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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Feb 23. 2021

언제나 예쁘고 싶은 나는

40대 여자 사람.

깔끔하게 묶어 똬리를 틀어 귀 뒤로 단정하게 넘기고

쿠션 톡톡 두들기면 뽀얗게 변하는 피부에

슥슥 펜슬로 얇게 눈매를 따라 한번 그어주면 또렷해지는 눈매

조금은 붉은 립스틱

아쉬워서 한번 걸어보는 액세서리

남들 다 가지고 있는 유행템 한 개쯤은 몸에 두르고 

어쩌다 한 번씩은 옷 잘 입는다는 소리도 들어보는 정도의 패션센스 

슈즈홀릭은 아니더라도 맘에 드는 내 구두를 신고 또각또각 걸어보는

흔히 말하는 서울 여자

아니 강남스타일의 그 여자


나의 20대 30대는 그렇게 각인되어

내가 기억하는 나는 그런 외모를 가지고 있지,


그리고 만나게 된 40대


언젠간 돌아가겠지

평생을 그 몸무게로 살았는데...

아무리 먹어도 한 달 정도면 다시 제자리를 찾던 

5KG이나 벗어난 내 몸무게는 왜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지?


얼굴에만 통통하게 살이 찌면 좋을 텐데

부기가 안 빠지는 건지 

붓기가 무거워서 쳐지는 건지

쳐져가는 눈매에는 주름이라는 것이 조금씩 깊어진다.


분명 나랑 같이 다니며 쌍둥이처럼 닮았다며 서로서로 이쁘다 했던 

내 지인들의 모습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목 늘어난 티셔츠에 헐렁한 바지를 입고

구부정하게 앉아있는 저 거울 안에 있는 여자가 진짜 나 인가?


슬쩍 나가서 머리스타일을 바꿔본다.

스타일이 바뀐 건지 힘없이 달라붙는 머리스타일은 내가 원한 그 스타일이 아닌데..

분명 잘 입던 옷인데 오랜만에 입어본 내 원피스가 이상하다

옷이 변형됐나? 


유행이 지난 것 같아 다시 쇼핑을 시작하려는데

배송 온 옷들은 더 이상 그 느낌이 아니야.

인터넷 쇼핑을 오랜만에 했더니 감을 잃은 건지

내 사이즈는 분명 S 사이즈인데

바지는 지퍼가 잠기지도 않는다.


원래 내 체질이 있는데

운동 한두 달 하면 금방이지 뭐


생각과는 다른 컨디션에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고

예전처럼 알차게 땀 뻘뻘 흘리고 기분 좋게 잠들고 나면

으슬으슬 아파온다.


푹 잘 자고 일어났는데 왜 컨디션은 안 좋은 날이 더 많은 것 같지?

감기 같은 거 약한 번 안 먹어도 하루 잘 쉬면 나아졌는데

열이 안 떨어지고 어깨가 무거운 것도 속상한데,

발목이나 무릎이나 왜 자꾸 쑤시고 아파오는지


여느 먹방 스타들 우습게 잘 먹던 나인데

푸짐하게 한 상 차려 원래 먹던 양만큼 풍족하게 먹은 것뿐인데

어제도 더부룩한 속에 약을 챙겨 먹었네..


모임이 있는데

파티가 있는데


아침부터 신나서 요리조리 옷 골라 입고 신나게 화장하고 머리까지 마쳤는데


왜 내방 안에 똑같은 거울은 그전처럼 이쁜 나를 비추지 않는지

그 거울 안에 나는 왜 자꾸 변해가는지..

그때만큼 즐겁지 않은 시간들 속에 자꾸만 작아지는 내 속을 보이기 싫어

더 커진 목소리가 주책스럽게 들린다.


로드샵 화장품 하나에도 반짝반짝 광이 나던 내 피부는

왜 이리 건조한 지

기름기가 좔좔 흘러 어쩌다 한번 바르던 영양크림을 듬뿍 발랐는데

오후만 되면 건조해서 벗겨지는 내 얼굴이 왜 이렇게 싫어지는지..


오랜만에 나서는 남편과의 데이트에 

제일 아끼는 옷을 입고 이리저리 둘러보는 내 매무새가 맘에 들지 않아

머리스타일이 문제인가 싶어 이리저리 묶어보고 풀러보고 

한참을 준비해도 뭔가 부족한 것 같은데

남편은 왜 나가지고 재촉하는지..

내 얼굴에 내 몸매에 더 이상 싱싱하게 폭발하지 않는 내 열정과 의지에 짜증이 난 건데

버릇처럼 "이뻐" 라고 말하는 남편에게 버럭 화를 난다.


나랑 나이가 같은 저 연예인은 왜 계속 같은 얼굴인지

애를 셋이나 낳았다는데 몸매는 왜 저렇게 이쁜 건지

오늘따라 아는 것도 많은 남편의 그 여자 몸매 칭찬, 얼굴 칭찬

그럼 그 여자랑 결혼하지 왜 나랑 사는 거야?

괜히 얄미워진 남편한테 어디선가 주워들은 그 연예인의 안 좋은 소문들을 나발나발 한참을 떠든다.

이쁘다고 칭찬할 때는 말도 많더니 그새 다물어 버리는 그 입이 밉다.

내 말을 듣고는 있는 건지..


나이를 말하면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정말요?" 하던 사람들이

이젠 점쟁이라도 된 건지 어쩜 그리 내 나이를 귀신같이 맞춰가는지


헐렁한 티셔츠에 청바지 하나 

머리 질끈 묵고 다녀도 어디서든 환영받던 나였는데,

화장끼 하나 없이 헐렁한 티셔츠에 무릎이 늘어난 요가 바지 입고 요리조리 몸을 틀어 요가를 하는 이효리를 보고 마음속에 내가 나를 설득한다.

그래 마음을 비우자 나도 자연인으로 살아보자 

그런데,,

이효리는 나보다 언니인데

이제 나랑 친구라도 해도 외모는 내가 더 언니가 되어버렸네


답답한 마음에 큰맘 먹고 리프팅을 하고 오겠다니

날씨가 추워서 물이 차가울 텐데 어디서 리프팅을 하려고?

하는 남편 덕에 피식 한번 웃는다.


호기롭게 다리를 팍팍 차대며 엉덩이를 올려보려 해도

허벅지 아래로 자리를 잡아버린 내 엉덩이는 올라올 생각을 안 하네


거울을 보다보다 속상한 마음에 흐르는 눈물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왜 우냐는 그 물음에 읽지도 않는 책을 핑계 대며 한숨을 쉬어본다.


세월은 흘러가는데

나는 예쁘고 싶어요

나는 계속 여자로 보이고 싶어요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이쁘다 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보게 되는 거울 속에 내가 

하루에 한 번은 예뻤으면 좋겠어요.


평생 예쁜 사람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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