른이 된다는 건 자기 입으로 어른이라고 떠들어서 되는 게 아니라,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을 꼭 하게 되면 어른이 된다'는 말이 나온다. 비슷한 논리로 꼰대가 되지 않는다는 건 내입으로 꼰대가 아니야 라고 떠드는 게 아니라, 꼰대가 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되지는 않을까? 어디 가서 ‘나 꼰대 같냐?’라고 묻기 전에 내가 꼰대처럼 하고 있는 행동은 없는지 먼저 점검해 보기 바란다. 빼면 뺄 수록 꼰대에서 점점 멀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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