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장류진

땅에 단단히 발을 붙인 이가 들려주는 이야기

by 김밀

그러니까 결혼 준비를 할 때의 일이다. 나는 결혼 준비를 최대한 숨기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분히 나보다 몇 개월 전 결혼 한 대리 때문이었다. 그 대리는 자신의 결혼을 회사의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는 듯이 온갖 티를 다 내며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끝없는 반차와 연차, 외출의 홍수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 대리의 일들이 나에게 떨어졌고 나는 얼마나 욕을 했던가. 저런 모습이 되지 않으리. 최대한 주말에 결혼 준비를 몰아서 하고 평일 연차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더 이상 결혼 사실을 숨길 수 없어 회사에 몇몇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그 대리는 어쩌다 보니 거의 마지막에야 알게 되었다.

"나 서운하더라? 어떻게 결혼 소식을 00 씨보다 내가 더 늦게 알게 될 수가 있어?'

대리는 나에게 불만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사내 메신저로 2시간 동안 자신의 결혼 준비 썰을 풀었다. 그렇게 많은 얘기를 하고 나에게 엑셀 파일을 하나 보냈다. 그 엑셀 파일은 자신이 결혼 준비를 하면서 참고했던 업체의 전화번호, 사이트 링크가 든 것이었고 더불어 그 목록은 결혼식 당일, 신혼집 준비, 신혼여행 등으로 시트가 분리되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열어보자마자 그 방대한 양에 나는 질려버렸고 조용히 그 파일을 휴지통으로 옮겼다. 그리고 특급 비밀이라도 알려주려는 듯 대리는 집에 가기 전에 말했다.

"예단은 현금 500 하고, 돌침대 500 하면 딱 좋아. 내가 그 돌침대 싸게 살려고 공장까지 일부러 찾아가서 그 가격에 맞춰줄 수 있는지 알아본 거야. 이 가격에 절대 못 구해. 그대로만 해."

"저는 예단은 생략하기로 했는데요."

그때 그 대리의 표정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지?라는 표정이었다. 이럴까 봐 당신한테 내가 결혼한단 얘기 못한 거예요. 속으로 나는 외치고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결혼을 준비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참견을 포함하고 있는가? 청첩장을 누구한테까지 돌려야 할지, 답례품은 누구에게까지 전달하면 좋을지 왜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지, 이 모든 게 너무 귀찮아서 절대 결혼은 두 번 하지 말아야지! 다짐하게 됐다.

일의 기쁨과 슬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너무 익숙하다. 내가 만나 본 사람들이 떠오르고, 내가 들었던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빛나 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에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 원을 내야 오만 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 이천 원을 내면 만 이천 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 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에비동에 새우가 빼곡하게 들어 있는 건 가게 주인이 착해서가 아니라 특 에비동을 주문했기 때문인 거고, 특 베이동은 일반 에비동보다 사천 원이 더 비싸다는 거. 월세가 싼 방에는 다 이유가 있고...(30p)


이 소설을 읽고 '뭘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 '뭘 그렇게 쪼잔하게 살아?'라는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은 회사를 경험해 보지 않았을 것 같다. 회사는 원래 작은 것에도 신경이 곤두서는 곳이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확실히 오래된 친구와는 다르고 그 안에는 미묘한 감정싸움, 신경전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 소설이 특별했다. 그저 흉내 내는 회사생활에 그치지 않았으니까.

여전히 나는 회사생활이 어렵다. 아마 영원히 편해지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일이 주는 기쁨(=돈)때문에 슬픔은 잠시 억누르며 내일(월요일)을 맞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