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밀 May 05. 2021

'돈' 벌 궁리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놀랍게도 '돈'이다. 돈걱정을 자주 하는 나지만 그것은 정확히 말하면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야 할 지출에 대한 생각이지, '돈'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은 아니다. 살면서 '돈'자체에 대한 큰 집착이나,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것은 내가 풍족하게 성장했기 때문도 아니고, 배가 불러서도 아니다. 어쩌면 나는 빈곤한 쪽에 더 가까웠고, 애초에 부자가 되는 것은 운명이 아닐 거라고 체념하고 산 쪽에 가깝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돈'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요즘 사람들이 부르짖는 [경제적 자유]라는 것은 과연 가능한 걸까?


나는 월급에 대한 상한선이 굉장히 낮은 편이다. 거의 기본급 수준에도 만족하고 살아왔다. 내가 하는 일이 기본급 이상의 돈을 받을 만큼 대단치 않다고 여겨오기도 했고, 그 기본급 자체도 받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급 빼고는 다 오른다는 말처럼 이 기본급으로는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집을 사거나 노후를 준비할 수 없다. 한 달, 한 달은 버틸 수 있지만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힘든 돈이다. 그동안은 한 달을 큰 무리 없이 버티는 것에 만족했다. 가능하다면 1년에 한 번씩 여행 정도만 갈 수 있을 만큼의 여유만 된다고 괜찮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점점 앞으로가 걱정된다.

왜냐면 벌써 일을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5개월의 계약근무가 끝나고 나는 또 구직자가 되었다. 예전에는 언제든 일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는 무한정 길어지고 있고 회사들은 사람을 뽑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면접까진 봤던 것 같은데 이제는 서류에서부터 탈락이다. 이제 그런 나이가 된 걸까?

그러고 보니 앞으로 직장 생활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그렇다면 난 뭘 해서 돈을 벌어야 할까? 노인이 됐을 때는 과연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까? 하는 걱정이 쌓이기 시작했다. 예전이라면 여기까지가 전부였을 텐데 처음으로 '돈'이 뭘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일은 왜 하는 걸까?'

'왜 나는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을까?'

'돈은 어떻게 벌 수 있는 걸까?'

'돈은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그래서 정보의 바다(?)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요즘 그야말로 N잡 열풍이라 월급 외의 소득을 벌어들이는 방법에 대한 유튜브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돈 버는 방법에 대해 자신들이 가진 노하우를 풀어내느라 썸네일부터 강렬하다!


'하루 2시간 일하고 4천만 원 벌기'

'0십만 원으로 창업해서 년간 매출 00억 달성'


유튜브 세상 속에는 연매출 몇 억대가 우습다. 다들 짧은 기간 내에 자신들이 어떻게 그런 수익에 도달했는지 '썰'을 풀기에 여념이 없다. 그 썰을 푸는 행위 자체도 그들의 N잡 중 하나일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것이 진실이냐, 아니냐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거짓이라고 해도 나에게 동기 부여가 되어 부를 창출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그만이지. 하지만 어쩐지 나는 휩쓸리듯 그런 유튜브들을 파도타기 하다 이내 허탈하고 허전해져 버렸다. (이런 것에 동기부여가 안 되는 것부터가 글러버린 걸까?)




어제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바람, 습도 모든 것이 완벽한 날씨 속에서 거리를 걷다 보니 연 매출 55억을 벌고 하루에 4시간만 일한다고 했던 유투버의 말이 떠올랐다. 고3 때도 공부를 하려고 앉아서 대학 합격 수기를 더 많이 읽었던 나였다. 나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연매출 55억이 있다면 나는 뭘 할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양쪽 부모님을 모시고 바르셀로나에 가서 파밀리아 성당을 보는 것이었다. 꽤 많은 곳을 여행하고 많은 건축물을 봤지만 파밀리아 성당을 처음 봤을 때의 경이로움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압도적인 이 건축물에는 영혼이라도 있는 것처럼 엄청난 아우라를 뿜어냈고, 이걸 실제로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동했다. 놀랍게도 우리가 여행하는 곳마다 등산복을 입은 50,60대의 한국인 단체 관광객 분들이 많았다. 우리 부모님은 저런 규모의 친목회도 없고, 어느 단체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으니 우리가 모시고 가지 않는 한 살아생전 이런 광경은 볼 수 없을 것이다.

환갑 때 제주도를 모시고 가려고 몇 달 동안 적금을 부었는데 유럽 여행은 몇 년 동안 적금을 부어야 할까?

6명 분의 비행기 값, 6명 분의 호텔비, 그래도 유럽 여행인데 일주일은 다녀와야지. 그러면 7일간의 식사, 교통, 그 외에 여분의 비용들.  어림잡아 계산해도 엄청난 비용이다. 지금 내가 버는 돈으로는 그 적금이 다 모일 때쯤엔 어른들이 너무 노쇠 해지시는 건 아닐까? 그러니 연 매출 55억 정도가 생긴다면 거침없이 부모님께 얘기해보고 싶다. 


"제가 다 부담할 테니 걱정 말고 오세요!"





육십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했을 풍경을 한 번 보여드리고 싶다. 작은 동네를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뱅뱅 돌면서 사셨던 그분들에게 이렇게 어마어마한 세계도 있다고 알려드리고 싶다. 내가 그렇게 놀랐던 것처럼. 그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초라했던 마음이 웅장해졌던 것처럼. 

과연 내 인생에서 그게 가능한 날이 올까?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역시 나는 돈을 벌 수 없는 인간인 걸까? 싶었다. 돈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벌어서 연매출 55억을 만들까 보다는 연매출 55억이 있다면 무엇을 할까부터 상상하다니.

그래도 오래오래 원하고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어제 내가 환상적인 날씨 속에서 꿈꿨던 그 상상은 버리지 말고 내 마음에 고이 잘 간직해야지. (돈 벌 궁리는 앞으로도 계속해봐야 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58분이면 지워질 핏자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