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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Jan 10. 2018

인도를 노래하다

#51-52 안부

안부 (맥그로드간즈)


오늘은 이 곳에도 눈이라고 하는 게 흩날렸어

아이들 마냥 신나고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봤어

그곳은 어때? 무지 춥지?

나는 말이야 매일을 잠과의 싸움이야

쉼 없이 일을 해도 남는 거라곤 허무함과 공허함 뿐이지만

아주 약간의 보람과 성취감도 있긴 해

언제부터인가 욕심이라는 게 없어져 달라질 게 없으니 포기라는 것도 빨라져

그저 하루하루 무탈하게 지난 것에 만족하며 살아

너도 그럴 테지? 삶이 지치고 힘들고 버거운 것이

그래도 말이야

너는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 해봐 넌 무엇이든 다 잘하니까

항상 최우선은 건강이 먼저야 알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작은 후회와 미련들이 없게 끔


자주 웃고 혼자라 생각하지 말고

바라는 일 모두가 다 이루어지길

항상 기도할게


그럼 안녕







아주 조용했다


그 누구의 방해랄 것도 없이

나 또한 누구의 관심과 기대 조차 없이

그저 그렇게

모든 것이 완벽했다


매일이 똑같은 일상


이상에 살고 있는 이곳에선 일상이 곧 이상이다


아침이면 하얀 설산이 붉게 물들 때까지

차가운 바람이 일어도 우두커니 의자에 기대어 바라봤다


그냥과 마냥이라는 단어 사이에서


재떨이도 담배에 설산이 되어 갔다



온종일

하릴없이 걷고  음악 듣고

차 마시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바라보고


그게 전부인


하루와 이틀, 그리고 일주일

일 년의 마지막과 일 년의 시작

작은 마을에서 모든 것이 이뤄졌다

일상과 이상이



그냥과 마냥의 시간 사이에서



모든 것에는 익숙해 지는 시간이 필요해


갑자기랄 것도 없이

날이 흘려지더니 멀리 바라다 보이던 설산이 사라졌다

이따금씩 비도 내렸다

그따위 비가 뭐라고

자의반 타의반 사색에 시간이 죽었다


그렇게 밤이 왔고

뜨거운 물을 담은 물통을 안고서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익숙한 모습에 피식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생각해보니


찰나의 시간에 일주일이라는 생이 지나버렸다


나는 찰나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시간상으로 75분의 1 초라니 0.003초의 느낌도 없는 시간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런 장면들을 나는 사랑한다


무언가를 많이 해서 기억에 남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기억에 남는



창밖으로 비가 점점 거세진다

히말라야의 웅장하면서 부드러운 자장가로

따뜻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싶구나

새 차 게 비야 퍼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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