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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Nov 21. 2019

상사는 예스맨을 원하지만,신뢰하지않을수 있다

상대의 마음을 얻는 언어

‘조직 지향적인 인간’이라는 말이 있다. 사실 살면서 딱 한번 들어본 말인데, 그 말이 너무 임팩트가 커서 잊혀지지 않는 말 중에 하나이다. '직장형 인간', '전형적인 회사원'이라는 말과 유사한 의미로 쓰이는 이 말은 학문적으로 누군가가 정확하게 정의를 내린 적은 없지만, 이 용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왠지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변호사답다.’ ‘의사답다.’ ‘군인답다’ 등의 말은 '어떤 사람이 그 직업에 어울리고 전문성이 있다'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법도 모르고, 말도 잘 못하는 사람에게 ‘변호사답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군인 다움은 씩씩함을 의미하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이런 전문직을 제외하고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해당하는 일반 직장인들에게, ‘조직인답다’, ‘직장인답다’라는 말은 왠지 긍정적인 느낌으로만은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실 이 단어는 전 직장 캐논에서 근무할 때 팀장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사용했던 단어다.


“야 임 과장. 우리 회사 회의가 너무 길고 비효율적이지 않냐”


너무 아무렇지 않게 물으셔서, 나도 너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 순간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 터라, 생각의 필터를 생략했다. 그동안 회의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진짜 우리 회사 회의는 기본적으로 윗사람의 의견을 확인하는 자리밖에 안되죠. 아래로부터 의견은 듣기 힘들죠. 게다가 결론도 없고, 비효율적이고 시간 낭비인 경우가 진짜 많아요. 왜 참석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회의가 끝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죠. 회의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말을 다 끝내고 나서, 아차 싶었다. 팀장님 얼굴을 보니 살짝 구겨져 있다. 화가 올라오는 눈치다. 뭔가 낚인 것 같았다. '생각 좀 하고 말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올 찰나, 기지를 발휘해 본다. 때마침 자리를 비운 옆자리 과장에게 화살을 돌려본다.


 “저 말고, 김 과장은 어떻게 생각한데요? "


바로 그때였다. 듣보잡, 이상한 말이 돌아왔다.


“김 과장은 조직 지향적인 인간이잖아, 그래서 안 물어봤어. “


‘조직 지향적인 인간이잖아.’라는 말에 참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의미에 대해서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추측해 보건대 회사에서 하는 일이나 상사의 의견에 크게 반론을 제기하거나 이견을 가지지 않고, 조직에 충성하고 조직에서 하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라고 생각해 봤다.


물론 조직 지향적인 인간이 회사에 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조직에서 내 의견을 주장하기보다 조직의 의견에 따르고 그에 맞춰 움직이는 것의 장점도 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는 다르다. 조직형 인간의 옳고 그름이나 가치 판단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조직이나 상사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이 100% 일치하는 경우는 없을 텐데, 무조건 '좋다', '맞다'만 외치는 조직 지향형 인간이 과연 상사들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회사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는 묻고 싶어 진다


상사 입장에서 예스맨은 분명 기분 좋은 사람이 맞다. 예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선배가 되고 상사가 되고 보니까 더 그런 것 같았다. 말끝마다 토를 달거나, 안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직원보다는 ‘예, 예 과장님 최고’ , ‘역시 짱 멋지심’, ‘굿 아이디어, 굿샷’을 외치는 직원이 예쁘게 보이기 마련이다. 어쩌면 인지상정이고, 사람의 본성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디까지가 진심일까?’


혹시 '내가 No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라는 자책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회의를 하거나 뭔가를 논의할 때, 내 생각은 가장 나중에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항상 묻는 것이 먼저였다.


"네 생각은 뭔데?", "니 결론은?"


그랬더니 점점 내 생각과 다른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경험 부족에서 나오는 의견이거나, 허무 맹랑한 의견도 있었지만, 젊고 창의적인 생각이 더 많았다. 그동안 내가 생각지도 못한 좋은 생각이 더 많았다. 실제 기획이나 사업으로 연결시켜 성과를 낸 일들도 있었다.


그렇게 깨달음이 이어졌다. ‘내 생각이 다 맞을 거야’, ‘내가 더 잘 알아’,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나랑 같은 생각일 거야’라는 오만과 자존심이 직원들이 No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 봉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사 입장에서 분명 예스맨은 기분 좋은 사람이고, 상사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상사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때론 상사의 생각에 '예 맞습니다.', '좋습니다.'라고 맞장구치거나 동조하는 스킬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매번 상사의 생각에 '맞다', '좋다', '동의한다'라고 말하면서 그저 호감을 주는 사람으로 남을지, 아니면 때로는 No라고 말함으로써 한때 미움받거나 싫은 소리를 들을 수는 있을지언정 신뢰받는 사람으로 남을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예스맨이 되어서 상사의 비위를 맞추고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으로 편하게 회사 생활을 할 것인지, 자기 생각과 소신으로 사이다같이 시원하게 No라고 말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회생활 새내기들에게  ‘조직 지향형 인간’ 보다는 ‘소신 있는 직장인’ 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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