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였을까, 오랜만에 본업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당시 나는 뭐든 열심히 해야지라는 열정적인 마음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단 걸 알지 못했다. 나도 힘들었지만 내 동반자도 굉장히 힘들어했다.
원래는 집에 있으면서 내가 했던 집안일들도 복직으로 인해 둘이 도와 함께 해야 했기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둘 다 아침에는 출근하고, 퇴근하면 육아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다. 우리는 이 힘든 시간을 서로 배려해 주려 노력했고, 다행히 커다란 잡음 없이 보낼 수 있었다.
어느 여름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던 중 어린이집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공사로 인해 이번 여름방학에는 가정보육을 좀 부탁드린다는 것이었다. 어린이집 방학 기간은 영업일수로 7일이었고, 중간에 주말까지 포함하면 약 10일가량의 긴 시간이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야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고 말겠지만 문제는 회사였다. 우리는 1년에 연차를 거의 못 써서 몇 개씩 날릴 정도로 연차 사용이 어려운 팀의 회사원이었다. 현실적으로 회사에 누군가 연속적으로 연차를 내기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당시 우리의 여행은 10월 가을로 예정되어 우선 연차를 올려놨기 때문에 아이의 여름방학은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매년 긴급보육으로 어린이집 방학이어도 선생님 눈치를 보며 아이를 등원시켰지만 이번엔 달랐다. 공사로 인해 아예 등원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계획을 세워야 했다. 우선 해당 기간 바쁜 일정 유무를 확인하고, 조금 덜 바쁜 사람이 3일, 바쁜 사람이 2일을 쓰기로 했다. 7일 중 5일은 해결했으나, 남은 2일이 문제였다.
나는 그 기간 좀 덜 바쁜 사람이었기 때문에, 회사에 하루 더 사용할 수 있는지 얘기해 보기로 했다. 계획해 둔 여행은 일정 조율해서 연차 사용을 5일에서 3일로 줄여야겠지? 여름에 3일, 10월에 4일 정도면 되겠다. 그런데 내가 잊고 있는 그날의 급한 일정들이 있을까?
아 근데 다른 직원이랑 휴가기간이 겹치는데 어쩌지? 아니 근데 내 연찬데 왜 이렇게 쓰기 힘든 거지? 연차를 추가로 사용해야 한다고 얘기해야 하는 스트레스와 안된다고 하면 어쩌지 라는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그날밤 잠을 설쳤다.
다음날, 나는 점심 먹으면서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고, 중간에 직원이랑 겹치는 하루 뺀 3일만 사용하기로 했다. 방학 때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현실도 마음 아픈데, 회사에 눈치까지 보려니 정말 서러웠다. 하지만 그 서러움에 젖어 있을 시간 따윈 없었다.
맞벌이 부부가 힘든 이유는 비빌 언덕이 서로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 다 힘들면 비빌 언덕조차 없다. 우리의 비빌 언덕은 없었고, 남은 2일에 대해 해결하기 위해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께 부탁을 드렸다. 맞벌이 부부가 아기를 키우는 것은 주변의 도움 없이는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 해 여름방학은 겨우겨우 지나갔지만, 매 년 여름방학은 돌아올 테니 말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방학으로 치열한 일주일을 보내고 있을 맞벌이 부부들에게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