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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히는 것들의 심연
세상이 나를 잊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관계가 바뀌고, 기억이 흐려지고, 말들이 공중에 흩어진다. 그러나 이 감정은 실제의 잊힘보다 스스로를 지탱하는 힘이 약해졌을 때 찾아오는 심리적 그림자에 가깝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의 기억을 통해 자신을 재확인하려 하기에, 확인이 느슨해지는 순간 곧장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이다.
하지만 진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진실한 감정은 어디에도 닿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세계의 가장 미세한 곳에 흔적처럼 남는다. 뼈의 곡선이 오래된 시간을 품고 있듯, 던져진 형태 없는 진실은 들리지 않는 곳에서 구조를 바꾼다. 깊이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명료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세계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에 응답한다. 삶은 결국 진심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므로 잊힘은 끝이 아니라, 진심이 제 방식으로 남는 다른 형태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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