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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욕의왕 Jan 07. 2016

사뿐사뿐 가방

비우고 제해도 줄어들지 않는 봇짐의 비애

작은 가방이 삶까지 가볍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크고 육중한 가방은 반드시, 일상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제 단출한 에코백 속에는 73페이지에서 멈춘 348페이지짜리 책, 아레나 10월호에서 오린 장강명 작가 인터뷰, 핑크-코랄-버건디-오렌지 컬러의 립스틱-틴트-립글로스-다시 립스틱, 무인양품 노트와 파고다어학원 볼펜, 쿠션타입 파운데이션과 아이브로우 펜슬, 이어폰, 충전기, 지갑, 구겨진 영수증이랑 교보타워 주차권이 혼란하게 뒤얽혀 있습니다. 제까짓 것들이 무질서해 봤자 얼마나 하겠냐만은, 명료하지 못한 내용물을 뒤적일 때면 산란한 삶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지요. 비우고 제해도 줄어들지 않는 봇짐을 어깨에 이고 저는 꿈꿔요.

립스틱과 카드 한 장으로 충분한 인생을. 어깨 통증이나 거북목 증후군 따위와는 관련 없는 삶을. 협력업체 미팅과 수정화장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밤낮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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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은 세계에서 제일 쿨한 걸들을 모아 미니 백 컬렉션의 광고 캠페인을 촬영했어요. (미국과 스칸디나비아, 러시아 패션블로거이자 파파라치신의 잇 걸 하넬리 무스타파타, 에린 클링, 미로슬라바 듀마)

그녀들의 미니 백에는 걱정 근심 나부랭이가 들어갈 자리 따위 없어 보이죠?

가격은… 사뿐한 기분을 망치지 않기 위해 그냥 안 찾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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