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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Dec 06. 2019

제65화:있을껀 없고 없을껀 많은 그대 이름은'꼰대'

꼰대 탈출 넘버원

요즘 내 생활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팔도 유랑단’이다. 강의활동을 하면서 전국 팔도 안 가는 곳이 없다. 서울에 머무는 시간이 가장 적은 요즘이다. 제주도에서 2주 살기도 경험해 봤고, 보성, 보령, 군산, 나주, 포항 등 생전 처음 가보는 도시도 많아졌다. 나름의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소득이 있다면,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하는 교육의 경우 대부분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식적인 외박의 기회가 주어진다. 아, 이 타이밍에 왜 기분 좋은 미소가 번지는 걸까? 물론, 당연히 외롭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기차나 버스 등의 이동 수단에서 보내는 시간도 좋다. 비록 일하러 가는 길이지만,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늘 기분 좋은 설렘으로 다가온다. 이 시간만큼은 여유와 힐링, 독서가 함께하는 나만의 최애 시간이 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SRT를 타고 여유와 힐링을 만끽하며 나주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이때였다. 어디선가 1차 폭격이 시작된다. 뒷자리에서 산통 깨는 전화벨 소리가 들려온다.


“따르릉따르릉 내가 니 남자야~~”


노래방에서 들으면 분명 흥겨운 멜로디인데, 조용한 기차에서 들려오는 멜로디는 방정맞기 그지없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참을 수 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깜박하고 진동으로 바꿔 놓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의 폭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차 폭격이 시작된다. 10분간 통화가 이어진다. 김장 날짜를 잡기 위해 시작된 딸과의 통화는 결국 해외여행 경험담으로 마무리되었다.  


잠잠해질 겨를도 없이 곧바로 3차 폭격이 시작된다. 이번엔 융단 폭격이다. 돈 500만 원이 뭔가 문제가 된 것 같은데, 내가 알아야 할 이유도, 듣고 싶지도 않은 돈 얘기가 계속 오고 간다. 그때였다. 근처에 앉아 계시던 40대 후반쯤 되는 아저씨가 한 마디를 한다.


“거 아주머니 통화는 좀 나가서 하세요. 조용히나 하시던가”


딱 보니 자다 깬 표정인데, 거칠게 나간 말에 아니나 다를까 아주머니 입에서도 험한 말이 튀어나간다.


“아니 당신이 뭔데, 나더러 이래라 저래라야”


더 이상의 상황 설명은 생략하도록 한다. 충분히 상상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면 끝났을 일은 결국 아주머니의 터프한 대응으로 인해 싸움으로 번졌다. 핵폭탄이 터져버렸다.


이 아주머니의 행동을 보면서 묘하게 누군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바로 이 시대 꼰대였다. 아주머니가 한 행동을 보면서 전형적인 꼰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꼰대의 특징을 네 가지로 적어본다.


첫째, 배려심이 없다.

배려심 실종의 기저에는 자기 중심성이 있다. 물론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다. 자기 경험 안에서 판단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꼰대는 딱 그 안에서만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장치를 잃어버렸다.


‘저 사람 입장은 어떨까?’, ‘저 사람은 기분은 어떨까?’의 질문을 잊어버리고 산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고, 나만 편하면 그만이다.


둘째, 수용력이 없다.

치열하게 세상을 살다 보면 배려심은 잊고 지낼 수도 있다. 배우지 못했을 수도 있고, 주변에서 얘기해 주지 않으면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주변에서 피드백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듣지도 않는다, 대놓고 꼰대

-듣는 척은 하지만,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은밀한 꼰대  

-듣고 인정하지만, 변하지 않는다, 게으른 꼰대


셋째, 인간미가 없다.

나에게 인간적인 사람을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미안할 때 미안하다고 하고, 고마울 때 고맙다고 하는 것’


어쩌면 너무 쉽고 당연한 말인데 점점 그 쓰임도 의미도 사라져 가고 있는 말이 ‘고맙다’와 ‘미안하다’이다. 상대방의 배려나 도움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내가 실수한 것이나 잘못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괜한 자존심이 앞을 가려 그 말이 나가는 것을 막을 때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겉으로 나가는 말보다 안에 품는 마음이다. 사람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 것, 이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없으니 말과 행동은 언감생심이다.  


넷째, 센스가 없다.

센스는 정의하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상황 파악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 말과 행동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마음이다. 같은 행동이라도 상황에 따라 참이 되고, 거짓이 되기도 하는 순간이 벌어지기도 한다. 전자를 센스 있다고 하고 후자를 센스 없다고 한다.


비록, 내가 기차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공교롭게 우리가 아는 그 나이 든 꼰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꼰대는 나이나 세대적인 특징과는 관련이 없다. 있어야 할 것이 없고, 없어야 할 것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꼰대가 된다. 특히 사가지가 없는 것은 꼰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가지가 있냐 없냐에서 꼰대의 경계가 만들어진다. 꼰대와 선배의 차이를 사가지로 정리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내가 편하고자 하면 꼰대가 되고, 남이 편할 것을 먼저 생각하면 선배가 된다.’


내 생각만 옳다고 생각하면 꼰대가 되고,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선배가 된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부끄러워지면 꼰대가 되고, 미안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으면 선배가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나오는 대로 말하면 꼰대가 되고, 앞뒤 상황 파악하고 필터를 꽂아서 말하면 선배가 된다.’


사가지를 경계하고 걷어내는 것만으로도 꼰대 탈출의 길은 시작된다. 적어도 사가지 없는 사람만큼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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