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가 보행자에게

13‰

by 김가희




§ 우주가 보행자에게


우주는 흩날리는 먼지처럼 발끝에 길을 내어준다. 그 위를 걷는 우리는 여행자이자 잠시 머무는 손님이다. 한 걸음마다 바닥에 새겨지는 발자국은 금세 사라지지만, 그 사라짐조차 인생을 즐길 수 있는 특권이다.


밝기만 해 보이는 하늘도 가까이에서 보면 균열로 가득하다. 예상치 못한 흙길의 돌멩이는 우리의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우주는 그 순간마다 불완전이야말로 존재의 본모습임을 일깨운다.


그래서 여행은 걸음 속에서 발견한 작은 기억으로 남는다. 멈춤과 움직임이 교차하는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우주를 배운다. 삶은 결국 사라짐을 통해 완성되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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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n9a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