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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Mar 30. 2021

나는 너무 착했다 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에는

이미 여자의 청춘이끝나 있는거다.

니들이 대개 웬만큼 사는 집에서 곱게 자라서 여기까지 온 애들이다. 니들 대부분은 이 세상의 밑바닥이 뭔지 상상을 못 하는 애들이다. 니들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데 니들이 이 땅에서 제일 약자다. 근데 니들은 니들이 대단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며 세상을 구원하려 든다. 



니들이 이화대학에 다니고 공부 좀 했고 집안이 잘 산다고 착각하지 말아라. 니들보다 가난하고 못 배우고 능력 없는 남자들, 00대나 ₩₩대 다니는 지금 니들이 쳐다도 안 보는 남자애들 있잖니, 니들은 니들이 위에 있다고 착각하면서 그 애들을 도우려 하는데 실은 니들보다 걔네가 훨씬 위에 있다. 한데 니들은 아직 그걸 모른다. 




바다 건너 저 미국에서도 백인 여자의 인권보다 흑인 남자의 인권이 우선이다. 그게 세상이다. 미국이 그렇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다. 니들은 지금 내 말을 이해 못한다. 한데 말이다. 미국의 역사에서도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보다 먼저 투표권을 가지게 되었단다. 두고 봐라. 미국 대통령 자리에 백인 여자보다 흑인 남자가 먼저 오르게 될 거다. (이때 부시가 한창 이라크 전쟁하네 마네 할 때 오바마의 존재감도 없었음)




그때서야 니들은 내 말이 생각날 거다. 니들은 니들이 이대 나오고 똑똑하고 능력 있으니 니들이 세상을 다 바꿀 수 있을 거 같지?




세상의 모든 남자들 너희보다 훨씬 못한 남자들까지 다 구제된 다음에 너희 인권이 구제가 될 거다. 그게 지구의 역사였다. 



왜 그렇게 되냐면 여자는 너무 착해. 그렇게 착하도록 교육받았어. 착하게 길러졌어. 자기 이익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그렇게 교육받았어. 니들은 니들 이익을 주장하기 전에 니들 자신을 스스로 검열부터 한다. 그래서 니들은 공격성이 떨어져. 



니들은 그래서 여자인 거고 그래서 여자로 사는 거다. 다시 얘기하는데 착각하지 말아라. 니들이 쳐다도 안 보는 00대 나온 남자들 저 멀리 XX대 다니는 남자들 걔네가 너희보다 강자들이다.



여자의 문제가 무엇인 줄 아느냐? 내가 나보다 약자라고 생각하고 도우려고 애썼던 사람들이 실은 나보다 훨씬 더 강자였으며 내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이빨을 드러내기에는 나는 너무 착했다 라고 깨닫는 순간에는 이미 여자의 청춘이 끝나 있다는 거다.



니들은 지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이해를 못할 거다. 수많은 너희 선배들이 졸업을 하고서도 이걸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하나만 명심해라. 스스로를 검열하지 말아라. 네가 너 자신을 검열하려 들지 않아도 너희는 지나치게 착한 아이다. 




앞으로 사회에 나갈 때, 그래서 니들이 어떤 자리에 올랐을 때, 또 애인을 만날 때, 항상 이걸 명심하고 살아라. 절대 너 자신을 되돌아보려 하지 마라. 



너희들은 너무나도 때가 안 탄 영혼이다. 그런데 너희는 자꾸 너희 영혼이 얼마나 깨끗한지 더러운 건 아닌지 스스로 시험하려 든다. 그게 너희를 약자로 만든다.



2003년 이화여대 교수 진덕규




세상에.. 2003년도의 글이라니..

그리고 저 교수님은 심지어 39년생 남자분이시다.


너무나 객관적으로 여자 입장을 알려주신 저분의 글을 난 벌써 10년 전에 읽었는데

어찌하여 나는 저 글을 읽은 기억을 까맣게 잊고 살았는지

내 청춘이 끝났다고 생각은 안 하지만 한참 지난 후 에야

여자로서의 청춘이 저물어가는 이 와중에야 나는 내가 너무 착했나 라는 생각을 하네..


부디 이 글을 읽는 40대 미만의 여성들이여

조금은 이기적으로 살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흔히 말하는 "난 년" 들이 왜 시집을 잘 가고 왜 끝까지 편하게 사는지

우리는 봤으니까


나 혼자 착하게 바르게 

조금 손해 보더라도 내가 조금 참으면 되지 

하고 살았던 주변 여자들과 나의 경험에 따르면 

극소수의 몇 명을 빼어놓고는 대부분 그 "난 년" 들에 비하면 늘 참아야 하고 늘 손해를 봐야 한다.


이기적이 되자

세상에 나보다 소중한 건 없고

나보다 날 아껴줄 사람은 없다.


너무나 당연한 건데

나 혼자의 착각으로

나는 착하니까, 나는 괜찮여자니까, 나는 개념이 있으니까

그런 고집을 부렸다보다


귀를 닫고 살다 보니

너무 늦게 깨달았다.


다만 아주 늦지 않음을 감사하며 다시 이기적이고 손해 보는 짓이라면 절대 하지 않는

조금 늙은 "난 년" 이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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