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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욕의왕 Jan 05. 2016

유아인

이제 우리는 그를 가질 때가 되었다.

"상패 하나에 많은 스토리가 있고, 많은 생각이 오가고 많은 야심이 뭉쳐 있고, 힘겨루기를 하기도 하지만..."

유아인이 얼굴을 찡그렸다 폈다 하며 수상소감을 읊는 모습이 낯설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신인 작가가 문학상 심사평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의심이 들어 유아인의 수상소감을 찬찬히 뜯어봤다. 틀리거나 주제넘은 말이 전혀 없었다. 나는 웃기게도 유아인과 같은 세대라는 입장에 서서 그를 아니꼽게 볼 누군가를 대신 눈치 보고 있었다.

“근데 씨발 저렇게 해야 돼. 배우라면서 다 책도 하나도 안읽고 그냥 대사만 줄줄 읊으니까 시상식 나와서 다 똑같은 소리만 하고 누구누구 사장님 감사합니다. 이러고 자빠졌지.”

친구가 일갈했다. 맞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 눈치 볼 필요 없이 유아인처럼 똑똑한 배우의 등장을 기뻐해야 한다고, 우리가 그를 가질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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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가 진짜로 할 일은 쇼핑몰 창을 여는 순간 가장 순수하게, 가장 유연하게 물건을 사는 것이자, 영악하고 괴물 같은 순간이 많지만 잘 떨쳐내고 '더 싼 곳은 어딘지, 어디가 적립금 선할인이 되는지' 고민하면서 묵묵히 걸어가는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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