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by 김나윤

지난여름 의기양양하게 자랐던 잡초는 메말라진 지 오래였다. 깨진 보도블록 길을 밟고 돌아가는 하교길은 참 고단했다. 굳이 이런 외곽을 지나다니려는 버스는 거의 없었다. 불평해도 들어주는 이는 없었다. 장사가 안돼 몇 년 전 문 닫은 폐건물들만이 보일 뿐이었다. 세찬 바람이 콧구멍을 타고 들어와 폐를 얼얼하게 할 때쯤 이었다. 하늘에 새하얀 형체가 보였다. 비행기였다. 그것은 대자 모양으로 양팔을 쭉 펴곤 나아가고 있었다. 몇백 톤이 되는 무게에도 곤두박질치지 않는 모습은 기이했다. 양력을 발생시키려고 얼마나 빠르게 활주로를 달려 나갔을까. 지상의 모든 것들이 개미만 해질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았을까. 제대로 읽어보긴 할까 싶은 두꺼운 책을 짊어진 채 낑낑대며 걷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졌던 꿈도 진작 지겨운 하굣길에서 흐릿해졌다. 그냥 전부 내던지고 자유가 있는 곳으로 가보고 싶어졌다. 비행기가 날아가다가 더 높이 올라간다면 구름 평원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러운 아스팔트 길도 빽빽한 콘크리트 숲도 없고 오직 새하얀 구름만이 펼쳐져 있겠지. 비 한 톨 내리지 않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도 보고 싶어졌다. 그 풍경을 보려면 나도 비행기처럼 달려 나가야 했다. 내비게이션이 망가진 구형 차량으로는 공항도 없을 수 없었다. 나는 하늘을 볼 날을 기약하며 콘크리트 숲을 향해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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