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멧

그날 그리고 오늘 혼돈스러운 선택의 기억

by 사브리나

그날,

이집트를 여행하던 그때

시작부터 쉽지 않았던 그 여행에서 정말 지치고 지쳐 모든걸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


아웃 일정이 정해진 여행인 탓에

한곳에 머물수 있는 기한이 있었고

소음과 사람들의 사기 행각, 점점더 매말라 보이는 카이로가 떠나고 싶었고

다음 여행지에 가기 위해서는 터미널에 가서 버스시간과 버스표를 확보해야만 했었다.


이곳저곳을 거쳐 힘들게 찾아간 그 터미널에서는 이미 표가 매진이라고 말했고

심지어 며칠간은 그 곳으로 가는 버스가 없다고 했다.

당장 나는 떠나야 했고, 안타깝게도 영어 까막눈인 내 동생은 전혀 도움이 되질 못하고 내 눈치만 보며 쫄랑쫄랑 따라왔다.


그때

호기심이 아닌 사기의 목적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지치고 지친 나의 선택은

사람이 많은 그 터미널 카페에 주저 앉아 커피를 한잔 시키는 일이였다.

당장 다른 터미널에 가서 표를 알아보고 선착순 이라고 말하는 그 버스를 타야 맞는것이지만

너무 지쳤다.


다시 또 노선을 알아보고 제법 멀다는 그곳까지 찾아가야 했고

협소한 정보로 알아본 그곳은 심각하게 낙후된 곳이라 버스의 상태도 예상이됐다.

난 이미 바퀴가 3개로 굴러가고, 기껏해야 10살정도 됐을까 싶은 아이가 운전하는 버스도 타보았으니..


커피를 마시면서 그곳에서 은인을 만났고

놀라움에 기운이 났다.

영어를 하는 사람은 모두 사기꾼이였고 원하는 것은 돈이거나 여자의 "성" 이였는데

한국 말을 유창하게 하며 우리를 보고 흠칫 놀라며 "한국사람이예요?" 하고 말을 건 그 남자는 너무나 놀라운 존재였다.

의심을 겨를도 없이 왜 우리가 여기 앉아있는지를 묻고 지금 시기가 위험하니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라며 조언한 그 남자는

그 터미널에 전화해서 시간표를 알아봐주고( 이 남자도 카이로 사람들을 사기꾼으로 생각하는 타지 인 이였다)

우리를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 준뒤에 여자칸 에 같이 타게될 이집트 여인들에게 우리가 내릴역과 건너야할 찻길에 대해 일일히 설명해준뒤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는 터미널에 도착해 왕복 16차선 쯔음 되는 곳을 용기 하나만으로 건너 티켓을 구했고,

얼마남지 않은 시간때문에 마침 기다리고있던 택시들을 흥정해 숙소까지 돌아와 짐을 챙기고 다시 총알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리고 사막으로 떠날수있었다.


내 여행역사상 가장 험난하고 지쳤던 순간이였다.

여행을 포기하고 당장 비행기 표를 바꿔서 돌아갈까 싶기도 한 순간이였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있는 체력 없는 체력 쥐어짜 가며 발발거리며 돌아다니던 나에겐 그렇게 지쳐 주저앉는다는 것이 참으로 생소한 일이였는데

그 잠깐의 주저앉음이 큰 도움이 됐다.


NaverBlog_20141017_030249_02.jpg 이집트 사막 한가운데 작은 천막이 자동차를 고치는 곳, 고장난 버스가 잠깐 들른 이곳은 삭막하지만 따뜻했다.


만약 그때,

내가 그곳에 앉아있지 않고

원래대로 빨빨거리며 나스스로 해결해보려고 이리저리 헤메다녔다면

난 그날 사막에 갈수있었을까?

너무나 친절했지만 끝까지 의심을 걷을수 없었던 그 남자 아흐멧 을 만나지 않았다면

난 바하리야 사막에서의 그 고요함을

마음을 위로해주는 그 조용하고 경이롭던 사막의 선셋을 보지 못했을테다.


지금 내 인생은 그 터미널에 있고

그때처럼 지치고 지친 마음과 몸 때문에 눈은 멍해지고 몸에 힘이없다.

그때의 카페 처럼 아무것도 할수 없고, 결정 할 힘이없어 잠시라도 생각을 하지 않을 요량으로 열어본 책에 한 글귀가 지금 나에게 아흐멧이 되었다.

책의 아흐멧은 나에게 말해주었다.

"갈때 까지 가보라고, 할수있는 걸 다 해보라고, 그래야 하루에도 몇번씩 갈팡질팡 하며 지옥속에 헤메는 내가 더이상 이 탓을 하지 않고 살아갈수 있을거라고"

알려줬다.


신경질 적으로 빵빵대며 쉴새 없이 울려대던 그 소름끼치던 경적소리들이 내 귀에 가득하고

시체가 썩어가는 데도 웃으며 차를 마시던 그 이집트 사람들 처럼 모두가 나를 두고 웃으며 차를 마시고 있다

안내를 받아 내가 타야 할 버스도

그때 처럼 몸을 일으키기만 해도 의자가 제멋대로 분리되어 부서져 버리는 낡은 버스일테고

위에가 뚫린 창문탓에 눈이 매워 자꾸만 눈물이 나고 자꾸만 잠이 올테고,

말이 통하지 않는 이집트 사람들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무섭게 내 모든 행동을 주시할 테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난 정을 느꼇고

사막 한가운데서 아름다운 별도 보았고

결국 나는 내가 원하는 곳에 도착했으니


오늘의 아흐멧이 또 나를 인도해 줬다고 생각하고

그 게시를 믿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에게 넓은 자리를 주기 위해 본인들의 자리를 어린아이 자리 만큼 줄여준 그 사람들처럼

난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그녀도 있으니

이번에는 의심없이 오늘의 아흐멧을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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