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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오리 Aug 22. 2021

필립스 휴 조명과 스위치 사용기

기능과 연동성은 만족, 스위치는 불만족

발단

기존 집의 거실 등이 전구색 같이 굉장히 노란색이었던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사를 하면서 색상을 바꿀 수 있는 조명을 설치하고 싶었다. 기왕이면 음성 명령도 내릴 수 있으면 더 좋겠고.


선택은 필립스 휴로

쉽게 온라인 마켓에서 살 수 있는 제품들로는 아주 다양하진 않지만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색상만 바꾸고 싶다면 샤오미 필립스 제품들도 몇 가지 있고, 요즘 많이 보이는 국내 제품인 헤이홈의 전구도 있다. 이케아의 트로드프리 라인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필립스의  조명이다.


이사하면서 매입등으로 설치하고 싶어 범위를 좁혀보면, 휴의 가니아 매입등 밖에는 선택지가 남지 않는다. 막 해외에서 구매를 한다거나 하면 다른 선택지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내가 검색해본 바로는 국내에서 색온도 조절을 쉽게 할 수 있는 매입등으론 가니아 밖에 못 찾겠다. 그리고 난 음성 명령으로 조정도 하고 싶다 보니, 그냥 더 찾지 말고 가장 널리 알려진 필립스 휴를 선택하기로 했다.


스위치 선택하기

휴 조명에 휴 브릿지를 설치하고, 기존에 있던 구글 홈과 연동을 하면 앱과 음성으로 조정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스위치도 반드시 필요하므로 필립스 휴에 사용할 수 있는 스위치도 사서 설치를 해야 한다.


가장 정석적인 선택은 필립스 휴에서 나오는  디머 스위치이다. 링크에 걸린 건 최근에 나온 개정 버전인데, 내가 산 기존 버전보다 더 깔끔하고 이뻐 보인다. 다음으로 이케아의 트로드프리도 휴와 호환이 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케아 트로드프리 스위치는 아무리 양보를 해도 벽에 달고 싶지가 않다. 사진을 봐도 별로인데, 실물을 보면 훨씬 더 별로다. 마지막으로 필립스 자체에서 만드는 게 아닌 호환 스위치들이 있다. 이쪽 라인은 Friends of Hue라고 부르는데, 여기엔 그나마 이뻐 보이는 스위치들이 있다. 내가 본 것들 중에선 senic의 스위치와, 아마도 스위치 중 끝판왕급인 jung의 스위치를 찾아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선택지로는 필립스에서 나오는, 똑딱이 스위치 내부에 설치하는 wall switch module이 있는데, 일단 내가 설치할 시점엔 아직 출시 전이라서 난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나는 디머 스위치와 senic의 스위치를 선택했다. jung 스위치도 생각해봤으나, 내가 찾아보던 3월엔 아직 국내 전파 인증을 통과하지 않아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았다. 참고로 jung 코리아에 문의를 넣어두었고, 최근에 구매가 가능해졌다고 전화가 왔다. 가격은 12만 원 정도였는데, 내가 senic 스위치를 아마존에서 살 때에도 배송비 포함하고 났더니 거의 12만 원 돈이 나와서, 아마 지금 다시 사라고 하면 기왕이면 더 유명한 jung의 스위치를 샀을 것 같다. 하지만 일반 스위치들이 몇천 원 하는 것에 비하면 수십 배 더 비싸긴 하다.


이런 스마트 조명들은 기본적으로 상시 전원이어야 한다. 전원은 늘 들어와 있어야 하고, 그렇게 전원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로 켰다 꺼야 한다. 그렇다고 기존 벽 스위치를 제거한다거나 하는 결정을 하긴 어려워서, 나느 기존 스위치 위에 멍케이스(버튼이 없이 민자인 케이스)를 씌우고 그 위에 디머를 설치했다. 좀 툭 튀어나오긴 하지만, 그나마 이게 최선의 선택인 듯하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기존 디머 스위치는 번들번들한 싸구려 재질이 확 느껴진다. 새로운 버전은 좀 더 차분한 재질인 것 같아, 몇 년 쓰다 지겨워지면 한번 바꿔볼까 싶다.

휴 디머 스위치


senic 스위치는 가격도 휴 스위치보다 훨씬 비싸서 그런지, 훨씬 고급스럽긴 하다. 하지만 이쪽은 또 치명적인 문제가, 유럽식 스위치 스펙이라 우리나라 벽 스위치에 전혀 맞질 않는다. 우리나라 4구 스위치 위에 멍케이스를 씌우고, 그 위에 붙일까 싶긴 한데 지금은 그냥 테이블 위에 이 스위치를 두고 대충 쓰고 있다. 스위치보다는 음성 명령을 훨씬 자주 쓰기 때문에 스위치는 거의 비상용(혹은 말 하기 조차 귀찮을 때?) 정도로만 쓰고 있다. 참고로 Friends of Hue 스위치들은 아예 전원이 필요 없는 신기한 방식이다. 스위치를 누를 때 전력이 발생하고, 그 전력으로 지그비 시그널을 보낸다고 한다. 다만 이러한 방식 때문인지, 스위치를 떨꺽 소리가 날 때까지 눌러야 해서, 그다지 조작감이 좋진 않다. 

senic 스위치



스위치 기능 설정 - 아, 아쉬워

여기까지 보면 해피엔딩일 것 같지만, 의외로 아쉬운 부분은 스위치의 설정 부분이었다. 생각보다 설정의 폭이 넓지 않다.


우선 디머의 설정을 보자

디머 스위치 설정

디머 스위치는 총 4개의 버튼이 있다. 2,3,4번 버튼은 각각  밟게 / 어둡게 / 끄기 기능이 할당되어 있어 변경할 수 없다. 첫 번째 버튼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고, 이렇게 누를 때마다 적용할 장면을 설정할 수 있다. 애초에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버튼이 하나만 있기에 디머 자체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내용은 지금의 최신 버전이 아닌 이전 버전 기준이라, 최신 디머에선 다를 수도 있다. 최신 디머의 버튼은 전원/밝게/어둡게/Hue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내 생각엔 전원은 켜고 끄는 토글 역할이고, Hue 버튼에 장면을 설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의 senic 스위치 설정이다. 우선 이 스위치는 버튼이 4개이다. 각 버튼엔 클릭 시 이벤트와 롱 클릭 시 이벤트를 설정할 수 있다. 

senic 스위치 버튼 설정

나는 거실을 총 3개의 구역으로 나누었다. 그래서 처음엔 4개의 버튼을 각각 거실1 on-off / 거실2 on-off / 거실3 on-off / 전체 on-off  으로 설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버튼은 on-off 와 같이 현재 상태에 따라 변경되는 게 아닌 특정 장면만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저렇게 설정할 수가 없다. 즉, 켜진 상태에서 다시 누르면 꺼지게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누르고 있을 때 조명 끄기가 가능하니, 조금 양보해서 각 버튼을 거실1 on/거실2 on/거실3 on/전체 on 으로 하고, 누르고 있을 때를 거실1 off/거실2 off/거실3 off/전체 off 로 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여기도 문제가, 버튼을 누르고 있다가 꺼지면 손을 떼는 걸 상상했는데 그게 아니라 누르고 있다가 손을 떼면 그때 등이 꺼진다. 무슨 차이가 있냐 싶지만 어느 정도 눌렀다 떼야하는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나는 굉장히 불편했다. 그래서 현재는 거실 구역별 on/off를 포기하고, 그냥 각 버튼을 백색/ 좀 더 노랗게 / 더 노랗게 / off로 색상 변경하게 해 두고, 길게 누를 때 효과를 밝게/ 어둡게 로 설정했다. 어차피 소프트웨어적으로 다 제어를 할 텐데, 이렇게 버튼 설정에 제약을 심하게 두는 이유가 무엇일지 꽤 아쉽다. 또한 버튼이 모두 장면 기반이라서 '현재 거실 조명 중 켜진 조명들만 백색으로' 같은 명령도 할 수 없다.


음성 명령 - 아, 이것도 좀 아쉬워

마지막으로 음성 명령이다. 스위치를 열심히 설정했지만 대부분은 집에 설치한 구글 홈을 이용해 음성 명령으로 조정하고 있어 어찌 보면 음성 명령의 편의성이 가장 중요하겠다.


기본적인 전체 켜기/전체 끄기는 잘 된다. 거실 조명 켜 / 안방 조명 꺼하면 문제없이 잘 된다.

그런데 구역 별 켜고 끄기가 좀 애매하다. 거실의 경우 거실 앞줄 / 거실 가운뎃줄 / 거실 끝줄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거실 앞줄 켜 / 거실 끝줄 꺼 라고 하고 싶은데, 재밌는 게 거실 앞줄 켜하면 내가 설정한 구역이 켜지는 게 아니라 자기가 맘대로 앞줄을 설정해서 켠다.  나는 매입등이 2개씩 한 조를 이루게 설치했기 때문에 등 이름을 거실1, 거실1-2, 거실2, 거실2-2, ~ 거실n, 거실n-2 로 이름 붙였다. 그런데 거실 앞줄이라고 하면 거실 1~거실 n 을, 거실 뒷줄이라고 하면 거실1-2 ~ 거실n-2 를 대상으로 명령을 실행한다. 나는 그렇게 설정한 적도 없는데 구글이 너무 똑똑한 건지, 오히려 내가 설정한 거실 앞줄을 무시하고 맘대로 명령을 실행한다.


구글 홈의 구역 설정도 문제가 있다. 음성 명령으로 거실 앞줄 켜줘 를 하려면 휴의 구역 설정과 별개로 구글 홈에서 거실 앞줄 구역을 설정해야 한다. 문제는 구글 홈에는 방과 구역 개념이 없고, 하나의 전구는 하나의 방에만 설정이 된다. 이렇다 보니 거실1 이라는 전구를 거실 앞줄 이라는 방에 할당하게 되면, 거실에선 빠져버린다. 즉 거실 조명 켜줘 했을 때 모든 전등이 켜지고, 거실 앞줄 켜줘 했을 때 거실 앞줄만 켜지는 게 안된다. 음성 명령 커스터마이징을 더 세밀하게 하면 될 것도 같은데, 귀찮아서 그냥 구역별로 켜고 끄는 건 앱으로만 하려고 포기한 상태이다. 


다른 문제로는 장면 설정이 잘 안된다. 거실 조명 집중 모드로 해줘 이러면 동작을 안 한다. 거실 조명 집중 모드 실행 이렇게 하면 될 때도 있고, 장면 이름이 뭔가에 따라서 또 잘 안되기도 하고. 애매하다. 또 필립스의 장면 이름이 길기도 해서 오케이 구글, 거실 조명을 사바나의 아침 모드로 설정해줘 이렇게 열심히 얘기했는데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네요.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라는 답변을 받으면 '에휴 그냥 앱으로 하고 말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구글 홈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색상 설정과 밟기 설정은 문제없이 잘 된다. 즉 거실 조명 밝게/어둡게 , 거실 조명 밝기 20퍼센트로, 거실 조명 가장 어둡게 이런 명령은 아주 잘 된다. 색상은 구글 홈에서 관리하는 색상 이름을 외워야 하는 문제가 있다. 주로 데이라이트(흰색), 캔들라이트(노란색) 정도만 쓰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는데 이것도 이 명령어가 바로바로 나올 때까지 훈련을 좀 해야 한다. 오케이 구글, 안방 조명 캔들라이트로 이게 입에서 바로 튀어나오려면 훈련이 좀 필요하다.




맺음말 - 그래도 만족스럽다

스위치 설정이나 음성 명령어가 생각보다 제약이 많은 점이 아쉽지만, 일단 앱에선 모든 게 원활하게 잘 되기 때문에 적절히 타협을 한다면 필립스 휴 시스템은 꽤 만족스럽다. 이런 IoT 기기들이 가장 말썽을 부리는 게 연동과 관련된 부분인데, 지금까지 몇 달 쓰면서 필립스 휴가 연동 부분에서 말썽을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전구는 몇 배나 더 비싸고, 스위치는 크게는 몇십 배까지 더 비쌀 수 있지만, 조명의 색온도를 마음대로 바꿔보고 나면 돈 아깝다는 생각은 쏙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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