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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금희 Aug 14. 2023

회사를 오래 다니는 방법

절대 최선을 다하지 말자

대한민국에서 일하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과연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 내가 직접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컸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생각이 바뀌었다. 그 시기의 육아는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돈 버는 거였구나 싶었고, 빨리 회사로 복직해서 쉬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아이를 엄마에게 맡기고 6개월 만에 서둘러 복직을 했다.


회사 생활하며 아이가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나를 반겨준 회사의 수많은 워킹맘들이 달래주었다. 가장 많이 퇴사하는 시기인 출산을 끝내고 복직한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라고 해줬다. 


그렇게 나는 동료들에게 워킹맘이 가장 많이 그만두는 시기에 대해 알게 되었다. 보통 아이를 출산하고 복직을 포기하게 되거나,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할 때 많이 퇴사한다고 했다. 


내 동료들의 자녀는 대부분 중학생이거나 고등학생이었다. 마의 구간인 초등학교 1학년때는 퇴사 위기가 크게 왔었지만 겨우 버텼다고 한다. 그 결과 공포의 사교육비를 감당해야 하는 현재, 가정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동료는 나에게 회사를 오래 다니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일단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지 말고, 회사에 내 능력의 60%~70%만 보여주란다. 절대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큰일 난다고, 에너지를 꼭 남겨놔야 한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그 일은 보통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워킹맘의 경우,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 그간 저장해 놨던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할 일의 60%~70%만 하라고 했다. 동료는 가족의 식사 및 아이의 이유식까지 모두 주문해서 먹였고, 빨래는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만 했다고 한다. 남편의 셔츠는 세탁소에 맡겼고, 아이옷은 모두 건조기에 돌렸다. 


일주일에 1번 5만 원 주고 파출부를 고용해서 큰 청소는 마무리했으며, 본인이 직접 하원시킬 수 있지만 시간이 애매해 하원도우미를 썼다고 했다. 이렇게 빨래, 청소, 육아 모두 돈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본인이 돈을 아껴보려 애써봤는데, 힘이 들어 짜증이 나면 그 몫은 가족에게 돌리고 있었다더라.


육아는 정말 힘들다. 직장생활은 원래 힘들다. 워킹맘, 혹은 워킹파파가 이 두 가지를 모두 함께 하려면 진짜 너무 힘들다. 매일 한계를 경험하게 될 수 있다. 욕심은 금물이다. 직장을 다니며 육아를 겸업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대단한 사람이다.


육아는 초 장기전이다. 직장 다니면서 아이를 돌보는 것은 당연히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다. 처음에는 포기가 잘 되지 않겠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자. 당연히 포기한 것에 대해 후회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 한 구석에 고이 접어 놓자.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다 잘할 순 없다. 


회사든, 육아든 장기전이다. 가늘고 길게 간다는 느낌으로 조금 대충대충 살자. 가늘면 어떤가, 어차피 회사는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나는 회사의 진급이 욕심나서 동료의 조언을 따르지 않고 열심히 했다. 나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동료의 생각이 맞았고, 회사 내 하위 인사고과에 실망한 나는 결국 이직을 했다.


가끔 생각한다. 당시 내가 회사에 욕심내지 않고 진급을 포기했다면, 계속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아이와 함께하는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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