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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욕의왕 Jan 11. 2016

죽음의 두 경우

각자 살던 대로 살다가 살던 대로 죽었다.

왜인지 잘 모르겠지만 데이빗 보위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장국영이 생각났다. 지구의 구질구질함과는 상관없이 처연하게 아름답던 인물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재로 확실한 존재를 증명하는 것도 무척이나 닮았다. 각자 살던 대로 살다가 살던 대로 죽었다.

1. 장국영은 늦은 점심을 먹었다. '퓨전'이라는 레스토랑은 오리엔탈 호텔 안에 있었고 그가 자주 가던 곳이었다. 원래는 립이나 봉골레 파스타를 주로 먹었는데 그 날은 씨저 샐러드를 시작으로 등심 스테이크를 씨푸드 스프와 함께 먹었다. 그리고 장국영은 죽었다. 밥을 먹고 정확히 세 시간 뒤에 죽었다. 호텔에서 스스로 뛰어내렸다. 죽음은 안타깝지만 모든 죽음이 동등하게 안타깝지는 않다. 죽음과 전혀 닮아있지 않은 누군가 죽었을 때, 그가 죽기에는 너무 아까운 명성과 부를 가졌을 때, 훨씬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다만, 명망을 누려본 적 없는 대다수의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을 뿐이다. 죽음으로 완성되는 인간은 한편으로는 선택받고 축복받은 셈이다. 장국영은 장국영답게 살다가 죽었다. 그의 의지대로 죽었다.

2. 데이빗 보위의 죽음을 알리는 모든 기사에는 그가 암 투병을 하다가 죽었다고 했다. 'battle'이라는 단어를 썼다. 'struggle'이라고도 했다. 보위는 전투적인 인물이었다. 그리고 우아한 인물이었다. 우아한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으로 싸움을 택했다. 어쩌면 보위는 평생 싸우면서 살고, 죽었는지도 모르겠다. 암으로 죽는 것이 뭐 얼마나 극적이겠는가. 보위가 암으로 죽은 것이 극적이다. 그는 'ashes to ashes', 'space oddity' 같은 노래도 불렀지만 'starman' 이나 'heroes'도 불렀다. 항상 의지를 불렀다고 생각한다. 그가 암'투병'을 했다는 것이 그래서 다행이다. 데이빗 보위도 데이빗 보위답게 죽었기 때문이다. 그의 의지대로 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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