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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욕의왕 Jan 15. 2016

나의 드림카

 "넌 사내새끼가 야망도 없냐?

예전부터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 기껏해야 스무살 남짓한 남자들이 모여서 한참 차 이야기를 하며 옥신각신 하다 각자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것. 한 녀석은 집이 인천이라 삼화고속을 타고 갑니다. '현기차'는 절대 안살거라고 열을 올리던 친구입니다.

오해하면 안되는게, 제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지하철 타고 집에가는 주제에 무슨 차갖고 옥신각신하냐가 아닙니다. 완전히 예산범위 밖에 있는 것도 '갖고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요. 물욕의 모양새는 저마다 다른가 봅니다.

방에 누워있는데, 엄마가 묻습니다. "너 그거 받고 일해서 집은 언제사고, 차는 언제 살래?" 저는 되묻습니다. "차? 에이 차는 무슨 차여." 엄마의 미간이 찌푸려집니다. "넌 사내새끼가 야망도 없냐?"

그렇습니다. 물욕은 때로 야망이라는 말로 에둘러지기도 합니다. 갖고 싶은 마음의 크기가 누군가에게는 야망의 크기인 것 입니다. 그렇구나. 고마워 엄마. 엄마 덕분에 하나 깨달았어. 그런데 전 어떻게 해야할까요. 발음하기도 어려운 람보르기니이니 마세라티니 그런건 가로수길에 줄지어 세워져 있어도 아무 감흥이 없습니다. 속마음대로 "엄마, 내 드림카는 이거여~"라며 비즈빔에서 나온 로퍼 사진을 들이밀었으면 어땠을까요. 엄마의 양쪽 눈썹은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저는 현관에 있는 삼선 '쓰레빠'를 신고 슬그머니 집을 빠져나와야 했겠지요? 차 이야기를 하고 타고 오는 지하철 만큼이나 허망한 슬리퍼 소리가 골목에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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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 840달러!(드림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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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절약, 인내는 예속, 절약은 힘
물욕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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