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그렇게 어른이 된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킨야쿠마리)
왜 때문에 쉼 없이 달려왔을까
누구의 제안도 스스로의 촉박도 아닌
이유 같지 않은 이유에서 비롯 되어
하늘 한번 올려다볼 시간도
바람 한번 스쳐 지나간 시간도
저녁 풀벌레 소리 한번 귀 기울일 여유도 없이
변명 같지 않은 변명으로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앞만을 바라보고 뛰었네
그러다
넘어져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선
왜 우는지도 모를 눈물에 다시 한번 더 울다
그제서야
뒤를 한번 되돌아보게 돼
참 허무하게도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지
그때에 올려다본 하늘은 참 파랗고
그때에 불어온 바람은 참 시원했으며
그때에 들려온 풀벌레 소리는 참 아름다웠다
그렇게
나는 문득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른 새벽부터 초인종이 울린다.
숙소 서비스인가?
어거지로 피로와 잠을 잔뜩 묻은 상태로 현관으로 나선다
시계를 보니
6시가 조금 지난 시각
무슨 일입니까?
하루 더 머무르시겠습니까?
.....
따로 말이 없었으면 그냥 그런 줄 알면 되지..
그걸 일일이 물어보러 오나..
one more stay..
짧은 시간 되지도 않는 영어로 머리를 굴렸더니
놀란 뇌 주름이 쫙 펴지듯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아.
창밖 멀리 수평선 뒤로
언제 올랐을지 모를 해가
아직 번쩍이는 갑옷을 채 입기도 전이다.
12월 1일.
전통의식을 치를 수많은 사람들은
즐거운 듯 행렬을 이어가고
나는 멍하니 언제 붙혔는지도 모를 담뱃불이 담배를 타고 희뿌연 연기를 만들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무런 것도 할 수 없는 하루가 훅하니 지나갔다.
마이솔, 마두라이 마마 브라더스 동네를 지나
복작복작 하지만 작은 동네에 와 편안함에 그랬을까 아니면 끝이라는 알 수 없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컨디션의 이상을 발견했다.
그때는 괜히 스스로에게 화도 나고 짜증이 올라 왔었다.
시간이 지났음에 내가 왜 그때 조금 더 잘하지 못했을까 하는
미련하게 미련한 생각을 했다.
정말 바보같이.
물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음식이 문제였을까.
환경이 바뀌어서? 예민해서? 페이스 조절을 하지 못해서?
이유는 아직도 알 수 없다.
허나 쉴 때는 쉬어야 하는 것을
너무나 타이트하게 움직인게 나의 최대 과오다.
왜 그랬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말 없이 누운 오래된 침대
커다란 창 빛 바랜 커튼 사이로
비릿하고 짭조름한 바람이 넘어 들어와
한번쯤은 쉬어 가라 속사귀듯 스쳐 지났다.
언제나
후회는
가장 늦은 시간에 찾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