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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Oct 29. 2019

제51화: 세대갈등,3박이면 충분히 해결가능 하지않을까

사이글, 살면서 나는 이런 걸 배웠다.

어느 날 모회사에서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후배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첫 마디부터 뭔가 굉장히 분노(?)에 차있고, 하기 싫어 죽을 것 같은 스멜이 폴폴난다.


“형. 아 진짜 개짜증나. 이번 주 금토에 팀장이 속초로 1박 2일 워크숍 가제. 어떻게 하지? 뭐라고 하지? 나도 가기 싫은데.. 밑에 애들은 진짜 죽으려고 해.. 내가 그냥 총대 메고 안 간다고 해?”


속으로 웃겨 죽을 것 같았다. 일단 좀 더 들어보기로 한다.


“아니… 자기가 기러기 아빠이면 주말에 혼자 놀 것이지. 꼭 우리까지 끌어들여야 해? 우리가 장난감이냐고? 일만 하면 되지 왜 자꾸 그런 이상한 모임을 만들려고 하지? 게다가 속초가 웬 말이야?”


다 쏟아내고 나서도 분이 안 풀리는 눈치다. 내가 한마디 해본다.  


“야.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너네 팀 워크숍 한 번도 안 가봤다고 했지? 그럼 일단 가봐. 해보지도 않고 뭘 판단해. 일단 가보고 별로 다 싶으면 그 다음부터 안 간다고 하면 되잖아. 대신 타협은 시도해봐. 팀장님이 정한 속초 말고, 니들이 오히려 의견을 내봐. 니들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으로”


수화기 건너편이 고요하다. 뭔가 뾰족한 수라도 알려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워크숍을 가라고 등 떠미니까 당황한 눈치다.


“그러니까…. 일단 가라는 얘기야?”


“응 가보라고. 팀장님이 꼭 놀고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겠지. 대신 가는 건 정해졌으면, 갈 곳이랑 가서 해야 할 일들은 니들이 선택해. 그럼 좀 더 나아질 거야. 그나마”


그리고 며칠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엔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워크숍 잘 갔다 왔냐? ㅋㅋㅋㅋㅋㅋ”

“응 형. 고마워. 덕분에 좋은 경험 했어.”

“어? 진짜? 뭐가 좋았냐?”


긴 시간 후배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후배는 최초 나랑 통화를 한 후 다음날 사원, 대리 등 팀원들을 소집했다고 한다. 팀원들의 불만이 장난 아니었다고 한다. 침착하게 나와 통화한 내용을 설명했고, 팀원들과 워크숍 장소와 프로그램에 대해서 의논했다고 한다. 그 결과 최종 결정은 ‘이태원 게스트하우스에서 날밤 까기’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그들의 속내였다. 40대 후반 팀장님에게 젊음의 성지, 이태원이라는 곳에서의 생경한 경험을 제공해서, 다시는 워크숍 이야기를 입 밖에 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는 반전이었다. 다시 후배가 이야기를 이어간다.   


“형. 진짜 팀장도 사람이더라. 애기처럼 잘 노시더라고. 다트도 처음 해보시고, 펍에서 술도 마시고, 그런 거 해보고 싶었는데, 니들 덕분에 새로운 경험 해본다고 좋아하시더라고. 근데 그런 거 보니까 짠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룻밤(?) 같이 보내고 나니까 왠지 더 가까워진 것 같아.”


“다행이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


“응. 나도 그랬고, 후배들도 그랬고 다 좋았데. 그래서 다시 가자고 하면 또 갈 생각이 생겼어. 생각이 바뀌었어.”


그 말을 듣는데, 왠지 모를 뿌듯함과 울컥하는 마음이 밀려왔다. 오랜 시간 꼰대로 외롭게 살았을 그 팀장님의 마음을 이해해준 내 후배와 팀원들의 마음이 고마웠다. 별것 아니지만 이런 비슷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세대 간의 갈등이 무너지고 좀 더 화합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작은 희망도 생겼다.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후배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생각이 바뀌었어’


이렇게 내 후배와 팀원들의 생각이 바뀐데는 크게 3가지가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후배의 워크숍이 성공(?)한 비결이자, 이 시대 꼰대들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첫째, 상사가 권위를 내려놨다.


직장에서는 책임자이고 윗사람이고 상사이지만, 꼭 노는 자리나 밖에서 까지 상사일 필요는 없다. 내가 저들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직급이 높으니까 체면 차리고 권위 의식에 사로잡힐 것이 아니라, 한 인간 대 인간으로 시간을 즐겼다. 술 마시면서 속내도 털어놓고, 팀장으로서의 어려움과 힘듦, 그동안 팀원들에게 미안했던 마음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이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게 되어있는 것일까? 상사가 권위를 내려놓고 팀원들에게 다가가니 팀원들의 마음이 조금 열렸다고 생각한다. 이해가 시작된 것이다.


둘째, 중간자의 조율이 통했다.


나이 어린 팀원들은 무조건 팀장이 싫을 수도 있다. 예의 바르게, 조리 있게 말하는 방법에 아직은 조금 미숙하다. 이때 중간관리자 격인 내 후배가 나서서 어린 팀원들의 의견을 팀장에게 잘 전달했다. 기분 나쁘지 않게 그러면서도 설득력 있게 자신들의 입장을 제대로 이야기했다. 게다가 일방적으로 팀원들의 편만 든 것이 아니라, 팀장님의 의도와 생각을 팀원들에게 잘 전달해서 팀을 이끌었다. 중간자의 입장에서 요즘 세대들의 의견을 잘 정리해서 위로 전달했고, 선배로서 팀장님의 생각을 아래로 잘 전달했다. 결괴적으로 이 두 가지가 버무려져서 의미 있는 워크숍이 만들어졌다. 중간자로서 제대로 가교 역할을 해냈다.


셋째, 경험해보기 전까지 판단하지 말자.  


하나가 싫으면, 모든 게 싫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평소 회사에서 마주치기도 싫은 팀장님과 ‘금토 하룻밤이라니?’ 생각만 해도 싫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생각이라는 것이다. 생각만 하니까, 부정적인 감정이 강화된다. 더 하기가 싫어진다. 하지만 막상 가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가 펼쳐지고, 뜻밖의 수확이 생길 수도 있다.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다. 막상 뭔가를 ‘싫다, 안된다’ 거절할 때도, 해본 경험이 있어야 그 경험을 근거로 제대로 거절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하지 말고, 상상하지 말고 일단 하기 싫은 그 무엇도 해보고 나서 판단하자. 내 후배의 워크숍처럼 미라클 같은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후배의 워크숍 사례를 보면서 '생각보다' 직장 내 세대 간의 갈등이 심하다는 생각과 함께, 또 한편으로 '생각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는데, 세대 간 갈등은 어느 한쪽의 노력만 가지고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려는 노력과 여기에 중간자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뭔가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을까? 삼박자만 제대로 갖추어진다면 어쩌면 세대갈등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긴 글을 정리해 본다.


-상사가 쳐야 할 1박: 권위 의식을 과감히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윗사람, 선배, 직책자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후배에게 다가가 보자.

-요즘 세대가 쳐야 할 2박: 해보지도 않고 불평불만하기 전에 일단 해본다. 기왕이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말이다. 해보고 나서 판단하자.

-중간자가 쳐야 할 3박: 꼰대와 요즘 세대의 중간쯤에 끼어있는 중간자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말고, 중간에서 그들 간의 가교 역할을 해보자. 거를건 거르고, 정제할 건 정제해서 양측의 조화로움을 만들어보자.


회사 곳곳에서 워크숍 3박(?)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기 위한 3박이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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