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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Feb 07. 2020

제88화:시대 변화에 따른 '개미와베짱이' 3가지버전

꼰대라서 할 말은 할게

어느 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친구의 행동이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부터 감정의 신호등을 사용할게.


빨간불: 지금 네가 그렇게 행동을 했잖아

노란불: 그때 내 기분이 이랬어.

초록불: 네가 앞으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순간 깜짝 놀랐다. 요즘 초등학교에서 별걸 다 배운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는 살면서 진짜 기본적인 것은 이미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다 배웠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만 잊고 살 뿐, 그때 배운 삶의 교훈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우리가 어려서부터 듣고 자란 전래동화, 이솝우화 등이 전하는 삶의 철학이나 인간관계론은 성인들에게도 충분히 의미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그중 한 가지 이야기를 소개해 보려고 하는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있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이 이야기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3가지 버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 Ver. 1 이자, 오리지널 버전을 간략하게 소개해 본다.  


Ver.1 : 오리지널 버전


개미와 베짱이가 있었다. 한 여름에 개미는 구슬땀을 흘리며 식량을 모은다.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반면 베짱이는 천하태평이다. 오히려 열심히 일하는 개미를 안쓰럽게 바라본다. 개미와 베짱이의 삶의 방식이 판이하게 다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추운 겨울이 되었고,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베짱이는 아사직전에 처한다. 결국 살기위해 개미를 찾아가서 도움을 받고, 그동안 자신이 했던 행동을 반성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성실해야 한다' 또는 '유비무환'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지금 당장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성실히 미래를 준비하면 좀 더 나은 미래를 맞이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하지만, 몇 년 전에 내가 접한 이 전래 동화는 그 결말이 조금 변질되었다.


Ver.2 : 창의성 버전


개미와 베짱이의 삶의 방식은 여전히 같다. 하지만 그 결말이 극적으로 달라진다. 성실히 일한 개미는 그저 먹고 살 정도의 양식을 모으고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지만, 베짱이의 겨울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여름 내내 부른 노래들을 유튜브에 올려서 광고수익을 올리고, 음원 수입에, TV 출연료까지 받는 아티스트가 된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가 기발하고, 시대상을 잘 반영하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담긴 씁쓸함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꿈 1위가 유튜버라고 하는 것을 보면서, 사회가 너무 일방향으로 어린아이들의 꿈을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 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1년에 억대 수입을 올리는 유튜버는 1% 미만이라고 하는데, 겉으로 보이는 성공한 유튜버의 화려한 삶에 취해, 노력이나 고생 대신  쉽고 편하게 돈을 벌고, 성공하려는 생각이 자리한 것은 아닐까 라는 쓸데없는(?) 걱정도 해봤다.


물론 재미있는 일,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성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에는 그렇게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는 원치 않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 사회가 정해 놓은 통념대로,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사실 그렇게 주목받지는 못하는 인생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삶이 가치 없거나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도 분명 성공이 있고 행복이 있다. 다만 세상이 너무 그 반대편만 집중하고 조명하기에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일 뿐, 충분히 의미있는 인생이다.


이제 개미와 베짱이 마지막 버전을 소개해 본다. 최근에 아는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현대 사회에 욜로의 가치가 얼마나 팽배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이기에, 욜로 버전이라고 이름 붙여 봤다.


Ver. 3: 욜로 버전


다시 추운 겨울이 되었다. 개미가 베짱이에게 묻는다.  


"너 어떻게 하려고 하니?"


이때 베짱이가 하는 말이 충격적이다.


"죽지 뭐"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물론 진짜 죽겠다는 생각으로 말한 의도는 아니겠지만, 그 말의 이면에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노력해서 극복하겠다는 것보다는 ‘될 대로 돼라, 안되면 말고’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 구조적으로 개천에서 용 나기가 힘든 시절이고, 예전의 성공 공식이었던 성실 근면으로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기는 힘든 세상이다. 나 또한 수없이 좌절하고 분노했던 지금 시대의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절망 끝에 희망이나 노력이 아닌 포기라는 가치가 자리 잡는 지금의 현실은 조금 씁쓸하게 다가왔다.


아무리 트렌드가 바뀌고, 성공의 기준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들의 가치가 있다. 바로 '꾸준함'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가 더해져야 한다. 더 잘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해진 꾸준함이다. 같은 방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변형해서, 좀 더 나은 방식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적어도 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미와 베짱이의 싸움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 안에서 벌어지는 싸움이기도 하다. 수차례 갈등이 오고 간다.


‘좀 더 잘까, 드라마 몰아보기 할까, PC방 갈까?’


물론 그 잠깐의 휴식과 달콤함을 이기지 못하고, 베짱이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언제나 후회가 따랐다. 그래서 당장의 휴식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 지금보다 내일을 위한 노력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그렇다고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치열함 속에 잠시 잠깐 쉬어가는 휴식이 더 의미 있고,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더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앞으로 개미와 베짱이 버전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또 어떤 결말을 한 이야기 구조가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전래동화의 본래 가치로 그 자체로 남겨두었으면 좋겠다. 물론 다른 것들이 주는 가치도 의미있지만, 성실과 노력이 좀 더 인정받는 세상이 만들어 지기 바란다. 내가   어른이 되고 할아버지가 되었을 , 손녀딸에게 개미와 베짱이 오리지널 버전이  가치있음을 자신있게 말할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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