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 기브 앤 테이크의 성공 방정식
꼰대라서 할 말은 좀 할게
10여 년 전 쌍둥이 형의 결혼식 날, 아빠는 결혼식에 참석한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잊지 않는 것이 있었다. 중간중간 접수대의 방명록을 보면서 누가 왔는지, 축의금을 얼마나 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런 아빠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빠는 좋겠다. 돈 좀 벌겠는데? 작은 아들은 얼마 줄 거야?”
“이놈의 시끼.. 벌긴 뭘 멀어? 다 빚이지 빚”
돈이 아니고 빚이라고? 그 당시에는 아빠가 내 몫을 삥땅 치려는 꼼수(?)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다시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니, 아빠의 그 말속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중요한 원리가 숨어있었다. 기브 앤 테이크였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서로 주고받는 가치의 크기가 비슷할 때 관계가 성립되고 발전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그 관계가 무엇이든지 기브 앤 테이크가 존재하고, 이것이 유지되지 않은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마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양측에 위치한 거래 주체가 제공하는 가치가 동등해야 거래가 성립되고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특히 개인의 이익 추구를 위해 모인 회사에서 기브 앤 테이크는 거의 종교에 가깝다. 상호 간에 일방적인 희생이나 부탁은 없다. 나에게 이유 없이 잘해 주는 사람도 없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나를 도와준 것은 언젠가 자신도 도움을 받기 위한 투자에 가깝다.
회사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기브 앤 테이크에 능해야 한다. 기브와 테이크 간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 테이크에는 기브로 돌려줄 줄 알고, 기브를 한 만큼 테이크로 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테이크 보다 기브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내가 주는 만큼 돌려받고, 내가 하는 만큼 보상받는다. 테이크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자신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먼저 기브 하는 사람이 조금 더 인정받고, 남들보다 앞서 나간다. 사회적으로 성공했거나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을 보면 평소에 테이크보다는 기브가 많은 사람들이다. 내 주변에도 소위 잘 나가고 인정받는 사람들은 취할 것을 찾기보다 먼저 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 기브 앤 테이크의 등식은 잘 알고 있지만, 그 원칙에 앞서 먼저 줄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오늘은 이들이 알고 실천하고 있는 기브 앤 테이크의 3가지 공식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상대방의 마음에 빚을 쌓아라.
호의를 베푼 사람의 제안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빚은 갚아야 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이것이 인지상정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쉽게 도움을 주려고 한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풀고 빚을 쌓아놓은 사람은 나중에 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얻어내기가 쉽다. 소위 깔아놓은 밑밥이 많을수록, 결정적인 순간 내가 취할 수 있는 테이크가 많아진다. 좀 더 고상한 비유로 농부의 마음으로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상호성의 원칙이라고도 부른다. 화장품 가게에서 샘플을 사은품으로 받은 사람은 화장품을 구입하는 비율이 실제로 높게 나타나는 이치와 같다.
평소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여기저기 빚을 깔아 놓으려고 노력하자. 그 빚이 반드시 금전적인 것이나 물질적일 필요는 없다. 단지 잠깐 내 시간을 빌려주는 것일 수도 있고, 때론 말 한마디, 마음 씀씀이 한 번이 상대방에게 빚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남에게 쌓아둔 빚의 크기가 많을수록 내가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는 테이크의 크기와 종류가 많아진다. 그리고 그것은 또 하나의 무기이자 실력이 될 것이다.
둘째, 물을 따를 때는 넘치도록 따라라.
첫 직장에서 이사님과의 1:1 맨투맨 식사 자리가 있었다. 신입사원과 임원의 만남은 사람 간의 궁합을 떠나서, 생각만 해도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이사님의 가르침을 빙자한 잔소리는 메인 식사가 나오기도 전에 시작되었다. 숟가락을 세팅하고 컵에 물을 따르는 순간 이사님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임영균 씨, 물을 따르려면 꽉 채워서 따라야지. 왜 따르다 말아?”
무슨 술 잔도 아니고 물 잔 가지고 핀잔이야라는 생각을 하며, 이사님이 원하시는 만큼 물 잔을 채우려고, 다시 물주전자를 들었다. 그때 이사님의 말씀이 이어진다.
“임영균 씨, 내가 물 잔에 대한 이야기 하나 해줄게요. 임영균 씨가 많이 따랐다고 할 수 있는 만큼 한번 따라 보세요.”
멀쩡한 대학 나와서 물 따르다가 갈굼 당하는 나 자신이 한심했지만, 어쨌든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기만 바라는 마음으로 물 잔을 채웠다. 물 잔을 들었을 때 물이 넘치지 않을 정도의 마지노선인 9부 능선까지 물 잔을 채웠다. 센스 있는 조치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센스에 되돌아오는 반격에 큰 울림이 있었다.
“이게 다인가요? 임영균 씨, 이렇게 따라서는 상대방이 많이 따랐다는 것을 알지 못해요. 넘치도록 따라야 그제야 상대방은 많이 따랐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람 마음이 그런 거예요. 명심하세요. 남에게 무언가를 줄 때는 넘칠 정도로 줘야 합니다. 그래야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고 대접받는다고 생각해요.”
사람의 기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많이 줬다고 생각해도 받는 사람이 많이 받는 게 아니면, 그것은 많이 준 것이 아닌 것이다. 혹시 다른 사람에게 물을 따를 기회가 있다면, 꼭 생각하는 것만큼 딱 그만큼만 따르지 말고, 컵에 물이 철철 넘치도록 따라 보기 바란다. 물론 실제 물 잔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물 잔을 받는 사람이며, 식당 종업원의 짜증만 유발할 뿐이다. 내가 무엇인가 주는 자의 입장에서 상대방에게 물을 따라야 하는 순간, 그 사람의 기대 이상으로 콸콸 넘치도록 따라보자. 내가 따른 그 물의 양만큼, 아니 그 이상의 크기만큼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관계는 내가 채운 물 잔의 높이와 비례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셋째, 준 것은 잊어버리는 것이 낫다
친한 선배 중에 나를 ‘부탁 왕’이라고 부르는 형이 있다. 이런저런 인맥이 많아서 자주 도움을 받는 형이다. 그때마다 ‘형 부탁이 있는데..’, ‘부탁 하나만 하자’라고 운을 떼며 말하는 것을 빗대어, 그 형이 붙여준 별명이었다. 언젠가는 그 별명이 마음에 걸려 ‘형 언젠가는 내가 갚을 날도 오지 않겠어?’라고 괜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때 그 형이 생긴 거랑 다르게 감동적인 말을 해온다.
“네가 갚을 게 어디 있어. 해준 건 잊어버리는 거다. 그래야 맘 편해. 그래서 네가 갚을 건 없어.”
이렇게 말하는 그 선배에게는 나름의 철학이 있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대부분의 사람 관계가 틀어지거나 관계가 끝나는 경우를 보면, 내가 이 번에 밥을 샀으니깐 다음에는 쟤가 밥 사겠지?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깐 저 사람이 이 정도는 해주겠지?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이것도 안 해? 등의 마음이 자리 잡기 시작하는 경우다. 그 마음은 점점 커져서 실망으로 바뀌고, 서운한 마음이 자리 잡고, 그 사람이 싫어 지기까지 한다. 뭔가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실망감도 생기는 것이다.
기브 뒤에 테이크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는 순간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물론 기브 앤 테이크에서 기브만큼 테이크가 따라오면 좋겠지만, 기브 뒤에 테이크를 생각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사람을 잃지 않고, 슬기롭게 인간관계를 하는 법 중에 하나 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기브만 생각하고 테이크에 대한 내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더 큰 테이크를 가져올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회사에는 여러 유형의 사람이 있지만, 그중에 사람들이 꼽는 기피 대상 1호는 직급과 나이를 불문하고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 사람이다. 소위 나를 이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사람이다. 좋게 보려 해도 좋게 보기 힘들다. 처음 몇 번은 예의상 도와줄 수 있지만, 내가 취할 수 있는 테이크가 전혀 없이 기브만 일어나는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 내가 준 기브의 크기와 테이크의 크기가 같으면 좋겠지만, 테이크 이전에 기브를 생각할 줄 아는 마음, 나는 그 마음이 회사의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그 어떤 이론이나 공식보다 가장 먼저 새겨야 할 성공 방정식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일 수도 있고, 내 바람일 수도 있지만, 내 바람이 곳곳에서 더 많은 현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