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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의 샘
절망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세상을 잃는 체험이다. 그 순간 사람은 모든 것을 잃었다는 불가해한 감각에 휩싸인다. 허무와 좌절은 끝처럼 다가와, 생의 의지를 끊어내려 한다. 그러나 그 절망은 인간의 삶을 가장 깊게 증명하기도 한다.
절망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가졌었는지를 비춘다. 잃었다는 감각은 곧 그것이 나의 숨이었음을 알려준다. 우리는 상실의 무게만큼 한때 소중한 것을 붙잡고 있다. 결국 잃음 속에서 절망은 존재의 가치를 드러낸다.
절망을 건너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깊은 샘 속에서도 삶은 끊임없이 의지를 길러낸다. 살고 싶다는,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은 절망 이후에 찾아온다. 따라서 절망의 가뭄은 생의 감각을 일깨우는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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