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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Feb 13. 2020

대화가 통하지 않을 땐, 커피 한잔.

마음을 열어주는 마법의 검은 음료 베트남 커피 

남편은 정말 남의 편이었어.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결혼한 뒤 가장 가까운 건 남편이라는 이름의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

남, 녀 여서 일까?

도대체 왜 같은 말도 저렇게 받아들이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내 학창 시절에 연애를 하는 친구들의 필독서였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우리는 각 각 다른 세계에서 온 것일까?

도대체가 대화가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분명히 나는 저 사람을 사랑하고

무엇이든지 우리는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떨어지기 싫어 결혼에 골인한 것이 맞는데..

각자 다르게 살아온 우리가 "대화"를 하는 것이, 

그 "대화" 속에서 같은 결론을 내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지..


우리의 "대화" 속에서 같은 결론으로 만족하고 대화를 끝낼 때는 부끄럽지만 같은 적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같은 성향의 "정치" 이야기 라던가, 뉴스에 도배되는 "살인자"같은 공공의 적에 대한 욕 이라던가

이상한 옆집 사람의 행동거지에 대한 "비판" 일 때

아주 찰떡같은 호흡으로 쿵작이 딱 맞는 대화를 한다.


그리고 최악은

각자의 가족이 연관된 싸움에서 결론을 내지 않고 잠이 들었다가

다음날 아침 얼굴을 마주치는 순간인데

한두 번의 싸움은 아닐 텐데 

매번 그 순간은 참 어색하고 난감하다.


아직도 나는 화가 나 있고

당신은 나에게 대화를 먼저 건네어야 하고

나는 그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고 시작하고 싶다.

라는 걸 서로의 얼굴에 당연한 듯이 내비치며 

한숨을 푹 쉬며 눈을 마주치면

찰나의 순간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을 이제 안다.


어디서 마시는것이 무엇이 중요할까? 베트남 커피 특유의 강렬한 맛과 어딘지 촌스러운 스타일은 사람을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것이 가장 적합하다. 커피색이 아닌 검정색의 커피일수록.


대화의 시작은 "커피"

"커피 한잔 해"

라며 공복의 상대를 자리에 앉힌다


그리고 그 커피는 반드시 핸드드립 커피여야 하며

뭔가 오래 걸리는 정성 들인 추출방식을 사용할수록 서로의 주도권의 우위에 서게 되며

좋은 커피일수록 더 효과가 있고

약간은 진한 맛일수록 상대방의 마음을 더 쉽게 열 수가 있다.

그래서 내 추천은 베트남식 커피에 베트남 추출법인 핀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천천히 나열해 보자면

반드시 "공복" 상태의 아침이어야 하고

분명 어젯밤의 싸움의 여파로 둘은 불편한 마음 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아침을 시작했을 것이다.

심하게 싸운 다음날이라면 "각방"을 썼을 수도 있으니 

물을 끓이는 동안 반드시 두 사람의 커피 테이블 (그것이 식탁이던, 테라스의 간의 테이블이건, 소파 앞의 탁자이건 상관없다)에 상대방을 앉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삑삑~ 물이 끓고 나면

"작전" 이 시작된다.

분주하게 (분주하지 않더라도) 커피 잔을 데우고 또는 그라인더에 커피를 갈아 파우더의 크기를 확인하고

두 스푼 듬뿍 핀에 넣은 뒤 프레스를 올려 넣고 약간의 물로 뜸을 들인다.

뜸을 들이는 시간은 반드시 1분을 넘겨야 하며

자칫 심각한 표정으로 두 개의 핀에 담긴 커피가 뜸이 잘 들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커피의 뜸이 다 들었을 시간에는

한잔 한잔 커피 핀에 따끈한 물을 정성 들여 부어주고

한 방울 한 방울 내려오는 그 진한 액체를 쳐다보며 잠시 또 그에게 등을 보인다.


이때쯤 한두 마디 건네는 상대방도 있겠지만

보통은 냉전의 기운으로 당신을 등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상대방은 생각이 많을 것이다.

그 한잔의 커피를 정성 들여 내리는 당신을 훔쳐보며 혹시라도 등을 돌려 당신과 눈이 마주칠까 봐

자칫 심각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척"을 하고 있을 것이고

대화의 우위를 잡기 위한 생각에 깊이 빠져있거나

자존심을 내세워 오늘의 대화를 승리로 가져가려는 고민에 빠져있을 테니


커피가 거의 다 만들어졌을 시점까지

당신은 커피에 집중하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천천히 당신의 마음을 다스려야 하고,

상대방과의 대화의 순서를 천천히 곱씹어 보면 된다.


마침내 커피가 완성되고

커피를 들고 그 사람 앞에 내려놓고

자리에 앉아

반 드 시

그 사람이 첫 한 모금을 마신 뒤에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공복에 베트남 커피의 진한 맛을 한 모금 들이킨 상대방은

이미 졌다.

약간은 친절하게 시작하는 당신의 대화의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평소에 하지 않던 속 마음까지 내비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마법의 시간이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마음을 다스리며

진한 맛이 특징인 이 베트남 커피를 

핀 추출법 대로 한잔 내리는 사이에

이미 그 대화의 우위는 당신에게 돌아갔고

무방비 상태로 공복에 진한 카페인을 접한 상대방은 속수무책으로 마음을 내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마법의 커피 타임의 효과가 궁금하다면

언젠가 꼭 한번 시도해보기 바란다.

나는 장담한다.

이 마법이 통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가장 가깝지만 도통 내 편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남편이라도

혹은 돈이 관련된 채무자 일지라도 

또는 남 같은 남매지간 일지라도

위아래 따지길 좋아하는 직장 상사 일지라도

층간소음으로 죽이고 싶은 윗집과 아랫집 일지라도

이 마법은 귀신같이 모든 대화의 "승리"를 당신에게 안겨줄 것이다.


그리고 그 좋은 커피와 커피 추출방식은

베트남 다낭에 있는 "커피 팜"이라는 곳에서 구입하고, 배우면 된다.

그 어디보다 훌륭한 방식의 마법의 타임을 당신에게 전수해 줄 것이니..


베트남식 커피는 남자들의 전유물. 그래서 일까? 베트남 남자들은 유독 말이 많다.


베트남 커피는 반드시 베트남에서 첫 맛을 봐야한다. 그래야 그 매력을 제대로 느낄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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