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쌀국수 의 묘한 매력
다낭의 아침 풍경 중에
빼놓을 수없는 것이 아침마다 펼쳐지는 골목골목마다 펼쳐지는 쌀국수 좌판이다.
종류도 다양하게
하노식 쌀국수, 분보 훼, 분짜까, 퍼 가 등등
좌판마다 특색을 보여주는데
아침식사로는 단연 분보훼 가 인기가 많다.
(분보 훼는 훼(후에) 지역의 쌀국수로 약간 빨간 고추기름을 넣어서 만든 지역 국수인데 우리네 전주비빔밥처럼 고유명사처럼 불리는 국수로 분은 우리네 소면 같은 얇은 쌀국수면을 뜻하고 보는 소고기 그리고 훼 가 지역명칭이다)
그리고 평균 9시 정도면 흔적도 없이 좌판들이 정리되어 사라진다.
내가 사는 동네는 그야말로 베트남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으로
외국인은 우리뿐일 정도로 로컬 피플들의 마을이다.
동네에 유명한 분보훼를 판매하는 집이 하나 있는데
베트남의 아침 식당들이 그렇듯
일반 가정집인데 작은 마당과 집 앞 인도에 자리를 깔고 아침에만 장사를 하는 그런 집이다.
다른 곳과의 다른 점은 유독 깔끔하다는 것.
하노이 출신(쓰는 말씨로 알 수 있다) 아주머니 의 음식 솜씨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하얀 국수 그릇은 늘 기름기 하나 없이 깔끔하고
각종 양념을 담아놓은 모양새나 젓가락을 담아놓은 그릇 조차도 깔끔해
위생 걱정 없이 담백한 분보훼 한 그릇을 뚝딱 먹을 수 있다.
이 아주머니 와의 인연도 참으로 재미있는 것이
처음 우리가 이 동네로 이사와 이 집 쌀국수를 먹을 때만 해도
이 분보훼 한 그릇의 가격이 지금의 2배였다.
외국인이니 당연한 듯이 바가지를 씌운 것이었는데
나중에 단골이 되고 나서 슬쩍 우리가 냈던 가격에 대해 웃으며 항의를 하니,
가격을 두배 받는 대신 소고기의 양도 두배였다고 했다.
바가지를 씌우고 미안하니 고기를 두배를 줬다는 것인데
과연
초창기에 이 집에서 먹은 쌀국수를 기념 삼아 찍어놓은 사진을 보니
고기가 빼곡하다.
지금이야 서로의 강아지 안부를 물을 만큼 친해진 사이라서 일까?
우리의 취향에 딱 맞춘 쌀국수를 준다.
국물을 많이 먹고 건더기는 조금 먹는 나는
국수와 고기의 양을 줄이고 국물을 더 부어주고
고기도 국수도 나보다 양이 많은 남편의 그릇은 늘 나보다 푸짐하며
반미 빵이 있는 날은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알아서 가져다준다.
생각해보면
단골이 되어서가 아니라 친구와 같이 왔던 날 우리의 대화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출장 요가를 배우던 내가
후에 출신의 요가 선생님과 남편과 함께 그 집에 가서 아침을 먹던 날
베트남 말을 곧잘 하는 내 남편이 신기했던 요가 선생님은
의례 묻는 질문들을 나누었다
"베트남에 산지 얼마나 됐어?"
"왜 이렇게 베트남 말을 잘해?"
"하노이 출신이네? 하노이 말을 쓰네"
이런 류의 질문들인데..
베트남에 산지 16년 됐고 하노이에 살다가 다낭에 온지는 6년 됐어
라는 대답을 하는 순간
우리에게 쌀국수를 가져다주던 아주머니가 그 말을 듣게 됐고
너무나 놀란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그다음부터는 뭐라 뭐라 한두 마디 말을 걸기도 하고
바로 다음 날 부터 우리는 쌀국수의 정확한 가격을 내기 시작했다.
만동이라도 더 받으면 발끈하는 나는 늘 왜 우리는 제값을 주고 먹지 않았느냐고 불만을 토해냈지만
기다려 보라고 여기 스타일이라고 하면서 여유를 부리던 남편은
지금도 가끔은 만동씩 더 받는 아줌마에게 웃으며 농담을 던진다.
외국인이면 당연히 돈을 더 받는 아주머니
그렇지만 나와 남편의 쌀국수 취향을 정확히 알아서
늘 같은 한 그릇이지만
우리가 딱 먹을 만큼, 좋아하는 것을 더 신경 써서 담아주는
정이 넘치는 아침 한 그릇 분보 훼
아침을 먹지 않고 5분이라도 더 자는 것이 좋았던 내가
일요일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쌀국수를 먹고 다시 잠들고 싶게 만드는 마성의 분보훼
오늘 아침 깔끔하게 한 그릇 비운 분보훼
나는 다낭에 내 취향까지 고려해 정확히 담아주는 쌀국수 단골집이 있는 그런 한국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