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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May 11. 2016

여행을 닮고, 시를 담다.

끝을 노래하다.

킨야쿠마리 (인도)


그렇게 끝을 향해 간다

시작도 하지 아니하였건만

그 끝을 향해 간다

세상의 끝에선 무엇이 있을까

수고했다 안아줄 당신이 있을까

도망갔다 원망할 당신이 있을까

나는 언제나 시작을 말했고

너는 언제나 끝을 말했지

그 끝에 가면 분명한 무언가 있을 것만 같아서

나는 오늘도 그 끝으로 향해 간다





대도시의 소음과 번잡함을 피해 인도의 끝이라는 곳으로 떠난다.


인도의 기차안은 사연으로 가득하다

나는 공황의 작은 장애가 있어 대도시는 왠만해서 피하는데 어쩔 수 없이 지나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인도에서도 마찬가지로 몇몇의 대도시를 지난 적이 있다. 단 한 번의 좋은 기억이 없다. 그러하므로 나의 여행은 언제나 작은 시골마을 이거나 사람이 거의 없는 오지마을 이곤 했다. 그럴 때면 내 집 마냥 안식과 평안을 얻곤 한다. 이른 아침에 도착한 마두라이라는 대도시. 온갖 노력을 기울여도 역시나 정을 붙이지 못하고, 곧장 기차를 알아보는 나. 세상엔 노력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것이 많다. 조금은 조용할 것만 같은 이름 킨야쿠마리. 인도의 끝이라 한다.  익일 밤기차를 예약하고 반나절만 쉬었가 갈요량으로 저렴한 숙소도 잡았다.


이런 경우도 없었기에 오늘 하루만큼은 휴가를 받은 기분이랄까 못 읽었던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밀렸던 빨래도 하고 영화도 한편 봤다.


꿀맛 같은 휴식과 밀렸던 숙제를 다하고 나니 주위는 어둠으로 가득 찼고 얼마 있지 않아 다시 역으로 향해야 한다


여행지에서 늦은 시간에 숙소를 이탈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모든 세포에 신경을 예민하게 곤두세우고 조용히 역으로 가는 길.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태우고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붉은 눈으로 나의 모든 행동을 스캔한다. 웃으며 빠른 걸음으로 걷고 걸어 도착한 기차역. 얼마나 주먹을 꽉 쥐고 왔는지 손이 펴지질 않는다. 등급과 칸 좌석을 확인하고선 앉은 좁고 불편한 의자는 곧 비즈니스석 같은 안락한 꿈자리로 변했다.


분명 저 멀리엔 안식처가 있을거야

분주함에 눈을 뜨니 어두컴컴한 기차 안은 알 수 없는 번잡함이 있다. 짐을 확인하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창문을 올리니 어둡던 기차 안에 밝음이 들어오고 어스름한 어두움 속에 멀리서 미명이 보인다. 또 밤사이 내린 비로 멀리 산엔 구름인지 안개인지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무언가 조용한 시골로. 몹시 흥분과 설렘으로 기대가 된다. 기대가 높으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마이솔과 마두라이. 마마 브라더스에 지쳐 휴식이 필요할 때이다. 적당히 조용하길, 충분히 안정되길. 종착역을 알리는 킨야쿠마리. 조그만 것이 참 좋다.


언제나처럼 정보도 없고 모를 땐 직진에 직진을 거듭하며 물어보면 그걸로 끝이다. 역의 규모처럼 동네의 규모도 참 작다. 첫 느낌 참 좋다. 숙소 값이 말도 안 될 정도의 비싸 몇십 군대를 돌아다니느라 동네 구경을 다했다.

인도 숙소는 대부분이 거기서 거기다. 더럽거나 덜 더럽거나. 세상에 싸고 좋은 곳은 없다. 기대하지 마시라.

적당히 저렴하나 바다가 보이고 코딱지만 한 크기지만 테라스가 있는 곳을 잡았다. 수고라 부르고 행운이라 읽으리.


창문이 있다는 건 바다가 보인다는 건

그 테라스에서 인도 최남단의 바다가 보인다는 것 이 정도면 충분하다 한 가지 더 욕심이 있다면 맛있는 식당이 있다면 좋겠다는 것. 가방들을 꽁꽁 와이어로 묶어 두고 간만에 배낭 없이 가벼운 마음과 발걸음으로 동네 한 바퀴 작은 시장을 지나니 사원 같은 것이 나오고 그 옆길로 나가니 바닷길이 나오고 킨야쿠마리의 랜드마크 대형 동상이 나온다. 인도의 세잌스피어로 불리는 인물이라 한다. 늘 그렇듯 tv나 책에서 나오던 장면을 눈으로 직접 본다는 건 언제나 흥분이 된다. 심장이 미약하게나마 두근두근 거 린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여행이라는 건 충분한 매력이 있다. 인도 남쪽의 최남단이라 섬 하나 없이 확 트인 바다 또한 청량감과 시원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작은 도시에 맞지 않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웃통을 벗고 전통 치마바지만을 입고 물속에서 씻는 건지 물장구를 치는 건지 모르지만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는 듯하다. 지난 죄를 씻는가? 아니면 새해를 맞이할 복을 비는 건가? 알 수는 없다. 나도 죄가 많은 인간이라 한 번은 해볼 의양은 있으나 외국인들이 거의 없는지라 그 많은 관심들을 어떻게 화 한번 내지 않고 견딜지 의심스럽긴 하다. 해안을 낀 도시라 조개껍질을 파는 상인도 많고 길거리에 문신을 해주는 사람 등 12월이면 여기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에 전통의식을 치르러 엄청난 인원이 몰린다고 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12월이 되기 하루 전날이다.

End of India in 동대문

전통의식이 먼저였을까. 쇼핑이 먼저 였을까.

체감시간 PM 2시 정도라 생각했건만 너무 이른 시작 도착을 한지라 겨우 AM 10시밖에 되지 않았다.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지. 허기진 배부터 조금 채워야겠는데 마땅한 식당이 없다. 인도의 대부분은 채식이고 고기를 못 먹은 지도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어가기에 몹시나 삼겹살이 생각이 나는 날이었다.

아침을 먹고 나니 벌써 점심 생각을 한다. 마음의 사치. 너무 더 울 땐 리듬상 숙소에서 잠시 쉬는 것 또한 여행의 팁이지. 노트북을 빼려 배낭과 배낭을 묶어놓은 와이어에 키를 넣고 돌리는데.. 열쇠 구멍이 부서진다. 낭패다. 다시금 조심스레 열쇠를 넣어 몇 번 돌려 보는데.. 작은 열쇠가 부러진다. 총체적 난국이다. 톱이 있을지도 만무하고 거대한 절망감이 찾아온다. 이것이 End of India의 저주의 서막이다. 담배만이 위로를 준다.


무이네와 똑 닮았다

답답한 마음에 다시금 밖을 나섰는데 둘러보지 못한 길이 있었다. 골목골목 아기자기한 그림 그사이로 불어오는 비릿한 바다 냄새. 어디서 맡아본 적이 있는 기분이다. 냄새의 끝을 찾으니 베트남 무이네가 있었다.

관광의 해변이 아니라 무이네 피싱 빌리지처럼 어선들이며 어구들 그때의 비릿한 냄새까지 너무 닮아있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시장과 연결이 되어 있던 길은 어둠이 내리지만 더 활기를 띤다. 계속해 가랑비가 내린다.

동네 특유의 비린 냄새와 무한 노상방뇨의 지린 냄새가 뒤섞여 두통을 부른다.

반전의 화려함

기차역에 가서 다른 지역의 이동 시간표와 가격을 알아볼 겸 걷는데 멀리서 알록달록 조명이 건물을 감싸고 있다. 화려함의 극치. 멀리서 보는 게 못내 아쉬워 찾아서 간 성당은 허무함 그 자체였다.

이유인즉. 멀리서 볼 때 딱 그만큼만 조명에 불이 들어오고. 아랫부분은 조명이 없었다. 낚였다. 허무함을 뒤로하고 돌아 나오는 길 마트를 발견했다. 주판으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바코드로 결재. 인도 신세계. 과자 몇 개를 간식으로 사 왔다. 세렌디피티. 뜻밖의 즐거움이라 하지 않던가. 조명 때문에 온 이곳에서 허무함과 실망감을 안고 가는 길 마트가 뜻밖의 행복을 주었다. 세상엔 돌아보면 얼마든지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이 많이 있다는 것. 두 손 가득히 돌아가는 길 기분이 좋다. 큰 이유는 없다. 그냥 너무 잘 쉬어서. 그뿐이다.

우리네는 쉴 때도 계획을 세우니 그 얼마나 피곤한 일의 연속이 아닌가. 쉬는 계획이라니.  쉴 때 그냥 쉬시라. 그게 제일 잘 쉬는 것이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하는 걸로. 나도 가방과 일심동체가 된 와이어 줄은 내일 걱정하겠다.

인도의 끝에서 찾은 많은 생각들. 세상의 끝이라는 곳에서도 아무런 답은 없었다. 그저 끝이라는 곳 서 있을 뿐이지. 끝은 곧 시작을 말하지 않는가. 세상의 끝에서 다시 시작한다. 지금까지 잘 해온 것처럼. 다시. 시작.



End of India 킨야쿠마리 저주의 결말

1. 오렌지를 2개에 30루피에 사기당해 가만있지 못하고 뒤따라가 몹쓸 짓에 돈도 챙기고 오렌지도 챙긴 것

2. 무한 설사에 죽을 뻔했던 것

3. 첸나이로 넘어가 스리랑카로 가려했는데 몇십 년 만의 폭우로 철로가 끊어졌고 엄청난 사람이 죽은 것. 복구미정으로 결국 루트 변경된 것

4. 결국 와이어를 자르지 못하고 배낭끈을 자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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