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일 문학선
물욕의 왕을 위한 잡문을 타닥타닥 쓸 때, 제가 가진 삐뚤어지고 기가 막히고 괘씸한 면면을 꺼내어 낼 때가 많습니다. 칭찬받아 마땅한 청년들은 물욕의 왕 속에서 바보 천치가 되곤 해요. 그 순진한 아이들의 잘못이라면 저같이 막된 인간과 옷깃이 스쳤다는 것 뿐일거예요.
구접스러운 저의 단면들은 물욕의 왕 글자 속에서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3차원의 삶 속에서도 빈번하게 천박하고 어리석지요.
가끔 그 저속함이 냄비 밖으로 끓어넘쳐 스스로마저 부끄럽게 만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빠져 죽자, 할 때도 있고요. 새해부터는 이러지좀 말아야지, 객쩍은 다짐을 다이어리에 적기도 해요.
인문학자 도정일은 책 띠지에 있는 '우리 시대 실천적 지성'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썼습니다. 사람이랑 사회, 인문학과 세상에 대한 생각들이에요. 크고 작고 치명적이고 사소한 흠투성이 한국에 이런 글을 쓰는, 이런 가치관을 가진 어른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걸 계속 끌어안고 읽으면 아무리 저속한 저라도 조금은 사람에 가까워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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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일 문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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