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갓기획 Oct 25. 2019

말에도 순서가 있다,해결보다 위로와 공감을

상대의 마음을 얻는 언어  

어느 신혼부부가 있다. 초보 운전인 아내가 홀로 차를 몰고 가던 길에 사고를 냈다. 다급한 마음에 일단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수화기 너머로 남편의 '말'이 들려온다.  


"괜찮아? 다친데 없어? 그럼 됐어. 당황하지 말고, 일단 보험회사 부르고, 나도 곧 갈게"


언뜻 보면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결혼 5년 차만 넘어가도 이런 상황이 연출되기가 쉽지 않다. 일단 말의 순서가 바뀐다. 아니 '말'이 아니라 '짜증'이 먼저 날아든다.


결혼 5년 차 아내가 홀로 차를 몰고 가던 길에 사고를 냈다. 할 수 없는 마음에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수화기 너머로 남편의 짜증이 들려온다.


“아 진짜야? 누가 박았어? 어떤 차야? 벤츠 박은거 아니지? 뒤에서 박은 거면 100%인데. 아 조심 좀 하지 그랬냐”


사람을 먼저 보지 않고, 문제를 먼저 보고 해결을 고민한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겠지만, 실제로 있는 얘기다. 왜냐하면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게 어느 정도는 남자들의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보다 문제 그리고 해결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일단 자기 손으로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신체적으로 크게 다치진 않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남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꼭 교통사고가 아니더라도, 어떤 문제 상황에서 보통의 남자들은 문제 해결이 중심이 된다.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 먼저 문제 상황에 꽂히고 해결을 고민한다. 그래서 생각보다 남자들이 못하는 얘기가 '괜찮아? 다친데 없어'라는 위로와 공감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은 어쩐지 모르게 회사에서 리더들이 종종 저지르는 실수와 묘하게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이때 많은 리더들이 보이는 반응이,


“아 그래서 어쩔 건데?”

“누가 잘못한 거야?”

“책임 누가 질 거야?”

“해결 가능하겠어?”


걱정이 앞서고, 책임질게 두렵다. 잘못을 저지르거나 실수를 한 직원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 그 실수를 한 직원도 분명 두렵고, 죄책감에 시달릴 텐데 그런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문제, 그리고 해결에만 집중된다.


물론 리더의 자리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고, 이해가 가는 접근 방식이다. 책임지는 자리에 있기에 직원의 실수가 못마땅하고, 화부터 나고, 해결을 고민하는 뇌 회로가 가동된다. 하지만 분명 본인도 신입 사원 때나 불과 몇 년 전에 그런 실수를 하고 불안감과 공포감이 휩싸여 본 경험이 있을 텐데, 그야말로 올챙이적  시절은 기억에서 삭제된 지 오래다. 지금은 본인을 하늘을 날아 다지는 슈퍼 개구리쯤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부하직원의 실수를 해결해줄 히어로가 되기 위한 생각부터 튀어 오르고, 문제 해결 중심으로 접근한다.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세상에 지성이면 감천이고, 노력으로 해결 불가능한 일은 없다. 물론 돈을 써서 막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어디 가서 머리를 조아릴 수도 있고,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일도 있겠지만 어쨌든 해결은 된다. 그런 일을 하라고 리더 역할을 맡긴 것이다. 하지만 위로와 공감을 생략한 리더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잃어버린 직원의 마음을 찾기는 힘들어진다. 집나간 직원의 마음은 방황하고, 직원이 입은 마상은 그대로 상처가 되어 흉 지고 흉 진다. 리더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 된다.


문제 해결에 앞서 좀 더 소중한 직원의 마음을 지켜주자. 겉으로는 가족 같은 회사, 가족 같은 직원, 내 새끼를 외치면서 왜 진짜 필요한 순간에 말과 행동은 '가!!! 족 같은 회사'를 외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생각보다 직원의 마음을 지키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한 마디면 충분하다. 10초만 투자해서, 먼저 이렇게 말해보자.


“그럴 수도 있지. 많이 힘들었겠다. 늦지 않게 말해줘서 고맙다”

“나도 그런 실수 해본 적 있어. 누구나 다 실수해. 쫄지마.내가 도와줄게”

“괜찮아? 그쪽에서 뭐라고 해? 나쁜 새끼들. 상처 받지 마. 같이 고민해서 해결해보자”


라고 먼저 말해 놓고, 그다음에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민해서 해결해보자. 우선 직원의 마음을 수호하고, 그다음 같이 머리를 맞대면 못해낼 일도 없다. 그리고 내가 지켜준 그 직원의 마음은 언젠가 몇 배의 보상으로 나에게 돌아온다. 마음의 빚에 대한 보상은 생각보다 그 크기가 크다. 흔들려야 청춘이지만, 리더라면 흔들리면 안 된다. 직원의 실수, 잘못에 흔들리지 말고 침착하게 위로와 공감의 말을 먼저 건네고 그다음 해결책을 고민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이 글은 꼰대와 리더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지만, 오래전 그날 내 자화상에 대한 반성의 글이기도 하다. 2015년 1월 내가 어떤 여자 직원에게 저지른 범죄(?)에 대한 깊은 반성이자 사과의 글이다. 때는 내가 파트장이 되고, 캐논 아카데미라는 파트의 장으로서 의욕도 넘치고, 일에 미쳐서 살 때의 일이다. 내가 맡고 있는 팀의 운영 총괄을 맡고 있는 직원이 연말 장기 휴가를 떠났다. 휴가는 쿨하게 보내주는 편이라, 그 여자 직원은 15일 정도의 해외 휴가를 떠났다. 그런데, 휴가가 끝나고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될 즈음, 그 직원에게서 전화 한 통이 왔다.


"파트장님. 제가 체코에서 여권을 잃어버렸어요. 귀국 일정이 좀 늦어질 것 같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당황했고 화가 났다. 앞으로 닥칠 업무적인 난관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넌 도대체 무슨 행동을 그렇게 해. 그래서 언제 올 수 있는데? 며칠이 늦어지는 건데? 내일이 아카데미 오픈인데, 어떻게 하라고”


라고 말해 버렸다.


그 직원은 곧장 울음을 터뜨렸다.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리더로서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했다. 업무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것만 생각했다. 그러나 좀 더 경험이 쌓이고, 사람들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그 순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때 그 여직원에 대한 사과의 의미와 스스로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아서 이 글을 쓴다.


며칠 전에 그 직원과 오랜만에 만나서 간단하게 소주 한잔을 먹는데, 가볍게 취기가 오른 그 직원이 이런 말을 한다.

  

“대표님. 저 이제 해외 나가도 여권 안 잃어버려요!! ㅋㅋㅋ”


웃음으로 넘기고 있지만, '상처가 컸나 보네'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한번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그래서 반성의 의미를 담아 내 혀에 이렇게 새겨본다.


‘해결보다 위로와 공감이 먼저’라고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